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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선은 젊고 할 일은 많다




박홍규 고려대 극미세나노선광소자연구단장


[창의연구단 공동기획] 박홍규 고려대 극미세나노선광소자연구단장


“나노선 광소자 분야의 연구는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 그만큼 연구할 게 많은 거죠. 요즘에는 네이처와 사이언스, 네이처 자매지를 보는 것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 분야의 논문이 빠지지 않을 만큼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거든요.”

박홍규 고려대 극미세나노선광소자연구단장은 ‘20대 박사, 30대 초반 교수, 최연소 창의연구단장’이라는 세 가지 수식어를 모두 가진 연구자다. 그는 35세라는 자신의 나이처럼 젊고 변화가 많은 연구 분야에 도전중이다.



[여기에 오기까지] 나를 이끌어 준 손기술


“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원은 당연히 간다고 생각했죠. 지도 교수님을 선택해야 했는데 ‘학부 인턴’을 계기로 이용희 교수님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참 행운이었습니다.”

학부 인턴은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부생들이 미리 실험실을 경험하는 제도다. 박 단장은 이 시간에 이용희 교수의 실험실에서 마이크로 크기의 물질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그가 다른 사람보다 마이크로 구조를 더 잘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도 몰랐던 손기술을 발견한 것. 결국 이 손기술은 그를 이용희 교수의 연구실로 이끌었다.

이 교수의 지도 방식은 박 단장에게 꼭 맞았다. 그는 “대학원생이 교수와 직접 토론할 수 있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 교수님은 늘 학생과 직접 소통하려 했다”며 “덕분에 학생 때부터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사 과정이던 2004년에는 ‘전기로 구동되는 광결정 레이저’를 연구해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개발한 광결정 레이저는 빛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광통신의 산업적 응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결정은 특정 파장만 반사하고 나머지는 투과시키거든요. 광결정 안에 100% 반사하는 파장을 넣는다고 해 봅시다. 그 안에서 빛이 계속 반사돼 증폭된 상태로 가둬지겠죠? 이 공간에 구멍을 뚫고 길을 내면 광집적회로를 만들 수 있고, 이 빛을 한쪽으로 유도하면 레이저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박 단장은 광결정에 100nm~200nm(1nm=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기둥을 세우고, 여기에 전기를 흘려 빛을 발생시킨 뒤 이를 증폭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1μm(100만분의 1m)의 ‘초미니 레이저’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그는 “아주 적은 양의 전기로 레이저를 만들 수 있고, 하나의 광자(빛 알갱이)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미니 레이저 장치의 모습. 중간에 기둥처럼 연결된 부분에 소량의 전류를 위쪽으로 흘리면 연결부위 안쪽의 발광물질에서 빛이 나오고 이 빛이 유리처럼 둘러싸인 내부에 반사되면서 증폭돼 레이저가 발생한다.
[어려움을 넘어] 나노선에 집중…“김연아의 마음으로 연구”
광결정 레이저로 이름을 날리던 박 단장은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화학과로 선택했다. 초미니 레이저를 연구하면서 나노(10억분의 1m)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도교수도 나노학계의 대가인 미국 하버드대의 찰스 리버 교수로 선택했다. 하지만 물리학과와 다른 연구 문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학과에 가서 가장 놀란 것이 ‘잠 안자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리학자는 뭐든지 큰 그림에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화학 분야는 일단 움직이면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교수부터 학생까지 잠 안자고 연구를 하더라고요. 그 때가 제일 힘들었던 때 같아요.”

그러던 중에 아이까지 태어났다. 산모와 아기를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아 아기를 재우고 밤 12시에 다시 실험실에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잠은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잤고, 연구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2년이 지난 뒤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왔다.

2007년 귀국한 뒤에도 세계의 석학인 리버 교수와 공동연구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박 단장은 머리카락을 1만분의 1로 쪼갠 수nm 굵기의 가느다란 ‘나노선’과 광결정 레이저를 융합한 연구에 성공했다. 나노선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 빛을 발생시킨 뒤 광결정으로 빛의 이동방향을 조절한 것. 이밖에도 나노선을 이용한 다양한 광소자도 개발했다.

박 단장은 “피겨여왕, 김연아도 우승하는 한 순간을 빼고는 어렵고 힘들다고 이야기한다”며 “연구도 결과가 나오는 한 순간을 위해 어려움을 참고 견뎌야 한다. 과학자들도 김연아의 마음으로 연구한다”고 말했다.




[나의 성공담] 물리학-화학 사이에 선 ‘나노 연구자’
“제가 아직 성공했다고 보기는 좀 그렇죠. 연구경력도 짧고요. 굳이 강점을 찾자면 물리학과 화학을 융합할 수 있다는 것이겠네요. 두 학문의 중간에서 나노선과 광학을 연구하면 서로 응용할 부분이 많거든요. 사실 그게 제가 설 수 있는 가장 좋은 포지션인 것 같습니다.”

박 단장이 미국으로 떠날 때만 해도 광결정 학자들은 나노선이 뭔지 모를 정도로 학문 간의 경계가 뚜렷했다. ‘광결정은 물리학, 나노선은 화학자’ 이런 식으로 경계가 나눠진 것. 하지만 박 단장은 새로운 광소자를 위해 두 기술을 접목했다.

그는 “물리학에서는 깍아서 나노 구조를 만드는 탑다운(Top Down) 방식을 이용하지만 더 작은 세계로 갈수록 화학과처럼 블록을 쌓듯이 필요한 물질을 하나씩 쌓는 바텀업(Bottom Up)을 사용해야 한다”며 “또 화학 분야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물리나 전자공학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광소자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결정과 나노선을 이용한 레이저 장치의 모습. 나노선이 광결정에 전류를 흘려줘 광결정에서 레이저를 만들 수 있게 한다.
[극미세나노선광소자연구단의 미래상] 손톱만한 컴퓨터 본체 만들기
박 단장은 전자가 아닌 빛을 기반으로 하는 광컴퓨터를 꿈꾼다. 빛은 기본적으로 전자보다 빠르며, 전자처럼 상호간에 작용하지도 않아 연산처리를 고속으로 할 수 있다. 가시광선 파장보다 작은 레이저와 광섬유, 태양전지 등을 모아 초미니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좋은 성능을 가진 광소자 만들고 잘 융합하면 손톱보다 작은 곳에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와 하드디스크 등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크기가 작을수록 에너지도 적게 들기 때문에 약간의 태양빛으로도 작동시키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미세나노선광소자는 젊다
나노선광소자에 대한 연구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자가 반도체의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집적도를 높이고 칩의 크기를 줄이다보니 덩치 큰 전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연구 분야가 젊은 만큼 앞으로 할 일도 많다”며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단의 실력을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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