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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상반된 시선




우량형질의 유전자를 작물에 삽입하는 농업생명공학기술의 개발 경쟁이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자료사진
다각도로 바라본 GMO 논쟁
“당신은 GMO 식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나요?”

3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센터가 국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9%는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절반 가량은 GMO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나머지는 잘 모르거나 괜챦다고 생각한다. GMO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나 산업경쟁력 확보 등 GMO에 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 GMO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논란1: GMO 표시 예외제도, 소비자 권리 침해 vs 식량 빈부 격차만 초래


국제생명공학응용정보서비스(ISAAA)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 1억3400만ha에서 GMO 콩과 옥수수 등이 재배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 전체 농지면적의 9% 수준으로 2008년보다 약 7% 늘어난 면적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는 GMO 콩 90만t, 옥수수 640만t 등 총 GMO 농산물 740t이 수입돼 식용유나 사료, 전분 제조용으로 사용됐다.

GMO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량이 늘어나자 정부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2001년부터 GMO 표시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 평가를 받은 모든 GMO제품에 표시제를 의무화한 유럽연합(EU), 호주와 달리 국내에서는 콩, 옥수수, 면화 등 지정된 GMO 농작물에 한해 GMO 표시제를 시행한다.

현행 규정은 표시대상인 GMO 농작물을 수입하는 경우에만 이 사실을 신고하도록 해 표시대상이 아닌 GMO 농작물을 수입하는 농작물 수입업자는 이를 확인하거나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일종의 ‘편법’이 가능한 셈이다.

문제는 GMO 농작물을 원료로 사용했다하더라도 최종 제품에 해당 작물의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 제품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식용유, 간장, 전분당, 주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예외 규정은 상품선택에 있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평가다.

농촌진흥청 유전자변형농산물 심사위원인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GMO 표시제를 시행하는 목적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왔지만 이러한 예외 규정은 이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MO 표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양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1996년 이후로 벌써 15년간 GMO를 먹었지만 인체에 위해하다는 결과는 나온 적이 없다”며 “이미 국내에 시판 중인 대두유 대부분이 GMO 콩으로 만든 것인데, 여기에 GMO 표시를 한다고 하면 돈 있는 사람은 대두유보다 5배 이상 비싼 올리브유를 먹겠지만 돈 없는 사람은 그렇지 못해 차별을 느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추진 중인 GMO 표시제 확대가 오히려 빈부격차에 따른 ‘식품 양극화’를 낳고, 되레 가난한 자를 구분 짓는 잣대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논란2: GMO 표시제 확대, 소비자와 기업에 부담 지우는 선진국의 논리


식품의약안전청은 지난해 GMO 표시제를 전 품목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GMO식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식품 제조업체에서는 ‘GMO 프리’를 선언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GMO 표시제 확대가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대 진현정 식품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 ‘농업경영·정책연구지’에 발표한 ‘GMO 표시제 확대가 식품산업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원료가 되는 GMO 농작물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 식품 가격이 오르면 일정 부분은 소비자 가격으로 흡수될 것이나 나머지는 식품기업의 이윤 저하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 논문은 현재 표시제 수준을 EU 수준으로 높일 경우 콩기름과 옥수수기름 가격이 최대 24%, 농산물·식료품 가격도 최대 3.6%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규항 세종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안전성 평가를 거쳐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판단해 수입한 식품에 따로 표시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GMO 표시제를 확대하면 기업과 소비자들이 부담을 지는 것은 물론 GMO 제품 검사기기를 들이고 검사하는데 국부가 유출되고 시간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 교수는 GMO 논란이 일종의 ‘장삿속’에서 나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EU는 땅이 넓어 GMO를 생산하지 않고도 자급자족할 수 있고 또 GMO 반대 여론이 거세야 남는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며 “우리 같은 농산물 수입 국가는 국내 현실에 유리한 정책을 펴야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좇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만든 유전자변형 옥수수. 출처:동아일보 자료사진

 

 


● 논란3: 최소허용수준은 1%? 3%?
GMO 식품의 기준 역시 여러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현행법상 3% 이내의 GMO성분이 함유된 식품은 GMO 제품이라는 사실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두부를 만드는데 콩이 100알 쓰인다면 이 중에 3알이 GMO 농작물이어도 두부는 GMO 식품이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3% 이하라면 GMO 성분이 있어도 소비자가 알 도리는 없는 셈이다.

GMO 식품의 수입량은 날로 늘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은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2005년부터 2008년 8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GMO 식품을 분석한 결과, 2005년 4389t이던 수입량은 2008년 8월 1만7337t으로 불과 3년 사이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8년 GMO 표시제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유독 이 조항만은 변화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EU는 GMO 성분의 최소허용수준을 0.9%로 정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1%로 보다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김 교수는 GMO 최소허용수준 기준이 낮아 기업에게 ‘그래도 된다’는 여지를 주고 소비자로 하여금 혹시나 하는 의심을 품게 해 GMO 식품에 대한 사회의 합의 기준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소허용수준은 기업에게 3%까지는 GMO 농작물이 섞여도 상관없다는 관행을 만들 우려가 있고 소비자에게는 GMO 표시가 없다 하더라도 GMO가 3%는 섞여 있다는 불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 교수는 “GMO는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허용수준이 1%든 3%든 크게 상관없다”고 말했다.




● 논란4: GMO 규제는 국내 식품 산업을 보호할까 저해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GMO 규제가 과하다고 전했지만 다른 이들은 GMO 규제정책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몇 가지 원인을 들어 설명했다.

우선 GMO 농작물과 GMO가 아닌 농작물이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작물의 구입에서부터 보관과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식품분석과 기록이 필요한데,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GMO 농작물을 ‘식품’이 아닌 ‘상품’으로 볼 경우 GMO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국내 GMO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GMO 수출국의 통상압력도 하나의 요인이다. GMO 농작물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은 우리와 자유무역협상(FTA)를 추진하면서 ‘GMO의 위생검역절차를 완화하라’는 미국 요구를 한 바 있다. 스위스와 미국 간의 FTA가 결렬됐던 이면에는 무리한 GMO 수입개방요구가 있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전 세계에서 GMO 경작지가 매년 15%씩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이라며 “국내 규제가 엄격하고 또 소비자들의 반감이 있지만 언제 GMO 시장이 개방될지 모르는 만큼 각 종 종자를 개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켄슈타인 푸드’라 불리던 GMO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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