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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 로봇 인기?… 합성기술로 보는 미인의 조건

표준얼굴일수록 예쁘나 개성있어야 진짜 미인
최근 서울 도심 건설현장에 연예인 한가인의 얼굴사진을 붙인 교통정리 로봇이 나타나 인기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로봇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어가는 등 인기를 끌고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됐다. 급기야 방송매체에서도 이 ‘한가인 로봇’에 관심을 보였다. SBS ‘한 밤의 TV연예’ 제작진은 이 로봇을 만든 건설 회사를 찾아 제작경위를 물었다.

로봇의 얼굴부분에 붙은 사진은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한가인의 모습. 그러나 건설사 측은 “한가인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전 세계 미남들의 사진을 찾아 합성한 것”이라며 “여성이 아닌 남자들의 얼굴”이라고 밝혀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한가인은 정말 ‘미남’들의 평균얼굴일까? 얼굴연구에 흔히 사용되는 ‘합성기술’을 바탕으로 미인의 조건을 풀어보자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화면


● 친숙한 얼굴이 보기 편해


한국인의 표준 얼굴은 이미 국내 과학자들의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004년 ‘한국인의 표준 인체골격모델, 디지털코리안’을 제작했다. 가톨릭의과대학 응용해부연구소와 공동으로 남녀 시신 각 50구를 1mm 단위로 전신 CT 촬영해 얻은 의료영상을 슈퍼컴퓨터로 평균화 한 것. 이 두 개의 남녀 평균 얼굴은 석고상으로 제작돼 KISTI 내에 전시 중이며 데이터는 현재 의학, 안경, 스포츠 용품 등 평균치수가 필요한 산업분야와 의학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KISTI의 한국인 평균 얼굴이 소개 됐을 당시 네티즌들은 “표준 얼굴이 생각보다 훨씬 예쁜 것 같다”며 “한국인 평균얼굴이 남자나 여자 모두 훌륭하다”는 평을 나타냈다. 어찌보면 이 같은 평가는 당연하다. 인간은 자신들이 자주 보아온 평범한 얼굴에 친밀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은 여성의 미인얼굴에 대한 연세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연구팀은 2001년 한국인 평균얼굴을 연구한 바 있다. 연구팀은 당시 여대생 379명의 얼굴을 촬영해 미간, 입술 두께 등 얼굴 내부 특징과 얼굴 외각형을 컴퓨터에 좌표 값으로 입력하고, 이 값을 평균해 새로운 얼굴을 합성 했다. 또 2002년에는 이 연구를 더 발전시켜 500여명의 20대 여성 얼굴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뒤 이중 대표적인 49명의 얼굴을 골랐다.





연구팀은 이같은 얼굴을 바탕으로 한국 여성의 평균 얼굴을 만들고, 이중 아름답다고 평가받은 사람 8명만 골라 미인의 평균 얼굴을 만들었다. 이 8개의 평균값에 가까울수록 아름다운 얼굴이란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를 총괄한 연세대 박수진 교수는 당시 “많은 사람의 얼굴을 합성할수록 거부감 없는 이상적인 얼굴”이라고 소개하고 “어디선가 본 듯하고 친숙한 평균 얼굴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어느 문화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연구결과에 비추어 보면 대표적인 미인 연예인으로 꼽히는 한가인이 미남 수십 명을 합성한 결과와 꼭 같았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 ‘한가인 로봇’은 비전문가가 포토샵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러가지 얼굴을 무작위로 합성한 경우다. 과학적 연구보다는 우연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옳지만 합성한 얼굴이 조금더 미인에 가깝다는 점에서는 수긍할 만 하다.

그렇다면 한가인은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표준얼굴을 대변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남성과 여성의 얼굴 모습에 미적인 기준차이는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녀차이는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표정이나 목소리 등에서 분위기 차이가 느껴지는 요소가 더 크다.





실제로 영국 일간지 ‘더 선’은 세계적인 톱스타들이 현재와 다른 성별로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 만든 합성사진을 2009년 8월 18일 소개했다. 그래픽 아티스트들에게 의뢰해 합성 전용 소프트웨어로 스타들의 사진을 남자에서 여자로, 혹은 여자에서 남자로 전환시켰다고 전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톱스타들이 바뀐 성별에도 큰 거부감이 없는 외모를 나타냈다. 섹시 여가수 비욘세는 큰 눈과 섹시한 입 등이 남자로 태어났더라도 충분히 스타가 됐을 듯하다. 브래드피트는 섹시함을 강조하는 중년 모델로, 안젤리나 졸리는 두터운 입술을 그대로 가진, 이목구비가 뚜렷한 훈남의 모습으로 변했다.



합성으로 만든 비욘세의 남성얼굴.


