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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 받는 원자력 기술 국산화의 주역

크리스마스 이브 때도 연구… “맨땅서 원전기술 키우는건 우리”
정부가 세계 신규 원전 건설의 2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13일 발표했다. 2012년까지 원전 10기,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3세대 한국형 원전(APR1400) 수출 이후 원전을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런 성과를 놓고 산업기술계의 자축은 대단하다. 산업계가 노력한 결과 이런 성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원전 수출이 이뤄진 12월 27일을 원자력의 날로 지정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동아일보에서 진행한 대담에 나서 “30년 동안 원자력업계가 노력해서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원천기술을 연구 개발해 온 기초과학기술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산업계의 효율성 논리에 휘둘렸다간 수출은 커녕 국내 전력기술의 자립조차 위험했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원자력으로 발전기술만 연구하나?”


13일 발표한 원자력 수출산업화 전략에는 원자력 연구개발 행정체제 개편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원자력연을 지식경제부 산하에 남겨두고 기초원천기술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과학기술계는 이날 발표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 장관이 2009년 12월 29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교과부 연구개발(R&D) 기금 2000억 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넘겨받겠다는 의미의 발언 이후 파장이 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런 무리한 주문에도 원자력연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발언 역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원자력연 최대의 기술수요자인 한전과 지경부 측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 꺼려지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계 원로는 “대형원전 수출에 묻혀졌지만 연구형원자로 수출 같은 성과는 순수한 과학계의 실적”이라며 “경제성 이론으로 원천기술 개발을 등한시 했다간 영원한 기술종속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원자력연 관계자는 “원전 연구는 여러가지 원자력분야 연구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며 “동위원소, 냉중성자 등 핵물리 연구를 통한 기초과학 연구 등 본연의 업무는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원전기술, 어떻게 개발돼 왔나


APR1400 개발을 한전에서 주도한 만큼 산업계 역시 원전 개발기술 만큼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원전개발 역사를 보면 ‘기술의 확보’와 ‘과학기술의 확립’이 결코 같지는 않다.

APR1400은 영광 원전 3, 4호기에 처음 적용된 한국형표준원전(OPR1000)에서 시작된다. 한필순 전 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을 필두로 1986년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사와 공동으로 원자로를 개발키로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기술을 배우며 절치부심했다. 당시 원자력연이 한국형 원전의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던 기술은 CE의 ‘SYSTEM80+’ 원자로. 이 원자로를 독자적으로 분석, 개발해 내 한국형 원자로의 기본으로 삼았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기초과학과 산업기술을 분리하라’며 OPR-1000 개발에 활용돼던 인력 700여 명과 모든 장비를 한전으로 이관한다. 이 인력들이 노력으로 현재의 APR1400 개발을 이뤄낸 셈이다.

OPR1000을 개발하던 당시에도 국내 산업계의 반대는 적지 않았다. 한필순 전 소장은 더사이언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외국 기술로 만든 짜집기 기술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전기가 남아도는데 정치자금 내려고 대형 연구를 한다’는 비난까지 쏟아졌다”고 했다.





현재 원자력연이 주도하고 있는 각종 차세대 원자로 개발 상황도 과거의 문제점이 그대로 되풀이 되고 있다.

10MW 정도의 작은 발전량을 가진 스마트(SMART) 소형 원자로는 인구 밀도가 적은 개발도상국 등에 적합하다. 처음부터 수출을 목적으로 개발된 원자로인 셈이다. 외국에 판매를 하려면 국내에서 실증연구를 거쳐야 하지만 산업계의 반대로 이 역시 요원하다. 2002년 기본설계가 완료됐지만 ‘만들어 볼’ 곳이 없어 지금까지 답보상태에 있다가 최근에야 연구가 다시 시작됐다.

원자력연 김학노 스마트원자로사업본부장은 “이미 발전소가 건립돼 있는 고리, 울산 등의 지역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부처별 의견조율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용했던 핵연료를 재처리해 또 한 번 발전할 수 있는 ‘4세대 원자로 기술’ 도 부처별 의견차이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APR1400 수출에 ‘안전성 보증’이라는 중요한 서류를 덧붙여준 시설이 있다. 국내 유일의 원전실험용 장비인 ‘아틀라스(ATLAS)’다. 하지만 이런 아틀라스 건립 조차 산업계는 반대했었다.

아틀라스를 운영하는 백원필 열수력안전연구부장은 “반대하는 산업계 관계자들을 한 사람씩 만나고 다니면서 일일이 설득해 겨우 건립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렇게 만들어졌던 아틀라스 실험팀은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때도 전 직원이 출근했다. 미자립 기술로 알려진 3대 원전핵심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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