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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그런 식으로 굽지마라! 맛없다!



 



신문지로 구운 고구마 맛없는 이유…온도가 비밀, 군고구마 맛의 3대요소와 밀접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주. 유독 길거리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군고구마 장수가 많다. 수능을 마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시작했다는 그들은 장작이 없는지 야채가게에서 조달한 박스와 신문지를 태워 고구마를 구웠다.

오랜만에 군고구마를 한아름 사들고 집에 들어가 맛을 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건 정말 아니었다.’

군고구마의 맛은 온도가 결정짓는다. 고구마에 포함된 당분, 전분, 아미노산, 수분이 열을 받아 서로 합쳐지거나 날아가거나 변하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구울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나무를 사용한다. 나무가 타는 온도는 섭씨 280~340도. 하지만 종이가 타는 온도는 218~246도에 불과하다. 신문지는 그보다 낮은 175도에서 탄다. 고구마를 굽는 온도 자체도 낮지만 땔감이 타는 시간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군고구마를 굽는 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군고구마는 불과 맞닿아 구워지기보다 통 안의 공기 전체가 뜨거워지며 익는 구조다. 즉 빨리 타버리는 종이를 태우면 땔감을 보충하기 위해 문을 자주 열어야 하고, 결국 내부 온도가 내려가 군고구마가 맛있게 익을 만큼 달아오르지 않는다.





고작 온도라는 차이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한 역할을 할까 싶지만 군고구마 맛의 3요소는 모두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추운 겨울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 껍질을 벗기고 노란 속살을 호호 불어가며 먹기까지 군고구마는 자신의 세 가지 매력을 뽐낸다. 가장 먼저 음미할 수 있는 것은 군고구마 특유의 향기다. 달착지근한 향에 뭔가 모를 구수한 냄새는 가장 먼저 입맛을 자극한다.

군고구마 특유의 향기는 당분, 전분, 아미노산이 만든다. 전분은 구워지며 고소한 냄새를 내고 당분은 ‘캐러멜 향’을 풍긴다. 설탕을 가열할 때 나는 달착지근한 향이 바로 이 캐러멜 향이다. 아미노산은 열을 받으면 당분과 결합해 캐러멜 향의 쓴 향을 줄여 고소함과 단 냄새를 잘 어우러지게 한다.

신문지로 구운 고구마는 구워진 온도가 섭씨 100~200도 정도로 낮아 당분과 아미노산이 잘 결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분에서 발생하는 캐러멜 향도 거의 없다. 군고구마 특유의 향이 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신문지에 포함된 인쇄용 잉크의 냄새가 군고구마에 배 입맛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다.

이제 껍질을 벗겨 보자. 군고구마의 껍질을 벗기며 기대하는 것은 갈색과 노란색의 중간 정도인 ‘노릇노릇한 속살’이다. 고구마는 그 자체로 노란색을 띠는 ‘카르테노이드’ 계 색소를 갖고 있다. 이 노란색에 당분이 가열돼 캐러멜로 변하며 갈색을 추가하게 된다. 아미노산 역시 열을 받아 당분과 결합해 갈색을 보기 좋게 만든다.

하지만 온도가 낮으면 고구마의 당분이 구워지지 않아 갈색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군고구마 특유의 노릇노릇한 속살이 사라지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군고구마를 한입 먹어 볼 차례다. 군고구마는 찐 고구마보다 더 달게 느껴진다. 단지 느낌의 차이는 아니다. 실제로 더 달다. 뜨거운 공기 속에서 고구마를 구우면 고구마에 함유된 수분이 날아가 버린다. 수분이 날아가면 당분이 농축돼 단맛이 강해진다.

수분이 날아가 버린 군고구마는 찐 고구마와 씹는 느낌도 다르다. 찐 고구마가 푸석푸석한 느낌이라면 군고구마는 세로 방향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달착지근한 줄기를 씹는 기분이다. 실제로 군고구마를 반으로 뚝 잘라보면 단면이 고르지 않고 엉킨 실 같은 조직이 삐쭉빼쭉 솟아 있다. 이 조직은 수분이 날아가며 당분과 전분이 서로 뭉쳐 단단해진 것으로 단맛 또한 농축돼 있다.

하지만 땔감을 보충하느라 문을 자주 열게 되면 공기 온도가 낮아져 수분이 충분히 날아가지 않아 찐 고구마와 군고구마 사이의 어중간한 고구마가 된다.

신문지로 고구마를 굽는 학생들은 “장작 값이 너무 비싸 살 수가 없다”며 “장작으로 구우면 가격이 비싸진다”고 항변한다. 그래도 기왕이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장작으로 구운 맛있는 군고구마를 먹고 싶다. 맛있는 군고구마는 코로, 눈으로, 치아로, 혀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도움말=한국식품연구원 식품진흥연구본부 김성수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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