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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표준 놓고 아시아3국 미묘한 신경전



 

 



한방 과학화 시급


흔히 침을 맞았을 때의 짜릿한 느낌을 ‘득기감’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득기(得氣)’를 느끼면 침의 효과가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이처럼 침을 보편적인 치료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동일한 부위를 치료하면서도 나라마다 침 종류는 물론 침을 꽂는 위치와 시술 방식은 서로 다르다. 특히 아시아에서 사용되던 침술이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침의 국제 표준화가 한중일 과학계의 미묘한 신경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호주, 베트남 등 여러 나라들도 나름의 진용을 갖추고 독자적인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단 중국 주도의 표준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침 시술법 국제 표준을 정하면서 한국이 제안한 경혈이 부각되면서 견제도 심각해졌다.

올해 초 국내에서 개최된 표준화 회의에 중국이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7년부터 이미 2차례 열린 포럼에 참석해온 중국이 3차 포럼에 불참을 통보한 것은 주최국 한국을 영향권 안에 묶어두려는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중국 침구학회 주도로 개최하려던 국제 포럼이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불참 결정으로 무산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독자적인 침술 문화를 키워온 일본은 역시 동등한 자격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본은 연간 3억6000만개 침을 생산해 생산량 측면에서 중국과 한국 다음으로 3위에 머물지만 표준화는 한국보다 앞서 있다. 2005년 한국보다 한발 앞서 일본공업표준위원회에서 국가표준을 만들었다. 한국은 올 8월에서야 비로소 KS 규격을 제정했다.




살얼음판 걷는 표준화


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 표준화의 주도권을 둘러싼 지형은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국제 표준화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한해 수십조 원에 이르는 시장 주도권의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종주국 지위 보장을 요구하는 중국과 동등한 참여자를 주장하는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상황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최선미 표준화연구본부 침구경락연구센터장 “표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특정 국가가 부각될 경우 훗날 표준화 추진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경쟁이 아니라 공동 모색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연구 분야는 중국과 협력을 계속하면서 일본과도 공조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최 센터장은 “침체(침이 몸 안에 들어가는 부분)의 길이, 굵기 등 각국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 민감한 부분은 협상 분야에서 빠져있다”며 “내년부터 ISO에서 진행되는 협상 과정에서 주로 안전성 문제 등이 중점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자들은 국제화 표준화의 논의 속에서 한국이 실리를 찾으려면 침과 뜸 등 한방시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연구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침과 뜸은 효능이 있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이를 입증할 만한 체계적 연구가 부족했다.

연결 조직의 형태와 득기감 사이의 관계를 밝히면 덜 아프면서도 침을 맞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신종 침을 만들 수도 있다. 흔히 사용되는 침의 표면은 매끄러워 득기감을 주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 개발된 빗살무늬 침도 여기에 착안했다. 침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무늬를 넣어 찌를 땐 아프지 않고 조금만 돌려도 연결 조직을 쉽게 자극하는 방식이다. 과학적 뒷받침과 국제 표준규격을 기반으로 아이디어 기술을 선보인다면 경쟁력 있는 침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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