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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센서유전자를 찾아라!

[창의연구단공동기획]안지훈 식물대기온도센서연구단장
[여기에 오기까지] 생물-동물=식물



“쥐로 실험을 하려면 죽여야 하잖아요. 그런 게 싫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의 피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생물을 좋아하는데 동물 실험은 하고 싶지 않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식물대기온도센서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안지훈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식물 연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이랬다. ‘로보트 태권V’를 보며 과학자가 되겠다던 ‘막연한’ 꿈은 커가면서 더 구체화됐다. 식물을 잘 연구하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 교수는 학사부터 박사 때까지 식물 생물학을 전공했다. “몰입을 잘하는 편이어서 이왕 한 거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던 거죠. 허허.”

처음엔 콩의 뿌리에 있는 세포벽 단백질을 연구했다. 세포벽 단백질은 세포벽을 늘리는 단백질로 세포 성장에 중요하다. 세포벽이 늘어나야 세포가 잘 크기 때문이다. 박사과정생 시절 안 교수는 콩의 뿌리에서 곁가지가 나오도록 돕는 단백질(SBHRGP3)을 발견해 1996년 식물과학분야 권위지인 ‘플랜트 셀’에 발표했다.




안지훈 식물대기온도센서연구단장



“지금은 얼마나 좋은 학술지에 논문을 내느냐가 중요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외국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도 꿈같던 시절이었어요. 박사 과정에 있으면서 식물과학에서 가장 훌륭한 학술지에 논문을 냈으니 좋았죠. 지금 생각해도 뿌듯해요.”

하지만 1998년 꽃의 개화를 연구하는 미국 솔크생물학연구소로 박사후연구원을 가면서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실험 작물은 콩에서 애기장대로, 연구 주제도 뿌리에 있는 단백질에서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유전자로 바뀌었다. 연구 주제를 바꾸는데 부담을 느꼈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며 자신을 다독였다.



[어려움을 넘어] 1년간 석·박사 못 받아


2001년 2월 부푼 꿈을 안고 귀국한 뒤 지금의 고려대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식물이 공기 온도를 인식하는 ‘센서 유전자’를 찾는 연구는 당시엔 생소했던 분야였다. “꽃 말고 작물을 연구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석·박사과정생은 2002년 3월에서야 받을 수 있었다. “제가 학위를 할 때는 새로운 지식을 갖고 젊은 교수가 오면 학생들이 그 교수의 연구실에 가려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바뀐 건지, 막 문을 연 연구실에 들어가면 고생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학생들이 오지 않더라고요.”

실험장비도 충분하지 않고 식물을 기르는 배양실도 마련하지 못했다. 따르는 후학마저 없는 상황에서 꼬박 1년을 학교에서 강의하고, 논문을 읽고,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안 교수는 “마음은 괴로웠지만 몸은 편안했던 시기”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얼마 안가 안 교수의 열정을 알아본 제자들이 하나둘 연구실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연구실을 키울 수 있었던 건 2002~2003년에 들어온 제자들 덕분”이라며 지금도 고마움을 내비친다.




[나의 성공담] 식물 유전자를 향한 집념


빛을 많이 쬔 잎을 그늘에 있는 식물 줄기에 접목하면 그 식물이 꽃을 좀 더 일찍 피운다는 것은 1900년대 초반 이미 실험으로 증명됐다. 하지만 수십 년 간 과학계에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풀지 못했다.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답을 유전자에서 찾기 시작했다.

안 교수는 지금까지 기온을 인식하는 유전자 4개를 발견했다. 첫 유전자는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1999년에 찾아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식물에 있는 ‘FT’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꽃이 빨리 피고, 그렇지 않으면 늦게 핀다는 사실을 알아내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2003년에는 ‘FCA’ ‘FVE’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애기장대를 23도에서 키웠을 때와 16도에서 키웠을 때 개화시기가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유전자는 16도와 23도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 역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실렸다.

같은 온도를 구분하지 못하기는 ‘SVP’ 유전자도 마찬가지였다. 안 교수는 “SVP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FT유전자의 발현을 줄여 개화시기를 늦춘다”며 “이 유전자를 조작하면 개화시기를 원하는 시기에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07년 발생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의 권위지 ‘유전자와 발달’에 소개돼 세계 저명 생명과학자 1000명이 추천하는 ‘미국온라인우수논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식물대기온도센서연구의 미래] 지구온난화 해결사


안 교수는 이 연구로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에요.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거나 이산화탄소를 잘 처리하는 거죠. 각 나라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도입하면 자국 산업발전에 해가 된다고 꺼리는 상황에서 식물의 광합성을 늘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하는 건 가장 확실한 방법일겁니다.”

식물의 광합성 능력은 기온이 오를수록 떨어진다. 이산화탄소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식물이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남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안 교수는 “지구상에 있는 식물의 광합성 능력이 0.1% 떨어지는 것을 막으면 한국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다”며 “기온을 감지하는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키거나 유전자의 신호전달을 막으면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대기온도센서는 □다.


안 교수는 하나의 유전자가 개화시기 모두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개화시기는 대기온도를 감지하는 유전자끼리의 상호작용이란 것이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것을 똑딱이 스위치가 켜지는 것에 비유한다면 많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식물대기온도센서는 똑딱이 스위치의 조합인 셈이다.

 

 

 



답 : 수없이 많은 똑딱이 스위치의 조합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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