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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하나로 암 치료할 때까지

[포닥24시] 김남곤 서울대 바이오집적시스템연구단 연구원
작은 바늘로 암세포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면? 바늘침에서 나온 마이크로파로 암세포를 태워버릴 수 있다면? 암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의료장비 개발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 마이크로파․바이오집적시스템연구단의 도약연구 프로젝트다.

2005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남곤 박사과정 연구원은 “암세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탐침(바늘)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연구결과를 내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가 설계한 바늘은 세포의 유전율(굴절률)을 측정해 암세포의 위치를 찾아낸다. 또 전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를 쏘아 암을 치료한다. 아직 바늘 하나로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는 어렵지만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뛰어난 성과를 보여 연구의 전망이 밝다.

김 연구원은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진단과 치료에서 각각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앞으로 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탐침과 회로를 개발하면 싸고 간단하게 암을 치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남곤 마이크로파·바이오집적시스템연구단 박사과정 연구원


● 전파로 암 치료, 신기하지 않나요?


김 연구원은 전파를 연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권영우 교수를 찾았다. 그리고 통신이 아닌 바이오 분야에서 전파가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여러 프로젝트 중 바이오팀을 선택했고, 앞서 설명한 탐침 설계에 주력했다.

“전자전기공학 중에서도 전파가 제일 좋았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파로 사람들이 대화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게 재밌었거든요. 연구단에 와 보니 암세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도 전파가 사용되더라고요. 전파로 암을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게 신기하지 않으세요?”

전파로 암세포를 진단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암세포와 정상세포는 전파에 대해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이 차이를 측정해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할 수 있는 것. 김 연구원은 “물질마다 전파에 반응하는 ‘유전율’이 달라 암세포를 구분할 수 있다”며 “우리가 만든 탐침으로 유전율을 측정한 결과 90% 이상 암세포를 구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을 진단만 해서는 상용화하기 어려웠다. 암 진단은 현재 기술도 충분히 발달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단은 탐침 하나로 암 치료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보통 암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 그러나 수술을 하면 몸에 흉터가 남는데다 고통이 크고 회복시간도 필요하다. 작은 탐침으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면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김 연구원은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할 때도 마이크로파가 이용되는데, 이는 암세포는 열에 약한 성질을 이용해 마이크로파로 태워버리는 것”이라며 “탐침으로 암세포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마이크로파를 쏘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탐침으로 세포의 유전율을 측정하고, 암세포가 있는 곳에 마이크로파를 쏘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사진은 쥐에게 암세포를 이식해 마이크로파로 치료하는 장면이다.


● 추석도 반납하고 ‘탐침’ 연구에 몰두


“탐침을 만드는 과정에는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유전율을 측정했던 동축케이블을 본떠 납작하고 작은 탐침을 만들어야 했는데, 마이크로파를 쏘니 열 때문에 탐침이 변형되더라고요. 그러면 정확한 암 진단이 어려워지는 거죠.”

김 연구원은 ‘열에 견디면서 유전율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미국의 ‘에이질런트’에서 100~200도씨의 온도를 견디며 유전율을 측정하는 제품을 생산한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장치 가격이 700~800만원으로 꽤 비싸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축케이블은 텔레비전 뒤쪽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안테나 연결선이다. 가운데 구리로 된 신호선이 있고, 그 주위를 유전물질이 감싼다. 유전물질은 동축케이블의 구조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에이질런트 유전물질로 유리를 사용해 신호선의 변형을 막았다. 유리는 열에 잘 견디므로 구리선의 변형을 막고, 고온에서 유전율 측정을 가능하게 했다.

김 연구원은 “유리를 작게 만들어 구리선 주위에 채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비싼 가격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유리처럼 열에 잘 견디면서도 싼 물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동축케이블의 반지름을 일일이 재면서 열에 가장 잘 견디는 크기를 찾았다. 마침내 그는 구리로 된 납작한 기판 두 개를 쌓아올리고 가운데 신호선을 넣어 ‘평면 동축케이블’을 만들었다. 그리고 탐침 위에 동축케이블의 지름 크기의 구멍을 만들었다. 그 결과 100도씨에서도 유전율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김남곤 연구원이 설계한 탐침의 모습, 보통 동그란 모양으로 생긴 동축케이블을 납작하게 만들고 윗부분에 동그란 홈을 팠다. 이 홈은 일반적인 동축케이블의 단면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하면서 그때가 가장 신났습니다. 연구결과를 묶어서 논문으로 써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수정 요청이 왔어요. 더 낮은 온도의 실험결과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김 연구원은 모두가 고향으로 내려간 텅 빈 연구실에 혼자 남았다. 그리고 낮은 온도에서 실험하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사왔다. 밤새 연구하다보니 사방에서 모기가 달려들었다. 그래도 꾹 참고 실험을 계속했다. 영하 60도씨에서 영상 100도씨까지 탐침으로 유전율 측정을 끝냈을 때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알고 보니 모기가 드라이아이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좋아한다더라고요. 모기에 뜯긴 몸을 이끌고 새벽길을 걷는데 경찰이 부르더니 차를 태워줬습니다. 딱했던가봐요.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는 기억이네요.”

추석도 반납하고 실험했던 논문은 2008년 3월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저널인 MTT(MICROWAVE THEORY AND TECHNIQUES)에 실렸다. MTT는 전자파 분야에서 유명한 권위지다.




● 창의성 있는 사람이 공학자가 됐으면…
“정말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가 ‘공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를 하면서 정말 천재들이 와서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의사나 법관도 좋지만 우수한 인재가 공학자나 과학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 연구원은 ‘과학자’의 꿈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과학자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직업이고, 나라를 살찌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과학자로 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 의사나 판사처럼 사회적인 지위가 높지 않고, 안정적인 연구비를 지원 받기도 어렵다.

그는 “과학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하려면 안정된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이공계를 졸업하고도 마땅히 뜻을 펼칠 연구 공간이 부족해서는 좋은 인재가 과학자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우수한 인재가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펼 수 있도록 과학자의 연구와 삶을 보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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