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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는 회식할 때 얼마나 삼겹살 먹을까






기초대사율(basic metabolic rate, B)이 생명체 몸무게(M)의 3/4승에 비례한다는 클라이버 법칙. x축이 몸무게의 로그값, y축이 대사율의 로그값일 때 기울기가 3/4인 직선 근처에 데이터가 놓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포유류만이 클라이버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법칙의 보편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대사율이 몸무게의 2/3승에 비례한다는 새로운 수식이 나왔다. 사진 출처:네이처





동물의 대사율과 몸무게 관계 밝혀

 


4명이 회식을 할 때 고기 4인분으로 끝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2인분 정도는 추가하기 마련이다. 1인분이 200g 정도이므로 1인당 300g을 먹는 셈이다.

그런데 쥐 4마리가 회식을 한다면 고기를 얼마나 먹어야 사람만큼의 포만감을 느낄까. 연구 결과 사람으로 치면 2kg씩은 먹어야 된다. 쥐는 사람에 비해 단위 무게당 대사율이 7배나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쥐의 심장은 사람보다 훨씬 빨리 뛴다. 따라서 사람의 몸무게가 쥐보다 1000배 무겁더라도 대사율은 1000배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관계를 설명하는 유명한 수식이 바로 ‘대사의 3/4 법칙’이다. 창안자의 이름을 따 ‘클라이버 법칙(Kleiber¡Çs law)’으로도 불리는 이 관계식은 기초대사율(basic metabolic rate, B)이 생명체 몸무게(M)의 3/4승에 비례한다는 내용이다(B ∝ M3/4, 이를 로그로 바꾸면 logB ∝ 3/4logM이다. 즉 x축이 몸무게의 로그값, y축이 대사율의 로그값일 때 기울기가 3/4이 된다). 기초대사율이란 생명체가 쉬고 있을 때 소모하는 산소의 양이다. 산소는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영양분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만들므로 결국 대사율은 생명체가 만드는 에너지 양에 비례한다.

그런데 최근 클라이버 법칙이 틀렸다는 연구결과가 ¡Ç피지컬리뷰레터스¡Ç(PRL)에 실렸다. 미국 버몬트대 수학·통계학과 피터 도즈 교수는 네트워크 모델을 써서 ‘대사의 2/3 법칙’을 유도한 논문을 PRL에 실으면서 클라이버 법칙의 타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동안 1930년대 막스 클라이버가 십여 종의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제안한 3/4 법칙을 그대로 인정해왔다는 것. 특히 1997년 몇몇 연구자들이 프랙털 이론을 도입해 이 법칙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면서 클라이버 법칙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프랙털 기하학이 뒷받침한 클라이버 법칙


기초대사율과 몸무게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3년 독일의 생리학자 막스 부르너는 몸무게가 다른 개를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 기초대사율이 몸무게의 2/3승에 비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부르너는 이 결과를 기초대사율이 몸의 표면적과 비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온동물이 체온을 유지하려면 몸의 표면적을 통해 빠져나가는 열만큼 대사를 통해 열을 만들어야 하는데 크기(몸길이, 1차원)와 표면적(2차원), 몸무게(3차원)를 고려할 때 ¡Ç대사의 2/3 법칙¡Ç이어야하기 때문이다. 즉 몸길이가 2배일 경우 표면적이 4배, 몸무게가 8배이므로 단위 무게당 대사율이 똑같다면(1승에 비례한다면) 생산하는 에너지의 절반이 남아돈다.

이런 기하학적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 단순명쾌한 관계식은 그러나 1930년대 스위스 태생의 생리학자 막스 클라이버의 실험으로 폐기된다. 클라이버는 쥐에서 소에 이르는 13종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기초대사율이 몸무게의 3/4승에 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정확히는 0.73승). 그 뒤 클라이버 법칙을 지지하는 많은 실험결과들이 나왔다. 그러나 기초대사율이 왜 몸무게의 3/4승에 비례해야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1997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기발한 논문이 실리면서 이 논란이 막을 내리는 듯 했다. 미국 뉴멕시코대의 생태학자인 제임스 브라운과 브라이언 엔퀴스트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학제적 이론연구를 하는 산타페연구소에 도움을 청했고 이곳의 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와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몸 구석구석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구조가 프랙털 기하학을 따른다는데 착안해 수식을 고안했다.

