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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당신이 타는것은 첨단과학





‘엣지있게’ 타려면… “현대스키에 맞는 신기술 익혀야”


눈을 만난 스키어는 춤을 춘다. 극한의 경사. 믿을 것은 발 끝의 감각과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스키장비 뿐. 두개의 널빤지 위에 과감히 몸무게를 싣는다. 촤악~. 매 찰나마다 스키판의 날(엣지)은 충실하게 눈 위를 썰어 나간다. 굽이굽이 몰아친 날 자국들이 하나 둘 모여 희고 흰 설사면 위에 환희의 꽃을 피운다. 힘의 가감, 눈의 상태와 경사에 따라 변하는 리듬. 그 들리지 않는 소리에 맞춰 역동적인 동작이 펼쳐진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간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춤은 없으리.

스키 찬가를 부르는 게 굳이 기자 뿐은 아니다. 10년 전 800만 명 수준이던 방문객 숫자가 최근엔 2000만 명이 넘을 만큼 대중화 됐다. 밥 안 먹곤 살아도 스키, 스노보드 안타고는 못 산다는 골수마니아 숫자도 수십만 명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밀어닥친 한파와 폭설을 무릅쓰고 사람들은 스키장으로 몰린다. 첨단과학기술이 스키를 혁명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된 카빙 회전의 비결


스키나 스노보드를 바닥에 가만히 내려놔 보자. 옆에서 바라보면 가운데 부분이 두껍고 앞, 뒤가 얇다. 그리고 허리 부분은 바닥에서 약간 떠 있다. 맨 앞을 팁, 뒤를 테일이라고 부르고, 허리 부분은 센터라고 부른다. 떠 오른 상태를 캠버라고 한다.

위에서 바라보자. 앞 쪽(셔벨)이 넓고 허리부분으로 내려오며 좁아지다가 테일 부분으로 오면서 다시 넓어진다. 옆쪽이 둥글게 깎여 있다고 해서 ‘사이드컷’ 이라고 부른다.

1993년 여름 스키전문기업 엘란에서 처음 발표한 이 독특한 모양의 스키는 셰이프트스키, 슈퍼사이드컷스키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다 눈 위에 날(엣지)의 자국을 새기며 타는 ‘카빙’ 기술을 구현하기 쉽다는 의미에서 ‘카빙스키’라는 이름으로 통일됐다.

이 카빙스키는 순식간에 스키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출시 5년 만에 시장의 70%가 카빙스키로 바뀌었다. 현재는 100% 카빙스키만이 판매돼 카빙스키라는 이름도 잘 쓰이지 않는다.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카빙스키는 왜 이렇게 스키 옆 부분을 둥글게 깎아 두는 걸까. 현대 스키는 스키를 양 옆으로 미끄러뜨리며 회전하던 과거의 ‘스키딩’ 기술과 달리 카빙 스키의 좌우에 붙은 엣지(edge)를 눈 속에 박아 넣고 일체의 옆 미끄러짐 없이 회전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능숙한 스키어는 이런 첨단스키의 모양을 한껏 이용한다. 스키를 돌릴 때 마다 자신의 체중과 원심력을 이용해 허리 부분만 강하게 압박한다. 이 때마다 스키의 날이 눈 속으로 파묻힌다. 스키의 앞뒤가 들리고, 캠버가 사라지며 ‘리버스캠버’ 형태로 바뀌기 때문이다. 눈 속에 파묻힌 스키의 옆모습을 보면 완전히 둥글게 휘어져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스키판 자체의 ‘탄성’이다. 탄성이 강한 선수용 스키는 눈 속에 물려 있던 스키의 캠버를 원래 상태로 강하게 돌아오게 한다. 이 힘은 스키어를 위로 밀어 올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스키어를 공중으로 띄워 준다.

이 순간을 이용해 스키어는 힘을 들이지 않고 스키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런 ‘반발력(리바운드)’을 방향전환에 사용할 수 있어야 고수 반열에 들 수 있다. 능숙하지 못한 초보 스키어가 리바운드가 강한 선수용 스키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다. 스키 혼자 앞으로 달아나 버려 뒤로 내 팽개쳐지기 일쑤다.





