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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에 개구리가 침묵하는 이유




짝짓기를 하는 개구리 한 쌍. 둘 다 성염색체는 수컷인 ZZ이지만 밑의 개구리는 제초제 아트라진에 노출돼 암컷의 생식기관을 갖게 됐다. 이들 사이에서 나온 올챙이는 물론 모두 수컷(ZZ)이다. 출처:PNAS


제초제 아트라진이 수컷 거세시켜
6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을 깨고 나온다는 ‘경칩’이다. 그런데 경칩이 와도 요즘은 좀처럼 개구리를 볼 수가 없다. 전 지구적으로 양서류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호르몬이 이런 현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임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타이론 헤이즈 교수팀은 제초제 아트라진이 개구리 수컷을 암컷으로 만드는 환경호르몬임을 입증했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1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미량이더라도 아트라진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수캐구리가 암컷으로 성이 바뀌거나 웅성을 많이 잃어버린다. 아트라진은 미국에서만 연간 3만6000여 톤이 소모될 정도로 널리 쓰이는 제초제로, 만일 아트라진이 없다면 작물의 수확량이 3~4%나 떨어질 거란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수컷 올챙이 40마리를 2.5ppb(1ppb는 10억분의 1) 농도의 아트라진에 노출시킨 뒤 3년 동안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10%인 4마리는 완전히 암컷으로 바뀌어 알까지 낳았으며 나머지들도 정상 수컷에 비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훨씬 낮아졌다. 그 결과 수컷의 전형적인 형태나 행동이 많이 약해졌다.

즉 수컷 앞다리에 나는 생식혹의 경우 크기도 줄고 색도 옅어졌으며 후두부의 해부학적 구조도 정상 수컷과 암컷의 중간형태로 바뀌었다. 고환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성숙한 정자가 가득 차 있어야할 고환세관이 텅 비어있었다. 한편 행동도 바뀌었는데 암컷을 두고 정상 수컷과 경쟁할 경우 번번이 밀려났고 짝짓기 확률도 크게 떨어졌다.




●기형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나와


그렇다면 아트라진이 수캐구리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했기에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됐을까.

연구자들은 아트라진이 아로마타아제(aromatase)라는 효소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연상태에서는 DM-W라는 전사인자(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는 단백질)가 이 효소를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DM-W의 유전자는 암컷의 W염색체에 있다. 개구리의 성염색체는 암컷이 ZW, 수컷이 ZZ다. 따라서 수컷은 근본적으로 아로마타아제를 활성화시킬 수 없다. 결국 아트라진이 DM-W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렇게 생성된 아로마타아제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만들었고 그 결과 수컷의 미분화된 생식샘이 난소로 분화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왜 10%만이 완전히 암컷이 되고 나머지는 단지 웅성이 약화되는지는 더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며 “아무튼 아트라진은 양서류에게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트라진은 양서류의 생태계만 교란할까.

연구자들은 “고농도에 노출된 경우이기는 하지만 쥐나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 아트라진이 남성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정자생산량을 줄인다는 보고가 있다”며 “사람의 경우도 아트라진이 정자수를 줄이고 부실하게 해 수정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아트라진이 배벽결손증이라는 선천성기형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배벽결손증은 복벽(복강 앞쪽의 벽)에 결손이 생겨 장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질환이다.

아트라진은 먹었을 경우 LD50(실험동물의 절반이 죽는 농도)가 체중 1kg당 750mg(토끼)~3090mg(쥐)로 그렇게 맹독성인 물질은 아니다. 또 자연계에서 생분해도 일어나 반감기가 조건에 따라 13~261일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양서류를 비롯해 여러 동물들에게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인체에도 유해할지 모른다는 논란이 일자 유럽연합(EU)은 2004년부터 아트라진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여전히 아트라진을 제초제로 쓰고 있다.

다행이 우리나라에는 아트라진이 도입되지 않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친환경잡초연구실 강충길 연구관은 "예전에 아트라진을 농약으로 등록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검토결과 유해하다고 판단해 허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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