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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원인 들춰봤더니…심리적 부검 국내 첫 실시

보건복지부 자살자 3명 사례 첫 발표

 


● K씨 사례


K씨(27·남)는 500만원을 대출받았다. 매월 20만원씩 25회 나눠서 갚기로 했다. 하지만 14개월 이후 더 이상 갚을 수 없었다. 20대 중반에 채무불이행자가 됐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가 임신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중절수술을 했다. 하소연할 친구가 많지 않았다.

올해 3월 K씨는 1주일 간 집에서 누워만 지냈다. 4월에는 술 마시고 집에 들어와 가족들을 붙잡고 울었다. 그 후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K씨는 강원도 횡성군의 한 팬션에서 생을 마감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 L씨 사례


L씨(59·여)는 사채업자에 시달렸다. 남편의 도박이 문제였다. 빚에 쫓겨 점점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자신이 초라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취직해 돈을 벌어야 했던 옛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 때부터였다. 무기력해졌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L씨를 찾아온 우울증은 좀처럼 그를 떠나지 않았다. 올해 9월 24일 L씨는 자택에서 목을 맸다.

 

 





국내에도 ‘심리적 부검’이 시작됐다.

이달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자살사망자 심리적 부검 및 자살시도자 사례관리 서비스 구축방안’에서 심리적 부검 사례가 발표됐다.

심리적 부검은 자살하기 전 자살자의 행동, 주변인물 인터뷰 등을 통해 자살원인을 밝히는 작업을 말한다.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제2차 자살예방대책 5개년 계획을 시행 중이다. 심리적 부검 연구는 이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자살원인은 검사, 경찰 등 수사책임자가 조사했다. 주변정황을 조사하긴 했지만 그 폭이 좁았고, 대개 수사책임자의 추정견해가 사인(死因)으로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적확한 자살원인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자살원인을 집어내지 못하다보니 그에 맞는 자살예방대책을 내놓기도 어려웠다.

심리적 부검은 가족, 의료인, 친구, 전문가 등을 심층 인터뷰하기 때문에 이전 방법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이 방법은 1934년에서 1940년 사이 미국 뉴욕 경찰 93명이 연속해 자살하자 ‘자살 원인 규명을 위한 전문가 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첫 선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심리적 부검 사례는 핀란드의 국가자살예방프로젝트. 핀란드는 1987년 4월부터 1988년 3월까지 핀란드에서 발생한 1337건의 자살사건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했다. 여기서 밝혀진 원인을 유형화해 1991년 국가자살예방 실행전략을 수립했다.

결과는 효과적이었다. 1990년 10만 명 당 30명이던 자살률은 2005년 10만 명 당 18명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가천의대 임정수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자살원인은 사회·경제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이유를 알아야 종합적인 자살예방대책을 세울 수 있다”며 “자살 사례를 15건 정도 밖에 얻을 수 없었고 가족, 지인이 적극적으로 심리적 부검에 응한 건 3건에 불과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강의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은 “국내에서 자살로 죽은 사람의 원인이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가 이전까진 없었다”며 “사례가 적어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 부검을 시행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도 심리적 부검이 도입된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부검사례가 적어 자살 유형을 일반화할 수 없는 등이 한계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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