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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황태, 한우가 명품인 이유




황태는 추운 겨울일수록 맛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추위가 만드는 맛의 향연 … 과학으로 본 ‘맛’의 구조


살을 에는 한파가 올겨울 계속됐다. 빙점 아래로 까마득히 떨어져 내린 수은주에 ‘제기랄’ 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유달리 추운 날씨가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 각국에서 피해사례가 연일 보고 됐다.

기상청은 강추위가 한풀 꺾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동장군의 기세는 아직도 드세다. 서울 한 복판에서도 이제 그만 추울까 싶으면 어느덧 영하 5~6도 아래로 수은주가 곤두박질친다. 강원도 등 산간 지역에서는 아직도 영하 10~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수시로 기록된다.

하지만 춥다고 꼭 나쁘기만 할까. 식도락가라면 추운 겨울 끝자락에 받아볼 수 있는 맛있는 밥상을 기대해 볼만하다. 한 겨울 강추위 덕분에 맛이 한층 좋아지는 식재료들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황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황태는 한류성 생선인 명태를 겨우내 말려낸 생선이다. 강원도 내설악과 미시령, 진부령 등 지역에서는 흰눈 쌓인 산간에 자리 잡은 대형 덕장마다 빽빽이 걸려있는 명태를 손질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쉽게도 국내산 황태는 대부분 명태를 수입해 만든다. 지난해엔 러시아산 명태의 수입가격이 두 배 가까이 급등해 이른 봄부터 선보일 올해 황태 값도 30~40%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렇게 높아진 가격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매서운 추위와 많은 눈 덕분에 올해 황태가 최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황태를 말리려면 추위·바람·눈·햇빛 등 자연조건이 중요한데 올해는 이런 조건들이 모두 최상이라는 것이다.

황태는 딱딱하지 않고 스펀지 조각 같은 쫄깃한 살결을 갖추고 있어야 제 맛이다. 뽀송뽀송하게 말려 살결마다 공기층이 숨어들어가 있어야 한다. 씹는 맛도 중요하지만 찜, 구이 등의 요리를 만들 때 겹겹이 양념이 배어들어가 맛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맛있는 황태가 만들어 지려면 반드시 ‘얼어있는’ 상태에서 말라야 한다. 물이 수증기로 바뀌는 기화 과정이 아닌, 얼음이 바로 수증기로 변하는 ‘승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딱딱해 지지 않고, 모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속은 바삭하고 졸깃하게 마른다. 꽁꽁 언 황태 속의 수분이 낮에는 햇볕을 받아 점점 승화되고, 밤에는 다시 꽁꽁 어는 과정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 때 최대의 적은 습기다. 비라도 맞았다간 겨우내 매달렸던 황태 건조작업을 모두 그르치게 된다. 황태살의 층층이 수분이 스며들어가 공기층을 밀어내고 죽은 세포조직끼리 내부에서 엉겨붙게 만든다. 결국은 딱딱하게 굳어진 맛없는 황태가 된다. 황태 맛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추위인 셈이다.



김영명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황태 건조작업은 차가운 날씨가 최우선”이라며 “날씨가 추우면 공기 중의 습기까지 얼어붙고, 혹시 날씨가 나빠도 비가 아니라 눈이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황태에 혹시 눈이 맞았더라도 즉시 꼼꼼히 털어주면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바닥에 깔린 흰 눈이 햇볕을 반사시켜 황태가 골고루 마르는 과정을 돕게 되어 맛이 더욱 좋아지게 된다”고 해석했다.

같은 원리로 황태와 같은 겨울철 동결건조 과정을 거치는 생선들은 대부분 날씨가 추우면 맛이 좋아진다. 올해는 과메기, 홍어 등 생선도 유달리 맛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육류 살찌게 하는 추운 날씨… 한우 맛 대박


날씨가 추워지면 기대할 만한 진미가 또 하나 있다. 바로 한우다. 요리사들은 대부분 ‘한우는 한 겨울이 제철’이라고 말한다. 올해처럼 추운 계절에 도축한 한우는 유달리 맛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적어도 기대는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우 뿐 아니라 돼지고기, 닭 등 대부분의 육류 맛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겨울철 육류가 맛있어지는 비밀은 동물들의 자기보호 본능에 숨어 있다. 날씨가 추워져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 질 것에 대비해 식욕이 한층 왕성해 지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이면 말라 죽는 풀을 주식으로 하는 초식동물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 한우 같은 경우는 추운 겨울 사료 섭취량이 15~20%가량 증가한다.

농협축산연구원 정재경 초음파육질진단연구실장은 “겨울철 한우는 사료 섭취가 늘고 털에도 윤기가 도는 등 외관상으로도 살이 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가 살이 찐다는 것은 지방함량 역시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한 겨울 도축된 쇠고기는 퍽퍽한 근육살 보다는 지방이 섞인 부드러운 살을 갖게 된다.

정 실장은 “소는 피하지방, 근간지방, 근내지방 순으로 살이 오르게 된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마블링(근내지방)’ 상태의 육질을 얻기에는 겨울철이 가장 유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얼음이 만든 선물… 아이스와인 당도도 한층 높아져


국산 황태와 겨울철 한우로 맛있는 식사를 마쳤다면 달콤한 캐나다 아이스와인으로 입맛을 달래보자. 아이스와인 역시 추위가 만들어주는 선물이다.

와인의 재료인 포도는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야 맛과 품질이 우수해 진다. 하지만 아이스와인은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세계 최고의 수출량을 자랑하는 캐나다와 아이스와인의 발상지로 알려진 독일은 모두 겨울철 날씨가 춥기로 정평 난 곳이다.

아이스와인은 영하 8도 이하의 추운 날씨에 딴 포도로만 만든다. 얼어서 딱딱하게 굳은 포도를 압축하면 고농축 과즙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이 과즙을 발효시킨 것이 아이스와인이다.

온도가 관건이므로 포도 수확은 대부분 한겨울(통상적으로 12월에서 1월), 그것도 새벽 3~4시경에 이뤄진다. 아이스와인 산지에선 새벽에 영하 8도 이하로 내려가면 한시라도 빨리 포도를 따려고 경쟁하듯 포도밭으로 달려나가는 인부들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수고를 하는걸까. 다 익은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겨울까지 내 버려두면 껍질과 씨를 포함해 포도속의 수분이 모두 얼어버린다. 그러나 포도에 함유돼 있는 과당은 빙점이 더 낮기 때문에 액체 상태로 유지된다. 이런 포도를 얼어 있는 상태 그대로 수확해 재빨리 압축하면 과당의 농축액만 추출해 양조할 수 있다.





물론 여름에 수확해 두었던 포도를 대형냉동창고 등에서 인위적으로 얼려 가짜(?)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포도나무에 매달려 겨울까지 한파를 견뎌가며 맛이 숙성한 진품 아이스와인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진액만을 추출해 만들다 보니 약 15kg의 포도로도 아이스와인 한 병을 얻기가 쉽지 않다.

우판사 전남과학대 겸임교수(참살이와인 대표)는 “와인 맛은 여름철 일조량, 포도의 품종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올해처럼 추운 날씨는 분명히 한층 더 달콤한 아이스와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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