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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속살까지 손에 잡히네



 



포털 항공사진이 위성보다 8배나 선명


“사진 속살 좀 보세요. 대박인데요.”

올해 2월 말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의 연구원들은 한 항공사진 앞에 모여 탄성을 질렀다. 사진에는 그동안 바닷물에 가려졌던 충남 태안군 근소만의 독특한 갯벌지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전에 사용하던 인공위성 사진은 갯벌의 절반이 바다에 잠겨 있어 연구팀은 연구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 포털에서 위성보다 정밀한 항공사진 찾아


속살이 드러난 갯벌 사진은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의 지도 서비스 ‘스카이뷰’의 항공사진이었다. 국내 항공사진회사인 삼아항업이 비행기를 띄워 근소만 갯벌 위를 날며 찍은 것으로 해상도는 무려 50cm. 1~2m 크기의 작은 지형도 특징이 잘 드러난다. 연구팀이 사용하던 인공위성 사진의 해상도가 4m이니 약 8배나 세밀한 셈이다. 이 ‘대박 자료’를 발견한 것은 연구원들의 습관 덕분이었다.

“위성이나 항공사진을 보는 것이 일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지도를 유심히 봅니다. 당시 다음이 새로운 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연구 지역인 근소만을 봤는데 낯선 갯벌지형이 눈에 들어왔어요.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유주형 선임연구원은 “해상도가 높아 갯벌을 뒤덮은 밀물이 썰물 때 빠져나가는 통로인 ‘조류로’가 선명히 드러난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개울이 모여 강이 돼 바다로 흘러가듯 갯벌을 채운 바닷물도 작은 조류로를 거쳐 큰 조류로에 모여 빠져나간다. 이때 갯벌의 성분에 따라 조류로의 형태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조류로를 보면 갯벌의 성분을 알 수 있다. 유 연구원은 “갯벌은 대개 모래와 진흙으로 이뤄졌는데 진흙이 많을수록 작은 지류가 많이 생긴다”며 “큰 지류에서 가장 작은 지류까지 몇 번 분화했는지를 세면 진흙의 함량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 달간 사진 600장 퍼즐 맞추듯 붙여


정밀한 갯벌사진을 발견했다고 바로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에 올라온 작은 사진을 붙여 근소만 전체의 사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근소만을 부분별로 찍은 사진 600여 장을 한 달에 걸쳐 일일이 이어 붙였다. 엄진아 연구원은 “사진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좌표에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고 회고했다.

연구팀은 근소만의 고해상도 사진을 만든 뒤 미세한 수정을 거쳐 실제 지도와 좌표를 일치시켰다. 기존 사진에 나타나지 않던 갯벌 지형이 많다 보니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지 탐사도 자주 나갔다. 갯벌 중 육지에서 먼 곳은 거리가 5km가 넘는다. 연구팀은 탐사 시간을 늘리기 위해 썰물 때 빠져나가는 바닷물과 함께 나가 시료를 채취하고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보다 앞서 돌아온다. 밀물이 되면 다른 곳보다 낮은 조류로에 먼저 물이 차 어느새 강처럼 거대해진다.





연구팀은 최근 항공사진과 현장 연구를 기반으로 근소만의 구성성분을 밝히고 세부 지형도를 만들어 11월 초에 열린 한국해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갯벌 퇴적물과 지형의 높낮이를 알면 지역별로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유주형 연구원은 “갯벌에 바지락이나 바닷게 등 어떤 생물이 얼마나 많이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갯벌의 가치를 더 자세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으로 우리나라는 진흙이 많이 섞인 갯벌 연구에서 다른 나라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갯벌이 없거나 대부분 모래로 이뤄진 다른 나라와 달리 한반도에는 진흙과 모래가 섞여 있는 갯벌이 많다. 이처럼 유리한 연구 환경에 항공사진 분석이라는 새로운 방법이 가세한 셈이다. 다만 유 연구원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한 사진이라 연구 논문에 사용하는 데 제약이 없는지 의문”이라며 “근소만 지역의 사진이라도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의 관계자는 “다음 스카이뷰의 사진이 연구에 사용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저작권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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