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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통신 구현한 광섬유 디카의 핵심 CCD

광통신 구현한 광섬유 디카의 핵심 CCD 생활 속 IT에 꽂히다

| 글 | 이세형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ㆍseihyoung@etri.re.kr |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는 난해한 물리학 이론이 아닌 생활 속 정보기술(IT)에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지난 10월 6일 현대 IT의 기반을 마련한 3명의 과학자들에게 올해의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영광의 수상자는 광통신의 핵심 부품인 광섬유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영국 스탠더드텔레콤연구소의 찰스 가오 박사, 카메라에 들어온 빛을 디지털 이미지로 바꾸는 소자인‘전하결합소자(CCD)’를 개발한 미국 벨연구소의 월러드 보일 박사와 조지 스미스 박사다.

이젠 너무 익숙해서 편리함을 잊고 살지만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IT. 전 세계 어디든 1초 이내에 e메일을 보낼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파일로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들 덕택이다.








초기 광섬유 속 빛, 20m도 못 가 거의 사라져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빛을 이용해 통신을 했다. 높은 산봉우리에 설치된 봉수대에 불이나 연기를 피워 급한 소식을 전하는 봉화도 일종의 광통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광통신이 ‘광섬유를 이용해 대용량의 정보를 빛으로 주고받는 통신 방법’이라는 좁은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통신 수단으로서의 광섬유의 가치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 바로 중국계 영국인 가오 박사다.

광섬유는 ‘전(全)반사’ 특성을 이용해 빛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전반사는 매질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빛이 진행할 때, 그 각도가 특정한 각(임계각)보다 크면 빛이 매질을 넘어 진행하지 못하고 100% 반사되는 현상이다. 광섬유는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유리인 ‘코어’를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유리인 ‘클래딩’으로 감싼 구조다. 코어를 통해 전송되는 빛은 전반사 때문에 클래딩 부분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광섬유(왼쪽)를 이용한 광통신 덕분에 CD 200장에 담긴 내용을 1초 만에 주고받을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현대 광섬유 기술은 빛을 한 번에 100km까지도 전송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가오 박사가 처음 광통신을 연구하던 1957년에는 빛 신호가 광섬유를 타고 20m만 가도 처음 신호의 1%만 남아 있을 정도로 전송 효율이 낮았다.

가오 박사는 그 원인을 빛이 불투명한 광섬유 자체에 산란되거나 흡수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1966년 1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광섬유를 순도 높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면 빛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기술로는 이런 광섬유를 개발할 수 없었지만 그의 연구성과는 훗날 빛 손실이 적은 광섬유를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초고속 인터넷, 고화질 IPTV 구현


광섬유는 ‘모재’라고 하는 유리 기둥으로 만들어진다. 이 유리 기둥을 1900℃ 이상으로 가열해 서서히 녹인 뒤 고속으로 잡아당겨 실처럼 뽑으면 광섬유가 된다. 광섬유 모재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실리콘(Si)과 게르마늄(Ge) 같은 재료를 얇은 유리관 안쪽 벽에 증착시켜 광섬유 모재를 안쪽부터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1974년 미국 벨연구소에서 존 맥체스니 박사가 개발한 이 방식 덕분에 순도가 높은 광섬유 모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었다. 한편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인 백운출 교수는 광섬유를 뽑는 속도를 20배 향상시킨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파장용 광섬유를 개발하는 업적을 남겼다.









생활 속에서 실제로 광섬유가 쓰이는 예는 초고속 인터넷 외에도 무수히 많다. 장거리 음성 통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IPTV(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를 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광통신 기술이 뒷받침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광통신 기술은 광섬유 한 가닥으로 CD 200장에 담긴 내용을 1초 만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광섬유는 이보다 몇 배 더 많은 정보를 보내기에도 충분하다. 미래의 광통신이 더욱 더 기대되는 이유다.




세상을 디지털로 보는 눈, CCD


컴퓨터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IT제품이 바로 디지털 카메라다.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은 화소 수로 평가된다. 화소는 빛을 감지하는 광센서이기 때문에 그 수가 많을수록 화질이 좋아진다. 이번 노벨물리학상의 또 다른 주인공 자리는 이런 화소들 수백만 개가 균일하게 분포한 전하결합소자(CCD)를 개발한 이들이 차지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표 크기의 네모난 판인 CCD칩 하나에는 각 화소와 대응되는 수백만 개의 작은 CCD(광다이오드)가 나열돼 있다.

