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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온난화에 ‘녹아내린 북극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찾은 관광객들이 북극곰 모양을 한 얼음조각이 점점 녹아내려 구리로 만든 뼈대만 남게 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자료사진

 

기후·빙하 게이트 잇따라 터져…IPCC 신뢰성 위기


“이산화탄소는 오염물질이 아니다. 오히려 농작물이 자라도록 돕는다.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없다. 우리가 한 번 숨을 내쉬는데도 이산화탄소가 400ppm이 포함돼 있다. 그래도 탄소배출량이 걱정된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목숨을 끊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로이터’에 실린 호주 애들레이드대 광산지질학과 이언 플리머 교수의 말이다. 최근 기후변화회의론자의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IPSOS’가 같은 해 1048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도 기후변화의 실체를 믿는 사람은 44%에서 31%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지구를 살리자”며 기후변화회의가 열렸다. 이러한 ‘괴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불거지는 오류, 무너지는 믿음


이유는 ‘신뢰의 위기’에 있다. 최근 들어 ‘빙하 게이트’ 등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서에서 잇따라 오류가 지적되면서 기후변화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IPCC는 2007년 발표한 제4차 보고서에서 “2035이면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 없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히말라야빙하 소멸설’이다.

하지만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인터넷판 올해 1월 20일자에는 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 캐나다 트렌트대와 세계빙하감시기구(WGMS) 공동 연구진은 “보고서는 히말라야 빙하 면적이 현재 50만㎢에서 2035년 10만㎢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으나 실제 빙하 면적은 3만3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히말라야에 있는 핀다리 빙하가 1845년부터 1965년까지 2840m 줄어들었다는 보고서의 분석도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되려면 1년에 135.2m씩 줄어들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1년에 23.5m씩 줄고 있다는 것이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도 오류로 판명됐다. 보고서는 네덜란드 국토 면적의 55%가 해수면보다 낮으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총생산(GDP)의 65%가 침수될 가능성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네덜란드 통계청(CBS)은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는 전체 국토 면적의 20%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GDP는 전체의 19%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IPCC 위원장, 알고도 모른척했다?


숫자로 말하는 보고서에서 ‘숫자의 오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보고서에 특정 연구결과를 실으면서 제대로 된 과학적 검증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데 있다.

실제로 IPCC는 히말라야빙하 소멸설은 1999년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인도 빙하학자 시예드 히스나인의 주장을 그대로 실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전문가 검토 없이 실린 이 주장이 허위로 밝혀지자 객관적이어야 할 보고서가 수치를 선정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넘어 ‘빙하 게이트’로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영국 정부의 과학고문 존 베딩턴은 지난달 17일 ‘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는 근본적인 불확실성이 있는데 IPCC가 빙하가 녹는 속도를 과대평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IPCC가 빙하 소멸설을 오류라고 인정했음에도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에너지자원연구소(TERI)가 이를 근거로 뉴욕 카네기재단과 유럽연합에서 50억 원이 넘는 연구비를 지원받은 점 △빙하 소멸설을 주장한 하스나인 박사가 TERI에서 빙하연구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파차우리 위원장이 빙하 소멸설의 오류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최북단 스발바르드 군도에서 만년설이 녹아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 마치 사람이 우는 것 같다. 출처:동아일보 자료사진.

 

 


● 세라 페일린 “기후변화는 종말론적 공포 전술”


이는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과학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마치 한 정당에서 공천불법자금을 받으면 해당 정당 자체가 부도덕한 이미지를 얻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기후 게이트’가 폭로된 바 있어 앞으로 신뢰성의 문제는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기후 게이트는 기후학자들이 그동안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부풀리고 자료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에서 발생한 기후학자들 사이의 오고간 이메일이 해킹되면서 불거졌다.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라스카 주지사는 같은 달 9일 ‘워싱턴포스트’에서 기고한 ‘코펜하겐의 정치과학’이란 글에서 “기후 전문가들이 지구 온도기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숨기려고 기록을 파괴하고 자료를 조작했으며 자신들과 다른 입장의 학자들이 학술지에 글을 싣지 못하도록 해 비판을 잠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구온난화에 대해 “환경주의 성직자들이 좇는 종말론적 공포 전술”이라며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IPCC, 계륵으로 남나


하지만 기후변화를 자연적인 현상이라 보기에는 어렵다. 북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대규모 가뭄과 태풍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이상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IPCC를 포함한 여러 환경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토마스 스토커 스위스 베른대 교수는 ‘네이처’ 이달 11일자 의견란에 “최고 과학자들 간의 협력과 깨끗한 검증절차가 곧 IPCC의 권위”라며 “보고서를 작성하고 검토하는 단계마다 과학적 엄격함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계륵(鷄肋)이 될지 아닐지는 이제 IPCC의 손에 달렸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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