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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 보이-아톰’의 과학

그럴싸한 과학기술 이야기…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미래의 황폐해진 지구. 인류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하늘에 떠있는 ’메트로시티‘를 건설한다. 메트로시티에서는 로봇이 하인 역할을 하며 모든 노동을 담당한다. 인간은 모두 귀족처럼 산다.

어느 날 과학기술부 장관인 텐마 박사의 아들인 토비가 사망한다. 박사는 토비와 같은 모양의 로봇을 만든다. 토비의 모자에 묻었던 머리카락에서 기억을 추출해 새로 만든 로봇에게 넣는다. 마지막으로 무한 동력인 블루코어 에너지를 가슴에 주입한다.

로봇은 토비의 기억은 가지고 있었지만 성격은 달랐다. 결국 텐마 박사의 버림을 받고 방황한다. 그러던 토비는 지상으로 내려와 친구를 사귀면서 이름을 아스트로보이로 바꾼다.

한편, 불루코어의 반대에너지인 레드코어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스톤 총리는 로봇 토비의 에너지를 가져가려 한판 싸움을 벌이는데…….’




●돌아온 아톰, 아바타 틈새서 부모-자녀 관객 몰이


‘아바타’가 1000만 관객을 모으며 SF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차원(3D)으로 다시 제작된 할리우드판 아톰 ‘아스트로보이-아톰의 귀환’도 개봉 일주일 만에 30여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1952년 일본에서 만화책으로 처음 나온 ‘철완 아톰’은 63년 흑백 애니메이션, 82년 컬러애니메이션으로 변신했고 올해 3D로 재탄생했다.

약 60년간 아톰을 표현해주는 기법은 화려하게 발전했다. 그렇다면 20세기 중반 원작자인 데츠카 오사무 감독이 상상했던 과학기술은 21세기인 지금 어느 정도 현실화 되었을까. 그리고 ‘아스트로보이-아톰의 귀환’속에 그려진 과학은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의문1: 하늘에 떠있는 메트로시티. 대기권 내에 불가능


영화 초반부터 내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천공의 섬 라퓨타’를 연상하게 하는 미래도시 메트로시티다. 이처럼 거대한 구조물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

지상 4만5000km 정도의 거리라면 가능하다. 지구의 중력권에서 멀어진 곳으로 지구와 밀고 당기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떠 있을 수 있다. 우주정거장과 똑같은 이치다.

그러나 영화 속의 상상력은 일단 허구로 보인다. 메트로시티는 지구 표면에서 봐도 눈으로 가깝게 보일 뿐 아니라 구름이 떠 있는 모습을 보면 지구의 인력권 내에 있는 상황이다. 메트로시티 하부에는 자기장 등을 발생하는 듯한 장치가 있다. 악역인 스톤 총리로 인해서 이 장치가 파괴되면서 메트로시티는 지상으로 추락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거대한 구조물을 이처럼 부상하게 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전자기력을 통해서 중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전자기력의 힘이 너무 약해서 엄청난 무게의 도시를 지탱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근우 박사는 “이론상으론 가능하나 부양된 섬의 위 아래로 전기를 걸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실질적으로는 이같은 모습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물질로 뜰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박사는 “물질의 무게를 덜어주는 반중력 가설이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의문2: 무거운 로봇이 쌩쌩 날 수 있을까. 가능하다.


기계로 만들어진 아톰은 체구는 작지만 하늘을 쌩쌩 날아다닌다. 날개도 없다. 발에서 나오는 추력으로만 난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아직은 어려운 기술이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로켓, 비행기 등은 엔진에서 연소를 통해 입자를 배출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만일 강한 추력을 얻을 수 있는 엔진이라면 아톰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게 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연소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훨씬 가벼운 연료로 더 빠르게 더 많은 입자를 배출하면서 힘을 내야 한다. 영화를 본 KAIST 오준호 교수는 “이온엔진 등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추력을 활용하면 아톰의 비행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주)케이디미디어

