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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도사가 전하는 ‘커피 분석학’



 



“94도 온도로 4분간 추출, 농도는 1250ppm에 맞춰야 최상”


겨울철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커피가 인기다. 고온의 증기로 커피원액을 뽑아내는 에스프레소는 특유의 쓴 맛을 자랑한다.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기기 위해 우유나 설탕, 크림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커피 마니아들은 아무것도 섞지 않은 순수한 커피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원두의 맛을 그대로 즐기기 위해서다. 뜨거운 물을 커피원두 가루에 부어 미세한 커피입자만을 내려 마시는 것이다. 커피 잔 위에서 그대로 커피를 추출하는 ‘핸드드립’ 방식이 주로 쓰인다. 드물게 소이폰 등 특별한 커피제조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맛이란 주관적이다. 사람에 따라 커피 맛에 대한 평가가 각각 다른 이유다. 하지만 ‘이런 맛이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다’는 기준은 존재한다. 전문적인 커피맛 감별사, 커피제조 전문가(바리스타) 등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다.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을 80% 이상 점유하고 있는 동서식품에도 10명 이상의 전문 커피맛 감별사가 활동하고 있다.

맛있는 커피는 어떤 기준에서 나눠지는 걸까. 수년간 경험을 쌓지 않아도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없는걸까. 커피전문가인 배동근 BAI’s 커피분석실 실장은 “고급 원두를 사용하면 당연히 맛과 향이 더 좋겠지만 커피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커피를 10년간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 커피 추출과정에서 그 맛을 조절하는 방법을 정립해 냈다”고 소개했다.



비밀 1. 커피의 농도와 추출 비율
“제 커피는 1250ppm(피피엠·1ppm은 100만분의 1) 농도로 만들어주시고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4분 30초로 해 주세요. 4분에 맞추면 조금 싱겁더라고요.”

이런 주문을 한다면 그대로 응할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 있을까.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BAI’s 커피분석실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 다만 이곳에선 일반인을 위한 커피를 팔지 않는다. 커피를 전문으로 연구, 분석하는 개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분석실험을 위해 주인인 배 실장이 10여 년 간 수집한 커피분쇄기계, 각종 커피 제조기, 전자저울 등 실험 도구가 그득하다.

배 실장은 10여 년 전 커피가 좋아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떠났다. 그가 설립한 ‘제주도 커피빌딩’은 국내 커피 마니아 사이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진 명소였다. 이런 그가 최근 건물을 정리하고 용인으로 옮겨 새롭게 커피분석실을 열었다. 그간 연구했던 성과를 전파하려면 제주도 보다는 수도권이 더 유리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배 실장이 강조하는 커피 맛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는 “사실 맛있는 커피의 비밀은 1970년대에 대부분 과학적인 분석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미국 커피양조센터(CBC) 등 전문적으로 커피를 연구하는 기관에서 수년간 커피맛 감별사들을 통해 실험한 결과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적의 커피농도는 1250ppm. 여기서 5% 정도의 오차 범위 안에 들면 맛있는 커피로 구분된다.






그에 못지않은 기준도 있다. 커피 원두의 성분 중 얼마나 많은 양을 물에 녹여 냈는가를 살피는 ‘추출 비율’ 이다. 커피 원두 성분 중물에 녹는 것은 28% 정도. 이 중 16~22% 정도만 녹여냈을 때 커피의 맛과 향이 가장 우수하다. 그 이상 추출해 내면 쓰고 텁텁한 맛이 강해지며, 그 이하로 추출하면 커피의 맛을 모두 꺼내지 못한다.

