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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자는 그대, 우울증 걸릴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낸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9분이다. 한평생 7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한국인은 이 가운데 약 23년을 잠자며 보낸다. 출처:동아일보 자료사진



‘잠을 허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09년 회원국 사회지표’ 속 한국인은 이렇게 외칠지 모르겠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7시간 49분)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적기 때문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 이보다 33분 덜 자는 셈이다. 수면시간이 가장 긴 국가는 프랑스(8시간 50분)였다.

특히 수험생에게 잠은 ‘공공의 적’이다. 네 시간 자고 공부하면 합격하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이란 말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총 수면 시간을 적게 할수록 합격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수면 시간을 줄이면 과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밤샘 공부해봐야 애써 외운 내용 잊어버려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로버트 하페케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잠이 부족하면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잠을 5시간 미만 잔 쥐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사이클릭에이엠피(cAMP)’ 수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AMP는 뇌의 해마상융기(hippocampus)에 있는 여러 신경 세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경험한 사건을 저장하는 해마상융기에 작용해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cAMP가 줄어들면 이런 능력이 떨어진다.

또 뇌는 깨어있는 동안 활발하게 활동한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잇는 시냅스가 많아진다. 시냅스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이 이곳저곳을 넘나든다. 뇌 기능을 높이는 활성물질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뇌의 에너지가 급격히 소모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학습능력도 저하된다. 시험전날 밤 새워 공부를 해도 막상 시험지를 받으면 머리가 멍해져 기억나지 않고 집중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상암 울산의대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 부회장)는 “깨어있는 동안 모은 정보는 자면서 뇌에 저장된다”며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잠을 자지 않으면 공부한 내용이 뇌에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씩 잊게 된다”고 말했다.




수면부족하면 우울증 걸릴 가능성 높아


잠은 심리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컬럼비아의대 연구진은 잠을 적게 잘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고등학생 1만5695명을 설문조사해 얻은 결과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수면학회가 내는 ‘수면’ 1월호에 소개됐다.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5시간미만 자는 사람은 8시간 자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71% 높았다.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도 48% 많았다. 취침시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자정 시간이 지나 잠을 청하는 사람은 밤 10시 이전에 자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4% 더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53분. 미국수면학회가 권하는 청소년 수면시간 9시간보다 1시간 이상 잠자는 시간이 짧았다. 연구진은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여러 불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럼 한국 청소년의 수면시간은 어떨까. 한국 통계청이 조사한 ‘200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은 8시간 11분을, 고등학생은 7시간 16분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33분. 역시 권장수면시간인 9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미국 청소년들보다 20분 적다.




미녀는 잠꾸러기…사실?


비만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수면시간에 관계없이 식욕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수치는 비슷한 반면 신체활동량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독일 뤼베크대 연구진은 성인 남성 15명에게 이틀 동안 4시간씩, 그 다음 이틀은 8시간씩 잠을 자게 한 후 날마다 신체활동량을 측정했다. 8시간 잔 다음날은 활동시간의 25%를 운동에 사용했지만 4시간 잔 다음날은 그렇지 않았다.

식욕 호르몬 ‘그렐린’과 식욕 억제호르몬 ‘렙틴’의 수치는 수면시간 변화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칼로리 섭취량도 비슷했다. 연구진은 “칼로리 섭취량과 호르몬 양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신체활동을 덜 하기 때문에 잠을 적게 자면 체중이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영양학전문지 ‘임상영약학저널’ 1월호에 실렸다.

수면-비만 간의 관계는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아주대 의대 김대중 교수팀은 지난해 1월 네이처의 자매지인 ‘비만’에 “하루 5시간미만 잠자는 사람 가운데 36%가 비만환자”라고 발표했다. 하루에 7시간 자는 사람들의 비만 비율은 30% 수준이었다. 5시간 자는 사람이 7시간 자는 사람보다 비만일 확률이 1.25배 높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01년과 2005년 수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20~65세 성인 남녀 8717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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