이들은 혈관 네트워크가 3차원인 몸의 전 영역에 도달해야하고, 혈액이 물질을 수송할 때 에너지를 최소로 써야하며 네트워크 가지의 말단(혈관의 경우 모세혈관)의 크기는 생명체에 관계없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을 만든 뒤 모델을 세웠다. 즉 대동맥 하나가 n개의 동맥으로 나뉘고 n개의 동맥은 그 각각이 다시 n개의 소동맥으로, n2개의 소동맥 각각은 다시 n개의 모세혈관으로 나뉘는 식이다. 이때 종에 관계없이 모세혈관의 크기는 같다고 전제했으므로 몸이 커질수록 대동맥에서 모세혈관으로 가는 단계가 늘어난다. 즉 대동맥이 커진다.

이는 큰 동물이 대동맥(그리고 심장)도 크다는 사실과 잘 맞아떨어진다. 아무튼 이런 가설을 교묘히 수식화하자 기초대사율이 몸무게의 3/4승에 비례하는 식을 얻었다. 이처럼 매력적인 결과가 나오자 클라이버 법칙은 정말 법칙으로 굳어지는 듯 했다.




●클라이버 법칙은 통계의 오류인가


2001년 피터 도즈 교수(당시 MIT 물리학과)와 동료들은 ‘이론생물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때까지 클라이버 법칙에 맞는다고 알려진 자료들을 전면재조사한 결과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중대형 포유류는 3/4에 가까웠지만 작은 포유류와 조류는 2/3에 가까웠다. 또 양서류는 0.88, 유대류는 0.60 등 큰 분류군에 따라 다른 값들이 나왔던 것.

법칙이 되려면 모든 생물군에서 3/4 근처값이 나와야 하므로 클라이버 법칙은 설득력이 없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프랙털 기하학까지 동원한 이론도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그 뒤 웨스트와 동료들은 이들 연구를 반박했고 지금까지도 논란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전문적인 논쟁에서 한 발 벗어난 영역에서는 클라이버 여전히 법칙이 법칙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도즈 교수는 ‘피지컬리뷰레터스’에 2/3승 법칙을 제안했다. 도즈 교수 역시 단일 원천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물질을 공급하는 모델을 만들었는데, 좌표가 0인 지점에 원천(혈액 공급의 경우 심장)을 두고 주위로 네트워크가 갈라지는 모델이다. 역시 몇 가지 가정을 바탕으로 도즈 교수는 Prest ∝ M(d-1)d라는 식을 얻었다.

여기서 Prest는 기초일률(basic power), M은 몸무게, d는 차원이다. 이를 혈관 네트워크로 바꿔주면 Prest는 기초대사율(B), d=3(3차원)이므로 B ∝ M2/3이 된다. 1883년 막스 부르너의 표면적과 몸무게의 관계식과 동일한 결론에 이른 셈이다. 도즈 교수는 “2001년 데이터를 재조사한 결과 3/4승이 2/3승보다 그럴듯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이를 설명할 이론이 없었다”며 “1997년 연구자들이 이용한 네트워크 개념을 수학적으로 좀 더 엄밀히 적용한 결과 2/3이란 값을 얻었다”고 밝혔다.




●생물학자는 시큰둥


수많은 데이터에서 보편적인 법칙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의 태도에 시큰둥해하는 생물학자도 있다. 이들의 가설이 생명체의 다양성과 복잡함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기 때문이다. 영국의 생화학자이자 저명한 과학저술가인 닉 레인은 2005년 출간한 책 ‘미토콘드리아’에서 클라이버 법칙을 둘러싼 논쟁을 시니컬하게 다루고 있다.

그는 주로 1997년 논문의 작위성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들의 식은 생명체의 기본 대사 메커니즘을 전혀 고려하지 않다고 논박한다. 즉 생명체의 대사율은 몸에서 일률적이지 않고 조직이나 기관에 따라 상당히 다르며 특히 변온동물인 파충류와 정온동물인 포유류와 조류는 전혀 다른 대사과정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레인은 “(쥐가 사람보다 활동량이 7배나 높은) 심장이나 간 같은 기관과 달리 골격에서는 힘과 대사율이 모든 포유류에서 크기에 관계없이 비슷하다”며 “모세혈관의 밀도는 프랙털 공급망으로 제한되는 게 아니라 세포조직의 요구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즉 큰 동물이 기초대사율이 낮은 건 모세혈관의 밀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골격근이 쉬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골격근이 가동하면(움직이면) 대사율은 늘어나는데 그 정도는 몸집이 커질수록 급증한다. 즉 주위로 뺏기는 열을 보충해 체온을 유지하려면 기초대사율이 높아야 하는 소형 포유류는 움직일 때도 대사율이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지만 사람은 운동할 때 산소 소비량이 10배까지, 말은 50배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대사율은 분명 크기(몸무게)와 관련이 있지만 이를 하나의 보편적인 식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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