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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은 라이벌 정자 죽이는 화학무기



 



90마리 수컷 상대하는 여왕개미 강한 정자만 선택


한 마리의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들과 교미하는 생물 종의 경우, 정자들이 화학전을 사용할 정도로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그런데 암컷도 정자들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는다고 한다. 암컷은 정자들이 어느 정도 싸우게 놔뒀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전쟁을 중단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암컷은 싸우다 이긴 강한 녀석들만 선택할 수 있다. 정자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는 암컷일까.




●정자의 화학무기, 정액


개미나 벌과 같이 한 마리의 암컷 여왕이 제국을 이루는 사회적 곤충은 성적 관계가 극단적이다. 대개 한 마리의 암컷만이 모든 수컷들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그 모든 거사가 암컷 여왕의 일생 중 단 하루만 이뤄진다. 여왕 암컷은 30분 만에 90마리나 되는 수컷을 상대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곤충은 수많은 수컷 정자들이 한 번에 한 마리의 암컷 몸 안에서 부닥쳐야 한다. 그만큼 정자전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2종류의 벌과 3종류의 개미를 대상으로 정자전쟁에 쓰이는 새로운 무기를 찾아냈다. 수컷이 정자와 함께 분비하는 정액이었다.

과학자들은 정액이 난자로 가는 여행에서 정자들이 좀더 오래 살도록 해주는 액체 정도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정액에 대한 이런 관점이 틀렸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생물학자 보리스 바어(Boris Baer) 박사는 예전 연구에서 꿀벌의 정액에 무려 67가지의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액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정액이 정자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았다. 연구팀은 여러 사회적 곤충에서 정자와 정액을 함께 추출했다. 그리고선 한 수컷의 정액에 다른 수컷의 정자들을 넣어보았다.

그러자 정액의 놀라운 능력이 확인됐다. 15분 만에 정액은 다른 수컷의 정자 50% 이상을 죽였다. 정액이 정자전쟁에서 라이벌 정자들을 죽이는 화학무기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 단 하루 교미로 수십 년간 자손 생산


연구팀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자전쟁에서 암컷의 역할까지 확인했다.

여왕개미나 여왕벌은 일생에 단 하루의 거사를 통해 한 번에 정자들을 몸 안에 채운 후 평생토록 자손을 만든다. 한 예로, 나뭇잎을 잘라 곰팡이의 먹이를 주고, 대신 곰팡이에서 나오는 실 모양의 균사를 먹고사는 파마나산 가위개미(leafcutter ant)는 여왕개미가 5억 마리 이상의 정자를 자신의 배에 저장한다. 그런 다음 여왕개미는 무려 수십 년 동안 이 정자들을 조금씩 꺼내어 1억 마리 정도의 자손을 낳는다.

따라서 여왕개미의 배 속에 있는 수많은 서로 다른 수컷들의 정자들이 자신들의 정액을 동원해 서로 마구 죽이기만 한다면 큰일이다. 그러니 여왕은 이 싸움에서 단순한 구경꾼 노릇만 할 수 없다.

연구팀은 어떻게 암컷 여왕이 정자들의 싸움을 중단시키는지를 확인했다. 암컷 여왕은 우선 정자들끼리 싸우게 놔둔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강한 녀석들만 살아남으면 암컷 여왕은 정자들을 저장하는 수정낭(spermatheca)에 액체를 분비한다.

이 분비물은 ‘수정낭액(spermatheca fluid)’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여러 수컷들의 화학무기인 정액들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암컷 여왕은 정자의 전쟁을 끝을 낸다. 죽음을 불사하는 검투사들의 싸움을 한가로이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검투를 중단시키는 로마 황제처럼 말이다.

연구팀은 이런 암컷의 행위를 통해 암컷은 강한 정자만을 선택할 수 있으며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손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바어 박사는 “이번 연구가 동시에 두 개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정자전쟁과 함께 암컷의 정자선택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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