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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본딩 와이어, “금이냐, 구리냐.”





금 값 상승으로 구리 소재가 대체재로 급부상… 세계금협회 우려표명


“금이냐, 구리냐.”

반도체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본딩 와이어의 소재를 놓고 전통적인 강자인 ‘금’과 새로운 세력인 ‘구리’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금은 그 특유의 유연성과 열전도성 등으로 인해 그동안 거의 모든 반도체에 사용되면서 말 그대로 ‘황금 지위’를 누렸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금값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약간 바뀌어다. 금값이 ‘금 값’이다 보니 원가 상승의 주범이 되어버렸다. 이제 반도체 업계에서도 “금값이 더 오르면 대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의 대체재로 오래전부터 거론돼온 구리가 살짝 반란을 꿈꾸기 시작했다. 반도체 본딩 와이어 분야에서 금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본딩 와이어 시장의 왕자, ‘金’


전자제품을 뜯어보면 회로가 그려진 기판이 있다. 이 인쇄회로기판(PCB)에는 전자기기를 구동하는 반도체가 들어있다. 반도체는 보통 지네발 같은 리드프레임을 통해 PCB에 연결된다. 이때 검은색 플라스틱 등 내부의 내부와 외부 리드프레임을 연결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 장치를 본딩 와이어라고 부른다.

본딩 와이어는 그동안 거의 대부분 순도 99.9%의 금으로 제작됐다. 반도체의 정밀한 회로와 연결되어 신호를 주고받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금처럼 전도율이 높은 재료를 사용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전도율이 좋은데다가 산화가 잘 되지 않는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본딩 와이어가 녹이 쓸어서 성능이 떨어진다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이나 알루미늄 등 다른 금속 대신에 금이 사용되었다.

금을 사용했던 또 다른 이유는 금이 연성이 좋기 때문이다. 1g만 있으면 3000m 길이의 금실을 뽑아낼 수 있다.




● 치솟는 금값, 값싼 구리가 주도권 엿봐


2월24일 우리나라 매매 기준이 되는 금값이 1g당 4만1072원으로 3년 전 2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반도체 본딩와이어에 사용되는 금값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미세한 금실이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금은 금’이고 이것이 원가 상승의 장본인으로 취급됐다. 급기야 반도체 산업체에서는 “구리로 바꿔볼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이 1370억 달러가 넘는 기업 반도체 기업 46 곳 중 85% 정도가 구리선으로 전환을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이었던 46개 대형 반도체 업체 중 어느 곳도 자사의 전 제품에 구리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일부 제품에만 구리를 사용했을 뿐이다.

‘구리를 사용하제 않겠다’고 답한 기업은 15% 뿐으로 금 가격 폭등으로 산업 현장에서 구리 본딩 와이어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패키징 전문회사인 엠케이반도체 관계자는 “구리를 사용했을 때 비용이 금의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구리로도 충분한 수율 나와 vs 신뢰성 분제 있어’ 대립


문제는 구리 본딩 와이어를 사용해도 제품에 문제가 있느냐 여부다. 전자제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제품 전체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금협회(WGC: World Gold Council)는 최근 업체들이 금을 구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다. WGC 측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에서 성능저하가 있을 수 있고 신규 장비 구매에 따른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며 “특히 첨단 패키징에서 사용되는 복잡한 와이어루프 형태에는 구리가 부적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SEMI 조사에서 구리를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답한 업체들도 ‘제품의 신뢰도, 공정 수율, 성능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반도체 패키징 업계에서는 대체로 구리 와이어를 사용해도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다. 우선 반도체 공정 전문가들은 신뢰성 실험에서는 대체로 구리를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구리 재료의 산화 등을 막기 위한 연구 및 특허도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쏟아졌다. 패키징 전문 업체들도 순도 99.999%의 구리에 주석, 프랑슘, 갈륨 등의 재료 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존 구리 본딩 와이어가 갖는 문제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구리를 사용하더라도 반도체 생산 수율을 금에 육박하는 만큼 올릴 수 있게 됐다고 업계에서는 전했다. 아울러 지난 3~4년간 금값 폭등에 따라 산업계의 공정 엔지니어들도 구리 사용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금→구리’ 전환, 결정적 계기가 나타날까


현재로서는 금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95~98% 가량의 반도체가 여전히 금을 쓰고 있고, 구리의 역습은 이제 시작됐다.

문제는 시장이 현재 주류 소재인 ‘금’과 경쟁 주자로 떠오른 ‘구리’ 중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시제품에 대한 시험 결과’, ‘금과 구리의 가격’, ‘완성 제품의 안정성’ 등의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선택할 것이다.

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 김학모 부장은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구리 본딩 와이어에 대해서 검토를 했지만 아직 양산에 본격적으로 적용하지는 않고 있다”며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실제 제품에서 안정성이 100% 입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실 환경이 아니라 시장에서 채택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수가 필요하다. 금값이 계속해서 올라서 원가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경우다. 구리를 사용한 뒤에 수율이 낮아서 원가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또 구리로 전환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은 대표적 사례가 나타날 경우 급히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동부하이텍 김 부장은 “3~4년 전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필름 도금도 금으로 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모든 제품에서 주석 도금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실제로 사용해보니 주석 도금 제품이 금을 사용했을 때 효율과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하튼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구리’와 제 자리를 지키려는 ‘금’ 사이의 긴장이 팽팽하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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