CCD는 1969년 미국 벨연구소의 물리학자 보일 박사와 스미스 박사가 처음 개발했다. 재밌는 것은 그들이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땐 성능이 뛰어난 메모리칩을 만들 목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두 박사는 우연히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로 쓸 수 있는 CCD를 개발해냈다. 그때부터 필름 없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CCD는 1921년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안겨준 광전효과를 이용한다. 광전효과는 금속이나 반도체의 표면에 빛을 쪼이면 전자들이 튀어 나오는 현상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CCD칩에 닿으면 광전효과에 의해 전자가 발생해 수백만 개의 작은 CCD내부에 모인다. 모인 전자의 양은 빛의 양과 비례하기 때문에 이것을 측정하면 처음 들
어온 빛의 양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를 바탕으로 실제 이미지를 디지털로 재구성한다. 단 빛의 많고 적음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흑백이다.



빛을 적색, 녹색, 청색으로 분류해 각각 다른 CCD(초록색)에 보내면 좀 더 선명한 디지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때 CCD 위에 삼원색 필터를 씌우면 실제 사물의 색깔까지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 빨간색 셀로판지를 대고 보면 세상이 온통 붉게 보이는 이유는 셀로판지가 적색 빛만 통과시키는 필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적색, 녹색, 청색 필터가 각각 1개, 2개, 1개로 구성돼 있는 삼원색 필터를 CCD 위에 씌우면 적색, 녹색, 청색 빛의 양이 각각 어느 정도 들어오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녹색과 청색 필터를 씌운 CCD에서는 어떻게 적색 빛의 정보를 알 수 있을까. 이때는 주변 적색 필터 CCD의 값에서 추정한다. 즉 적색 필터를 씌운 하나의 CCD에 빛이 100만큼 들어오고, 인접한 적색 CCD에서 200만큼 들어왔다면 그 사이에 있는 녹색 및 청색 CCD에는 적색 빛이 주변의 평균값인 150만큼 들어왔다고 계산한다. 따라서 어떤 추정 알고리즘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사진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요즘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 화소에 CCD 세 개를 이용하는 방법도 생겼다. 카
메라로 들어오는 빛을 처음부터 적색, 녹색, 청색 빛으로 분류한 뒤 각각이 다른 CCD를 거치게 하면 모든 화소에 대한 적색, 녹색, 청색 빛의 양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로써 좀 더 깨끗한 디지털 이미지가 구현된다.



 



허블 우주망원경에서부터 캡슐 내시경까지


CCD는 인간의 눈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1990년 4월 25일 미국의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는 지구 상공 610km 궤도에 CCD가 장착된 허블 우주망원경을 올려놓았다. CCD는 기존의 필름보다 빛을 감지하는 능력이 1000배 이상 뛰어났다. 이런 CCD의 활약으로 오늘날엔 지구에서도 선명한 별빛이 찍힌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의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CCD는 세포나 조직의 변화를 관찰하거나,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하는 경우 수술 부위를 보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CCD가 장착된 캡슐 모양 내시경을 삼키면 캡슐이 소화기관을 따라 내려가면서 CCD가 몸속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몸 밖으로 무선 전송하는 방법도 현재 이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이다. 지금까지의 IT가 전자의 흐름을 이용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빛을 이용한 ‘그린 IT’를 실현해 나갈 때다. 1cm3의 부피에 1조 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광메모리, 여러 개의 파장을 하나의 광섬유로 동시에 전송하는 광통신 기술처럼 빛을 이용한 IT는 지금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지구상에 무한하게 존재하면서도 오염이 없고 전송속도가 빠른 빛은 인류에게 주어진 최고의 자원이다. 빛을 전송하는 광통신 기술과, 빛을 감지하는 CCD 기술에 노벨상위원회가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세형 연구원은 단국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정보통신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입사했고, 현재 광전자회로의 고성능, 저전력, 소형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탐구심은 빛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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