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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또 한 번 옳았다!




‘슬론 디지털 스카이 탐사(Sloan Digital Sky Survey)’가 그려낸 3차원 은하지도. 지구가 중심이고 가장자리 부분은 지구로부터 2억광년 거리에 있다. 이 지도에 등장하는 7만개의 빛나는 은하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이 태양계 바깥에서도 옳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반상대성이론 태양계 너머 거대 우주도 평정
‘아인슈타인은 옳았다’는 말을 재차 확인해주는 연구결과가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태양계를 넘어서 거대 우주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이 처해있는 최대난제인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물리학자가 지어낸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 숱한 검증 거쳤는데 아직도 또 뭘?
1915년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중력이론을 뛰어넘은 한 차원 높은 중력이론을 완성했다. 그것은 우주를 중력의 시공간으로 풀어낸 일반상대성이론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곧바로 뉴턴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수세기 동안 물리학자들이 보필을 받으며 권좌에 올라있는 뉴턴을 한 순간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는 없었다. 뉴턴의 자리를 꿰차려면 웬만한 일로 배신하지 않는 충실한 뉴턴 물리학자들의 마음을 흔들 실험적 증거가 필요했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직접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3가지 방법도 제시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 100여 년 동안 일반상대성이론은 숱한 검증과정들을 통과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은 양자역학과 함께 현대물리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양자역학이 물리학자들에게 원자나 그 이하의 미시세계를 들여다보는 눈이 된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은 태양계는 물론 수많은 은하가 있는 거시 우주를 바라보는 망원경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러니 ‘아인슈타인이 옳았다’라는 연구결과는 이제까지도 여러 번 보도된 식상한 뉴스거리인 셈이다. 그런데도 왜 아직도 이런 기사가 터져 나오는 걸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여전히 넘지 못한 산이 대체 무엇인 걸까.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의 중력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했던 우주의 운행을 말끔하게 풀어주었다. 하지만 범위가 태양계 내다. 태양계를 넘어선 거대 우주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이 맞는지 그렇지 않는지는 아직 결론이 난 일이 아니다. 현대물리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가 ‘우주는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천체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리학자들은 현재 아주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우주를 이루는 96%가 정체불명의 존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22%가 ‘암흑물질’이라고 것이고 나머지 74% 정도가 ‘암흑에너지’라는 것이다.







● 만약 일반상대성이론이 틀렸다면 암흑에너지는?
암흑물질은 눈에 보이는 별이나 은하와 달리 빛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질량을 갖고 있어서 주변에 미치는 중력을 통해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암흑물질로 여러 후보들이 거론된다.

이에 비해 암흑에너지는 후보조차도 파악되지 않는 훨씬 난해한 존재다. 그럼에도 물리학자들이 암흑에너지를 얘기하는 이유는 일반상대성이론 때문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속도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관측해보면 현재 우주는 오히려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추종자들인 물리학자들은 이런 난감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를 내놓았다. 암흑에너지라는 존재가 있어서 우주의 물질들을 점점 멀어지게 하면서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한다는 것이다. 즉 암흑에너지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전제 하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일반상대성이론이 태양계를 넘어선 거대 우주에서 맞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상황은 확 달라진다. 물리학자들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포기하면 암흑에너지라는 괴상한 존재도 함께 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태양계 내에서나 은하와 은하 사이의 아주 긴 거리에서든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토대 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세웠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달리 중력이 거대 우주에서 달라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태양계 내보다 거시 우주에서 중력이 약하다면 암흑에너지는 존재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암흑에너지가 못마땅한 일부 물리학자들은 거시 우주에서 중력이 달라진다는 새로운 중력이론들을 내놓기도 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게는 현재 경합을 벌여야 할 경쟁이론들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태양계를 넘어선 거시 우주에서 일반상대성이론과 경쟁이론들 가운데 어느 게 옳은지를 시험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중력을 다르게 보면 은하들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이를 통해 태양계를 넘어선 거시 우주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할 수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천체물리학부의 한 당돌한 대학원생이 그 어려운 일을 시도했다. 레이나벨 레이스(Reinabelle Reyes)가 주인공이다. 그는 일반상대성이론과 2가지 경쟁이론을 검증하는 무모한 일에 나섰다.

이를 위해 레이스는 동료와 함께 하늘의 4분의 1 영역을 관측하는 ‘슬론 디지털 스카이 탐사(Sloan Digital Sky Survey)’가 그려낸 7만개의 은하자료를 활용했다. 7만개 은하의 분포위치와 이동속도 그리고 외형을 조사한 것. 이는 일반상대성이론과 경쟁이론 중 어느 게 옳은지를 판단할 근거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은하로부터 날아오는 빛은 우리와 그 은하 사이에 있는 은하들의 중력으로 인해 휘어진다. 그런데 휘는 정도가 일반상대성이론과 경쟁이론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은하가 얼마나 빨리 성장하고 어떻게 서로 뭉치는지에 대해서도 일반상대성이론과 경쟁이론은 다르게 예측한다. 중력을 다르다면 은하의 움직임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레이스 연구팀이 이 모둔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EG라는 값으로 결과를 내놓았다. EG는 물리학자들이 물체들간의 예상되는 상호작용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양이다. 레이스 연구팀이 7만개의 은하를 대상으로 검토해서 얻은 EG 값은 0.39.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0.4와 거의 비슷했다.

반면 경쟁이론 중 하나인 ‘TeVes’ 중력이론의 경우 EG는 0.22로 멀었다. 그리고 ‘f(R)’이라는 중력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보다 멀긴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들어왔다. 일단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승리로 결론이 난 것.




● 앞으로도 일반상대성이론 검증 계속될 것
일반상대성이론이 건재함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결과가 경쟁이론들을 완전히 물리친 것도 아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의 물리학자 알렉시 로다우드 박사는 “앞으로 20년 동안 일반상대성이론과 경쟁이론들에 대한 여러 실험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반상대성이 틀렸음을 알아내거나 혹은 암흑에너지를 설명해줄 새로운 물리학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면서 “우리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있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1세기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물리학이 등장하는 걸까.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지가 기대된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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