배 실장은 “농도, 또는 추출 비율 중 한 가지만 잘 지켜도 먹을 만한 커피”라며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맞춰 낸다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기준에 맞춰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걸까. 배 실장은 아마추어 커피 애호가 들을 위해 간단한 농도 맞추기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1250ppm에 농도를 맞추려면 커피잔 한 잔 분량의 물(150cc)에 볶아진 커피원두 8.2g이 필요하다”면서 “흔히 파는 10g 정도의 개량스푼을 구비해 두고, 여기에 물 180cc 정도로 맞춘다면 거의 정확하게 1250ppm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이럴 경우 반드시 슈퍼마켓 등에서 흔히 판매하는 종이로 된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다른 필터를 쓰면 성분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커피의 추출비율은 어떻게 맞출까. 물의 온도와 시간이 변수다. 배 실장은 “온도는 94도, 시간은 4분 정도로 맞추되 6분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의 온도를 재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액체이기 때문에 온도계를 쓸 면 된다. 커피 등 음료의 온도를 재는 전용 온도계도 판매되고 있다. 커피 3잔 정도의 물을 펄펄 끓인 후 잠시 기다려 96도 정도에 맞춘 후 갈아낸 커피가 들어 있는 여과지에 천천히 붓기 시작한다.

물의 온도는 다 붓고 나면 보통 92도 정도로 내려간다. 평균 94도 정도의 온도에서 커피를 내리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또 여과지의 투습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500cc 정도의 물이라면 4~5분 이 정도에 추출을 끝낼 수 있다.




비밀 2. 색깔이 중요해
커피맛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흰 커피콩을 갈색으로 볶아내는 ‘로스팅’ 과정이다. 대부분의 바리스타들은 콩이 볶아진 상태를 보고 눈대중으로 결정한다. 비교적 과학적인 방법을 쓰는 경우에는 미국 아그트론(AGTRON) 사에서 만든 색상조견표를 쓴다. 이 정도로도 일반적인 커피맛을 맛을 맞추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배 실장은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대량으로 커피를 볶을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맛을 정확하게 조정하기 위한 정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 그는 청계천 등지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부품을 깎아 커피콩을 한 알 또는 두세 알만 공중에 띄워 둔 상태에서 볶아내는 기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표로 정리했다. 커피 전문가들이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 콩 한 알만 집어내 표에 맞추어 보면 정확하게 그 상태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조견표를 만든 것은 배 실장이 최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커피전문서적을 살펴봤지만 커피콩 한 알이 익어가는 과정을 분석한 자료는 없었다”면서 “아마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백 실장은 이 실험 장비를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커피콩 한 알이 익어가는 과정을 동영상 등으로 촬영하고, 그 표면의 물리적 상태변화 역시 꼼꼼히 살폈다. 대학 실험실 등을 찾아 전자현미경으로 콩의 표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은 모두 정리해 조견표로 만들고 있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섭씨 200도 온도에서 15분 정도를 볶을 경우 커피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까맣게 변한다. 백 실장은 “수많은 실험 결과 커피콩은 약 10분 정도를 지났을 때 적당한 갈색에서 벗어나 기름이 분출되기 시작한다”면서 “200도 온도에서 9분 정도 볶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향미가 뛰어난 커피를 먹는 방법은 없는 걸까. 배 실장은 “먹을 만큼만 사다 놓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에는 원하는 원두를 볶아서 파는 전문점도 많이 늘어난 만큼, 1주일 안에 먹을 수 있는 양 만큼만 사서, 커피를 마시기 직전에 갈아내 마시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는 가정에서 직접 커피를 볶을 수 있는 저렴한 개인용 로스팅 기계도 판매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면서 “작은 병 여러 개를 사서 한 번에 먹을 만큼만 커피를 담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배 실장은 조만간 지난 10년간 연구한 커피 분석 자료를 합쳐 ‘커피분석기술’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배 실장 자비로 인쇄하고 책 구입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팔 계획이다. A3판형 올 컬러 크기로 1000페이지 가 넘는 큰 책이다. 200부만 한정 출간한다. 한 권 가격은 인쇄, 출판 비용의 200분의 1만 받을 생각이다. 이러다 보니 권당 가격은 1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윤은 남기지 않을 겁니다. 돈을 벌려고 파는 게 아니거든요. 한정판으로 찍다보니 가격은 비싸지지만 사가는 사람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분석 자료를 가질 수 있어요.”

이런 배 실장에게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커피를 연구하는 이유를 물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면 그날 하루가 행복하고 즐겁거든요. 이런 행복을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누렸으면 하는 거죠. 한 잔 더 드릴까요?”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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