●비싼 게 좋은 이유… “과학이 숨어 있다”


자동차의 기본 틀은 프레임이다. 여기에 엔진, 변속기, 조향장치, 타이어휠 등을 붙여 넣어야 자동차가 된다. 스키도 마찬가지다. 기본 틀을 이루는 ‘심재’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심재를 기본으로 주위에 여러 가지 소재를 쌓아 올리는 방법을 ‘사이드월’ 스키라고 한다. 고가의 스키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저가형 승용차는 프레임 없이 차의 외부 강판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모노코크’ 구조라고 불리며 가정용 승용차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스키도 마찬가지다. 우레탄 폼으로 스키의 형태를 만든 다음, 주위를 합성수지로 감싸 찍어내는 ‘캡’ 방식 스키도 판매된다. 값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안정성 등이 떨어져 초-중급자 용으로 쓰인다. 다만 생산 공정은 캡 방식이 더 까다롭다. 대량생산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스키, 스노우보드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세준 씨는 “사이드월 방식이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재료를 접착해 붙이면 되는 것이어서 수공업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드월 방식 스키를 만들 때는 심재로 어떤 것을 쓸까. 캡방식 스키처럼 우레탄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가 모델은 대부분 나무를 쓴다. 보통 가문비나무 등 부드럽고 탄성이 강한 수종을 고른다.

이 때 나무를 잘라 스키 모양으로 깎아 쓰지는 않는다. 두께 3mm 정도의 얇은 원목나무를 몇 겹이고 붙여서 만든다. 스키의 중심(센터) 부분은 특히 공을 들인다. 그물망 구조의 합성수지를 나무 결 사이마다 겹겹이 덧댄다. 그라파이트, 카본, 케플러 등 첨단소재가 총 동원된다. 나무의 부족한 장력을 보완해 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키의 중심부위를 ‘토션박스’라고 부른다. 스키가 강한 회전과정에서 비틀리는 것을 잡아주기 위해서다. 선수용 또는 최상급 스키어용 장비는 여기에 티타늄이나 알루미늄합금 등 금속제 첨단소재를 덧대기도 한다.

매번 회전할 때마다 먼저 눈 속으로 가장 먼저 파고드는 셔벨 부분에도 스키 과학기술을 만드는 첨단기술이 숨어 있다. 물체마다 진동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충격이 와도 견딜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를 겹겹이 붙여 만든다. 고급형 스키는 9~12겹 이상의 특수소재가 들어간다. 이런 소재의 두께, 접합방식 등은 제작사마다 고유의 노하우를 가지고 기업비밀로 관리하고 있다.

떨림방지를 위한 충격흡수 장치 역시 스키의 상판에 덧붙여지고 있다. 로시뇰은 VAS, 살로몬의 프로링크라는 브랜드로 자사의 충격흡수 장치를 만들어 스키에 적용하고 있다. 헤드는 2006년 스키에 전자회로를 이식한 충격흡수 장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회전 시 전달된 힘을 전자신호로 바꾸어 스키판의 뒤틀림 정도를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 스키판 앞부분의 강도를 바꿔준다.






스키 전문가들은 스키장비를 고를 때 최신 스키기술을 익힐 수 있는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봉우 알샵 테스트센터 대표는 “자신의 신체에 맞게 스키장비를 정확히 튜닝하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전문적인 튜너들의 도움을 받아 부츠의 모양, 엣지의 각도, 플레이트(올림판)의 높이 등을 조정하면 최적의 카빙스킹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 이봉우 스키 튜닝 마스터.
이봉우 마스터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SNS 대선그룹에서 국산 ‘팔코니’ 스키의 제작 담당 연구원을 지냈다. 전 로시뇰 한국 판매 총판인 엑심 이사를 거쳐 현재 전문 스키 테스트 센터인 알샵(www.r-shop.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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