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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연구 인력 많아야 멋진 기업”

김은경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과학을 선택한 인생이 행복해”

“어렸을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고 그래서 과학자가 되었죠. 오르내림도 있었지만 과학을 한 덕분에 평생 즐겁게 살았어요. 지금도 과학 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우린 참 행복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연구 결과로 이어진다’라며 즐거워해요.”

28일 ‘제4회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 대상’을 받은 김은경(50)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과학자가 천직인 것 같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중학교 성적표를 우연히 봤는데 꿈이 과학자라고 적혀 있었다”며 “부모님이나 고교 화학 선생님도 이 길을 권해 자연스럽게 과학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 상은 여성 과학자의 활약상을 알리고 연구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함께 만들었다. 대상 상금은 3000만원. 김 교수는 2001년 동아사이언스와 한국연구재단가 주관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제1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받기도 했다. 1982년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학사)한 뒤 서울대 화학과에서 석사, 미국 휴스톤대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과학이 참 즐거웠다고 강조했다. ‘이것만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연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바로 잊어버리고 신이 난다고 한다. “원래 어려움이 있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내가 스치고 지나간 곳에 다른 사람이 와서 같은 고생을 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이 분야를 진전시켜 놓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일했다”고 말했다.




김은경 연세대 화공생명학과 교수


전기 통하면 색깔 변하는 고분자 물질 연구


김 교수의 주 연구 분야는 전도성 고분자 즉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물질이나 빛을 받으면 성질이 변하는 고분자 물질 등이다. 그는 “1980년대 이 물질을 처음 만든 사람들은 노벨상을 받았다”며 “아직 시장에 크게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디스플레이나 태양전지 등에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전도성 고분자는 유기 물질이다 보니 가볍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거나 두께를 조절하기 쉽다. 중금속을 쓰지 않아 환경에도 좋다. 김 교수는 “우리 실험실은 고분자 물질이 전기가 흐르는 정도에 따라 색이나 형광이 달라지는 연구를 많이 한다”며 “이게 발전하면 다양한 칼라의 전자종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미있는 응용 분야로 입는 태양전지를 들었다. 옷만 입고 있어도 휴대전화나 노트북PC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도성 고분자위에 스템셀의 성장을 전기적으로 조절하는 연구를 하고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국제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외에서 120건의 특허를 받았다. 2006년에는 나오바이오융합연구클러스터단장을 맡아 11개의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산학연 연구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와 고분자를 붙여 바이오소재를 만드는 등 연구 폭을 넓히고 있다.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 때론 힘들어


김 교수에게 여성과학자로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물었

더니 “남편과 양가 부모님들이 많이 도와줘 다른 사람들보다는 힘들지 않았다”면서도 “여성 과학자에게 출산과 육아가 여전히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후에 더 힘들었다고 한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아이가 갈 곳이 없었던 것. 가사도우미를 썼지만 맘에 안 맞는 일이 생겨 속상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남편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더 힘들었던 것은 경직된 남성위주의 문화였다. 중요한 결정이 내려져야 할때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을 남성위주의 조직이나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 참고 함께 해야 할 때 속으로 참 힘들었다고 한다.

“여성이 아무래도 네트워크가 부족해요. 남자들 어려운 일 해결할 때 주위 네트워크 잘 이용하곤 하잖아요. 저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위에 바로 전화하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무래도 남자들만큼 네트워크가 넓지는 않아 아쉽죠.”

그래도 걱정거리가 있으면 혼자 끙끙대지 않고 바로 주위 사람들과 상의하는 성격이 도움을 많이 주었다. 대학을 다닐 때도 진로 등으로 걱정할 때 김 교수는 바로 교수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봤자 어차피 답 안 나오잖아요. 요즘도 궁금한 게 있으면 해당 분야의 학자들에게 바로 물어봐요.”




김은경 교수는 28일 ‘제4회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 대상‘을 수상했다.


여성 과학자 리더 적극적으로 키워야


김 교수는 사회가 여성 과학자를 더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특히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얼마 전에 조사했는데 아모레퍼시픽은 연구소의 여성 인력이 70%가 넘어 모범 기업으로 뽑혔죠. 이런 기업이 늘어야 해요. 또 기업에서 여성을 임원으로 적극적으로 승진시켜야 여성을 위한 정책이 더 많이 나옵니다.”

2000년대 들어 정부가 여성 과학자를 양성하는 정책을 많이 폈다. 연구소나 대학, 기업에서 여성 인력 채용을 늘리는 할당제 등이 좋은 예다. 김 교수는 할당제가 좀더 적극적으로 꾸준히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성 인력을 양성하는 정책이 주춤한 느낌이에요. 그동안 키운 여성 중견 더 큰 리더로 키워서 역할 모델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후배 여성들도 보고 따라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김 교수는 자신이 받은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이나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도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사회생활을 하면 주위의 인정을 받는 게 참 기분 좋은데 이런 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게 수상 소감을 묻자 “솔직히 기쁘다”며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제 주위에서 절 도와준 분들이 참 많아요. 그분들께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후배 여성들이 정말 똑똑한데 의지가 약한 면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눈치 보지 말고 몸도 잘 챙기면서 공부하라고 격려했다. “민감하다고 할까 여성이 그런 면이 있어요. 그런 점을 잘 극복하고 앞으로 꾸준히 공부와 연구에 정진해줬으면 합니다.”




형광고분자 표면을 빛으로 패턴한 표면에 스템셀이 패턴되는 연구결과가 표지로 선정됐다.
김은경 교수의 ‘이것만은 꼭!’
○ 중견 여성과학자를 과학계 리더로 키우자!
○ 기업에서 여성 연구 인력 채용을 늘리자.
○ 박사 학위 끝낸 여성 인력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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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교수는
1982년 연세대 화학과 학사
1984년 서울대 화학과 석사
1990년 미국 휴스톤대 화학 박사
1992년~2004년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원
2006년~2008년 한국과학재단 선임직 이사
2004년~현재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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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향후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됩니다.
※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하며 허가없이 타 사이트에 게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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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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