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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이동한 자리, 은하처럼 예뻐요!




세포 소기관의 모습이 마치 우주에 떠 있는 별을 보는 것 같다. 왼쪽 위부터 골지체, 소포체, 액포, 엽록체의 모습. 사진제공 식물 단백질 이동 연구단.


[창의연구단]김혜란 식물 단백질 이동 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와~ 별 사진 같네요!”

포스텍 생명과학과의 ‘식물 단백질 이동 연구단’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감탄사를 날린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식물 단백질의 모습이 형형색색으로 표시돼 우주의 성단과 성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저희 연구결과가 좀 예뻐요. 식물세포에서 단백질의 이동을 보려면 색깔로 표시하는 게 좋거든요. 그래서 각 단백질에 빨강, 초록의 형광 단백질을 달고 현미경으로 관찰합니다. 마치 우주의 모습을 촬영한 것 같죠?”

김혜란 박사후연구원은 그림을 보며 엽록체, 소포체, 골지체 등의 소기관을 설명했다. 이렇게 현미경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해서 각 단백질이 어디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저를 취재하시려고 서울에서 포항으로 시간 맞춰 이동하셨잖아요. 세포 내 단백질도 마찬가지로 정확한 시기와 장소에 이동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백질의 이동과 기능을 이해하면 단백질이 합쳐져 세포가 됐을 때 전체적인 역할도 가늠해볼 수 있게 되죠.”





식물 단백질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면 연구단이 만들고자하는 ‘인공세포’의 기능도 정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비타민A 함량이 높아지도록 세포를 수정해 황금쌀을 만든다거나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첨가된 식물체로 백신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그래서 20명 남짓의 연구원들은 각자 소기관을 주제로 잡아 단백질을 연구하고 세포 내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다.

김혜란 박사는 “식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이로운 뭔가를 얻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며 “식물 단백질 이동은 기초적인 연구이지만, 결국은 현실 생활에 사용하게 될 식량자원, 의료용 제재, 대체 에너지 개발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단서 10년째 생활 중…‘액포’ 연구에 집중
박사가 연구단에 온 것은 2000년.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생명공학 쪽으로 석사 진학을 고민하며 포스텍에 원서를 썼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면접을 포기하고 말았다.

“연구단장님인 황인환 교수님과 인연이 있었던지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공부하러 오겠다고 하고 소식이 없으니 이상하게 여기셨나봐요. 그렇게 창의연구단 연구원부터 시작해 2007년 2월에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벌써 포닥 3년차네요. 연구단에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요. 하하.”

10년 동안 연구단 생활을 하다보니 식물 단백질 이동에 관한 개별 테마 연구는 거의 다 지켜보게 됐다. 초창기 연구단의 연구 주제는 스트레스 저항성 식물체 개발을 위한 단백질 연구였고, 이것은 연구단의 큰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혜란 식물 단백질 이동 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식물은 주변 환경이 나빠지면 한 번의 가수분해 반응으로 ABA(Abscisic acid, 아브시스산)를 생성해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 같은 연구단의 이광희 박사는 이 내용을 밝혀내고 2006년에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셀(Cell)에 논문을 게재했다. ‘가뭄에 이기는 식물’ 등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학위 논문을 시작하면서 액포로 단백질이 이동하는 기작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세포의 골격이 망가졌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을 찾다보니 액포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액포는 식물세포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고 노폐물 분해, 유용 물질 저장, 항상성 유지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소기관이라 연구할 거리가 많습니다.”

식물도 물질대사를 하기에 노폐물이 생긴다. 액포는 이런 노폐물을 분해해 세포 내 필요한 다른 단백질로 합성할 수 있게 한다. 또 세포에 해를 주는 독성도 없애며 세포를 팽팽하게 부풀게 하는 팽압과 pH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김 박사는 세포의 골격의 하나인 ‘액틴 필라멘트’가 액포 단백질의 이동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내 2005년 플렌트 셀(Plant Cell)에 게재하였다. 최근에는 액포 단백질 수송 기작과 함께 세포 분열에 관한 단백질 이동 기작들에 대한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 박사는 “사실 연구단에서는 액포뿐 아니라 엽록체,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등 다양한 세포 소기관의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연구원 한 명이 각자 프로젝트를 이끄는 과정에서 과학자의 소양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연구단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액포를 연구하는 김혜란 박사와 엽록체를 연구하는 이숙진 박사과정 연구원은 7년 동안 단짝처럼 지냈다. 함께 공연도 가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즐기다보니 연구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감옥, 아니죠~ ‘감성 연구단’ 맞습니다!
김 박사가 처음에 포스텍에 입학한다고 했을 때 주위 친구들은 ‘감옥’에 갇힌다고 표현했다. 2000년 당시 학교 주변에는 번화가도 없었고 밖으로 나가도 극장은 70년대식이었다. 그야말로 문화적으로 갑갑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환경이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기혼자 아파트도 잘 마련돼 있고, 연구시설 들도 잘 마련해줘서 연구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어요.”

게다가 황인환 교수는 이런 환경을 고려해 연구단 전체가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한다. 음악회, 뮤지컬 등은 연구원들의 감성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매년 식목일에는 황 교수가 연구단원 모두에게 식물 화분을 하나씩 선물하기도 한다. 다소 팍팍할 수 있는 연구생활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이라는 게 연구단원들의 전언이다.

“연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하면서 학교에 멀구슬나무 한 그루 심었습니다. 이 나무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고 사시사철 보기에 좋아요. 또 지금까지 공대에 없던 나무라서 특별하기도 하고요.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처럼 우리 연구단도 계속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창의연구단에 이어 도약연구단까지 10년 동안 정부의 지원을 받아 큰 수혜를 받았다는 김 박사. 그는 자신이 받은 것을 돌려줄 수 있는 연구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젊은 과학자들이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중장기 프로젝트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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