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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풀어보는 B.L.U.E.의 비밀




청색구조


‘화가의 암살자’ 오명 벗을까
지난달 미국 오레곤주립대 화학과 밀튼 해리스 교수팀은 독성이 없고 색이 잘 바라지 않는 새로운 청색 안료를 개발했다. 이 청색 안료는 공기 중의 산소나 수분에 섞여 나오지 않고 고온에도 분자구조가 잘 변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청색물질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브라보(bravo)’를 외쳤다던데, 도대체 왜 청색 안료가 중요한 걸까. 청색(B.L.U.E.)의 키워드에 맞춰 청색 안료의 비밀을 살펴보자.




● Bravo(브라보)!
해리스 교수팀이 처음부터 청색 안료를 개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교수팀은 망간과 산소가 결합된 망간산화물이 ‘강유전성’과 ‘강자성’을 동시에 갖게 만드는 연구 중이었다. 강유전성은 스스로 양극(+)과 음극(-)을 띠는 것을 말하며 ‘강자성’은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자성을 띠는 것을 의미한다. 강유전성과 강자성을 동시에 가지면 기존 반도체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차세대 메모리 소자 등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런데 1200도 고온의 노에서 결합된 망간산화물을 꺼내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망간산화물이 밝게 반짝거리는 푸른색을 띠있던 것이다. 금속이 일부 함유된 청색을 띠는 화합물은 자연에서도 드물고 대부분 청금석이나 에메랄드 같은 보석으로 이용될 만큼 가치가 높다. 연구팀은 연구 방향을 강유전성과 강자성이 아닌 ‘청색 안료로 쓸 수 있는 망간산화물’로 바꾸었다.

분석 결과 청색 망간산화물은 망간이 삼각쌍뿔 형태의 분자구조로 결합된 상태였다. 삼각쌍뿔은 밑면이 삼각형인 피라미드가 위아래로 붙어있는 모양으로 화학적으로 안정된 구조다. 이 청색 안료는 열이나 산성 물질에 변성되지 않고 오랫동안 본연의 색을 잃지 않았다. 기존 안료와 달리 독성도 없었다. 교수팀은 청색 안료의 성분과 구조를 미국화학회지 11월자에 발표했으며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 Lapis lazuli(청금석)에서 시작되
인류 역사에서 청색이 사용된 것은 기원전 5000년부터다. 하지만 나무열매(붉은색)나 나뭇잎(녹색), 흙(붉은색, 노란색)에서 구할 수 있는 색과 달리 청색은 구하기 힘들어 매우 귀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 청색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청금석(lapis lazuli)뿐이었다. 청금석은 알루미늄이 포함된 광물로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많이 산출돼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역사유물에 많이 사용됐다.

청금석은 찬란한 색을 띄었지만 원료를 구하기 워낙 힘들고 가격도 비싸 8세기 후반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코발트블루’가 청색 안료로 활용됐다. 코발트블루는 산화코발트와 산화알루미늄의 화합물로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화학적으로 안정하지 않아 공기에 쉽게 변성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코발트블루 다음에 등장한 청색 안료는 ‘프러시안블루’와 ‘울트라마린’이다. 프러시안블루는 철이 함유된 청색 안료로 18세기 초반 합성됐다. 프러시안블루는 빛이나 산성물질에 강하고 색이 선명하게 나타나 미술작품에 많이 활용됐다. 울트라마린은 알루미늄이 포함된 안료로 초기에는 유리에서 뽑아냈다. 하지만 1928년 고령토에 황과 규조토 등을 섞어 섭씨 800도로 가열하는 합성법이 개발되며 전부 인공적으로 만들어 사용되고 있다. 두 청색 안료는 물감이나 크레파스는 물론 인쇄용 잉크나 페인트 등의 공업용품에도 사용되고 있다.




● Unhealthy(건강에 유해하고) Eternity(영원함)과 거리가 먼 청색
광물에서 추출한 청색 안료는 가격이 비쌌고 인공적으로 합성한 청색 안료는 독성 물질을 내뿜었다. 코발트블루에 함유된 코발트는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알려졌으며 공기 중에 섞여 호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 프러시안블루는 독극물인 시안화물을 방출한다. 시안화물은 주변물질과 잘 화합해 고체, 액체, 기체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청색 안료는 종종 여러 화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암살자’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또 청색은 색이 잘 바랜다. 대개 무기안료는 유기안료에 비해 색이 오래 지속되고 외부의 온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청색을 내는 물질의 분자구조는 열이나 산성 물질 등에 약한 편이다. 분자구조에 포함된 청색을 내는 물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시스틴 성당의 벽화 ‘최후의 심판’처럼 청색 안료를 사용한 미술 작품들은 대부분 복원 작업을 필요로 한다. 초기의 강렬하고 반짝이는 청색이 빛을 잃기 때문이다. 최후의 심판에 사용된 울트라마린은 분자구조를 이루는 황이 떨어져나가며 변색된 것으로 밝혀졌다.

청색 안료가 가진 고유의 단점 때문에 미국 오레곤주립대 연구팀이 개발한 청색 안료에 화학자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새 안료는 화학적으로 안정돼 빛깔이 거의 변하지 않고 독성을 내는 물질도 섞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청색이 가진 치명적 아름다움도 미래에는 사라질 수 있을까.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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