이온엔진은 전하를 띈 양이온을 배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개발된 이온엔진은 유럽항공우주국(ESA)이 개발한 무인 달 탐사 위성에 실려 있다. 제논가스가 사용되며 제논 원자들이 양(+) 전하를 띠게 한 뒤 이를 배출하면서 나아간다. 이온엔진 외에도 플라스마 엔진 등이 실용화되면 아톰 식의 비행이 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날개가 없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의 로켓, 미사일에는 날개다운 날개가 없다. 위성항법장치 등으로 받은 정보를 활용해서 비행한다. 오 교수는 “현재 미사일에 쓰이는 ‘벡터링’이라는 수치 제어 기술을 최대로 발전시키고 각종 위치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아톰의 비행이 완전하게 허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문3: 무한 동력 ‘블루코어 에너지’ 실제로 있나. 아직은 없지만 가능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소재가 바로 에너지원이다. ‘착한 편’인 아톰과 ‘나쁜 X¡Ç인 스톤 총리로 선악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블루코어 에너지’와 ‘레드코어 에너지’다.

영화에서 엘레펀 박사는 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혜성에서 재료를 추출한다. 영화에서는 ‘핵연료’라고 모호하게 나와 있지만, 물질과 반물질을 활용한 핵융합 에너지로 추정된다.





지구상에는 반물질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외계에서 구해야 한다. 영화 속의 에너지는 약간만 있어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폐기물도 남지 않고 손으로 만져도 안전하다.

이러한 핵융합 에너지는 아직 없다.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국가핵융합연구소(NFRI) 권면 단장은 “우선 핵융합 발전소 단계를 거쳐 핵융합 에너지를 완성한 뒤 다른 방법으로 변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에 핵융합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영화처럼 물질-반물질을 활용한 형태의 핵융합은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다. 권 단장은 “수소, 중수소, 삼중수소에 이어 헬륨3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앞으로 반물질을 활용한 핵융합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주)케이디미디어


●의문4: 인간의 기억을 로봇에 이식한다? 불가능


아스트로 보이의 탄생 장면도 과학도에게는 의문을 던진다. 텐마 박사는 인간 토비의 머리카락에서 기억 정보를 추출해서 로봇의 메모리에 집어넣는다. 거의 100%의 기억이 로봇으로 이식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현재 뿐 아니라 앞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의공학자인 서종모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의사)는 “기억은 뇌세포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만일 유전자에 기억이 기록된다면 대대손손 지식이 전수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스트로 보이에서 묘사한 기억 이식 방법은 잘못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억은 신경세포가 연결을 늘리거나 달리하면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만 뽑아서 ‘기억 분자’형태로 옮기려는 시도도 있지만, 이것 역시 불가능하다. 서 교수는 “신경망을 복원하면 기억을 복원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 방법 역시 현재로는 어렵다”며 “기억을 옮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간이 기억을 하는 구조를 흉내 낸 인공신경망 연구는 존재한다. 프로그램을 짜서 다양한 상황을 넣어준 뒤 학습을 유도하면서 프로그램이 판단 및 추정하게 하는 연구다.

또한 최근에는 신경세포를 배양하고 이 신경세포들이 시냅스를 이루게 하는 방식의 연구도 있다. 실제로 신경망을 만들고 이 신경망을 이용해 연산이나 논리회로를 만들려는 시도다. KAIST 남윤기 교수는 배양신경망이 조정하는 미니카를 만들기도 했다.




●그럴싸한 60년 전의 상상력, 과학의 갈 길은 아직 멀어


아톰은 일본이 2차 대전이 끝난 뒤 일본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만든 작품이라는 얘기도 있다. 당시 일본이 미국 등의 과학기술, 특히 원자폭탄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동양인 어린아이 로봇이 지구를 지키는 상상력이 일본의 과학기술에 힘을 넣었을 것이라는 평론도 있다.

이 같은 데츠카 오사무의 상상력은 의미가 있다. 근거 없이 ‘용(龍)’이 등장하거나 숙명론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단순 환상극이 아니며, 그럴싸한(plausible)한 이야기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상상력은 인정하지만 현재 과학과는 아직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빠르면 수십 년 멀면 일백년 이상 뒤에 가능할 과학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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