● 평범함 + α 있어야 진짜 미인


평균얼굴에 가까울수록 친밀감이 있지만 진정한 미인대우를 받기 위해선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사람의 얼굴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는 보통사람들에게는 ‘평균 가설’이, 미인에게는 ‘특징 가설’이 옳다는 쪽으로 결론 내려지고 있다. 즉 보통 사람은 평범한 얼굴쪽이 아름답지만 정말 빼어난 미인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근거는 지난 1994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서양인과 일본인 60명의 얼굴을 합성한 결과 ‘평균 얼굴’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중 미인 15명의 평균 얼굴을 만들어 눈 코 입을 약간 더 크게 과장해 새 얼굴을 만든 결과 60명의 평균 얼굴보다 더 아름답게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연세대 연구팀의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내 연예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연예인 거의 대부분이 ‘평균 얼굴’이 아니라 날카로운 얼굴 유형에 속했다. 93명의 연예인들 가운데 영화배우 전도연이 가장 한국인의 평균 얼굴에 가까웠지만, 그녀를 빼어난 미인으로 꼽는 팬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표준얼굴’이 아닌 콧날이 오똑하고 눈매도 예쁜 미남들의 얼굴을 합성하자 한가인의 얼굴이 나온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 연세대 연구팀이 만든 20대 여성의 합성 얼굴을 이용해 젊은이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따뜻하고, 부드럽고, 참하고, 청순하고, 앳된’ 동양적인 여성보다는 ’날카롭고, 강하고, 성숙하고, 섹시한, 야무진’ 서구적인 여성의 얼굴이 미인으로 평가받았다.









A. 한국의 20대 여성 49명의 얼굴을 합성한 보통 얼굴. 따뜻하며, 부드럽고, 참하며, 앳된 느낌을 준다.

B. 미인 8명을 합성한 얼굴. 날카롭고, 강하며, 성숙하고, 섹시하며, 차갑고, 야무진 느낌을 준다. 조사대상 89%가 A보다 B를 미인이라고 평가했다.

C. 미인의 합성 얼굴(B)을 보통 얼굴(A)과 비교해 차이점을 약간 키운 얼굴. 청순하며, 여린 동시에 섹시하고 성숙한 느낌을 함께 준다. 조사대상 60%가 B보다 C를 미인이라고 평가했다.



● 절대 미인의 공식도 존재
미인을 선별하는데 ‘평균얼굴’은 중요한 조건이지만 꼭 생각해야 할 변수가 한 가지 더 있다. 평균적인 얼굴을 아름답다고 보는 것은 익숙한 얼굴에 심리적인 점수를 더 얹어주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이런 기준은 ‘보편적인 얼굴이 미인에 가깝다’고 정의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최고의 미인이 되기 위해선 또 하나의 기준이 필요하다. 이목구비가 자리잡은 위치를 규정짓는 ‘황금비율’ 이론이 그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팀은 완벽한 여성 얼굴의 가로.세로 비율을 도출해 내기 위한 실험을 실시해 그 결과를 시각관련 2009년 12월 전문 잡지인 비전리서치에 실었다.

이 실험에 따르면 완벽한 여성 얼굴의 황금비율은 눈과 입 사이의 길이가 얼굴 전체 길이의 36%, 두 눈동자의 거리가 얼굴 폭의 46%로 나타났다. 눈과 입 사이의 수직 길이는 얼굴 전체 길이(헤어라인에서 턱)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36%일 때 최상이라는 결론이다. 가로의 경우 눈동자 사이의 거리가 얼굴 전체 폭(두 귀의 사이)의 절반 이하인 46%일 때 가장 이상적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팝 가수 샤니아 트웨인(44). 이목구비의 배치가 가장 아름다운 유명인으로 꼽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 연구팀은 포토샵을 이용해 동일한 여성의 눈과 입 사이, 양 눈 사이의 거리 등을 조정한 합성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이목구비의 모양은 전혀 바꾸지 않았고 눈, 입 등의 거리만을 조정해 가장 매력적인 얼굴의 가로 세로 비율을 뽑아냈다.

연구팀은 또 이러한 조건에 딱 들어맞는 얼굴을 지닌 유명인은 캐나다 팝 가수 샤니아 트웨인(44)을 꼽았다.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경우 가로, 세로 모두 황금비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국 여배우 엘리자베스 헐리는 세로는 맞았지만 가로는 미달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캐나다 토론토대 강 리 교수는 “얼굴의 요소뿐 아니라 그 배치 역시 얼굴의 매력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평소 예쁘다는 소릴 듣던 사람이 헤어스타일을 바꾼 뒤 덜 예뻐 보이는 이유도 이런 비율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황금비율이론 역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합성해 가장 친밀감을 나타내는 얼굴을 표본조사 방식으로 선별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별, 인종별로 미인의 기준이나 공식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같은 연구결과를 활용해 성형수술이나 화장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얼굴을 평균얼굴에 맞게 조정하면 누구나 미인이 될 수 있을까? 이목구비 등을 뚜렷하거나 부드럽게 바꿔 인상을 바꿔줄 순 있지만 얼굴형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 얼굴의 모습은 골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얼굴에 발생한 신경섬유종증 종양으로 고통받던 영국 남성 파스칼 콜러(30) 씨는 2008년 세계최초로 진행된 ‘안면이식수술’을 받았다. 콜러 씨는 16시간 동안 뇌사자의 얼굴을 떼어내 옮겨 붙이는 수술을 받은 끝에 새 삶을 찾았다. 성형수술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한 셈이다.

그러나 콜러 씨의 얼굴이 영화 페이스오프의 주인공처럼 안면조직을 제공한 사람과 꼭 닮지는 않았다. 수술을 집도한 프랑스의 로랑 랑티에리 박사는 당시 “얼굴 골격 구조가 기증자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콜러 씨의 얼굴은 오히려 병을 앓기 전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사람은 누구나 미인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나 이성친구 보다 꼭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을 보면 아름답다는 말을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미인인 셈이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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