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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호기심이 리보솜 신비 벗긴 원동력”





2009년 노벨화학상 아다 요나트 박사 인터뷰
《호기심에 사로잡혀 무모한 실험을 많이 했던 한 여자어린이가 있었다. 다섯 살 때는 집 난간의 높이를 재려다가 바깥뜰로 떨어져 팔이 부러졌다. 한 번은 등유의 일종인 케로신을 갖고 실험하다 불을 내기도 했다. 호기심을 불태우던 그 여자어린이는 고희(70세)가 되던 해 과학자로서 최고의 상을 받았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아다 요나트 박사(71)다. 그는 세포의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의 구조를 밝혀내 노벨상을 받았다.》



난공불락 리보솜 3차원 구조, 30여년 연구 거쳐 밝혀내
“연구결과 바탕 슈퍼박테리아 무찌를 항생제 개발 몰두”

지난달 29일 바이츠만연구소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요나트 박사는 “리보솜 연구도 ‘세포의 일생에서 중요한 과정은 뭘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며 “리보솜은 세포가 살아가고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생명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계’”라고 말했다. 그가 리보솜의 정밀 구조를 알아낸 덕분에 인류는 병원균의 리보솜을 공격해 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얻었다. 요나트 박사는 요즘엔 슈퍼박테리아를 무찌를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기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세균이다.




● 여성노벨화학상 4호… 이스라엘의 ‘마리 퀴리’
요나트 박사는 마리 퀴리(1911년), 그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1935년), 도러시 호지킨(1964년)에 이어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학창 시절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으며 화학자의 꿈을 키웠던 그는 ‘이스라엘의 마리 퀴리’로 불린다. 그러나 여성 과학자로서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히 “아니다”라며 “실험과제가 훨씬 더 어려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1970년대 들어 요나트 박사는 당시 다른 사람들은 엄두조차 못 냈던 리보솜 구조를 밝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엘리샤 텔오르 히브리대 교수는 “당시 요나트 박사의 연구는 작은 보트를 타고 대양을 건너겠다는 것과 같은 무모한 시도처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의 구조를 알아내려면 먼저 리보솜을 세포에서 깨끗이 분리한 뒤 결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결정에 X선을 쏴서 구조를 알아낸다. 일종의 X선 사진을 찍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리보솜 결정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




초창기에 만든 결정은 매우 불안정해 몇 분만 지나면 녹아버렸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요나트 박사는 리보솜 온도를 영하 185도로 낮춰 안정적인 결정을 만들었다. 덕분에 리보솜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낼 수 있었다.

요나트 박사가 노벨상을 받은 비결은 뭘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요나트 박사의 능력, 든든한 재정적 후원, 똑똑한 동료를 꼽았다. 바이츠만연구소의 2009 연보에 따르면 2억9000만 달러(약 3200억 원)의 연구소 수입 중에서 24%가 기부금이다.

요나트 박사도 연구 초기부터 부유한 유대인 일가인 키멜만 가문의 아낌없는 후원을 받았다. 그가 20년 이상 연구비를 걱정하지 않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리보솜 구조 연구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다니엘 자이프만 바이츠만연구소 소장은 “60여 년 동안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끝없는 호기심이야말로 대담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창조적 연료’라는 걸 증명해 왔다”고 밝혔다.




● 내달 내한강연… “모든 질문 답하고싶어”
요즘 요나트 박사는 리보솜의 3차원 구조를 바탕으로 슈퍼박테리아를 무찌를 비책을 찾고 있다. 그는 “지금은 슈퍼박테리아로부터 직접 리보솜 결정을 얻기보다 이를 연구할 수 있는 모델로 실험하고 있다”며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의 제약사와 함께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단백질과 리보핵산(RNA)의 복합체인 리보솜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데도 중요한 대상이다. 그는 “앞으로 리보솜의 기원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며 “리보솜은 유전자에 저장된 유전정보를 해독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생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생명의 기원에서 리보솜 RNA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보솜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그칠 줄 모른다.

요나트 박사는 5월 중순 내한해 한국 청소년을 만난다. 내달 17∼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생화학분자생물학회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고 17일에는 200명의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대중강연을 한다. 이 강연은 동아사이언스와 생화학분자생물학회가 함께 연다.

대중강연에 참여하고 싶은 청소년이 요나트 박사에게 궁금한 점과 본인의 인적사항을 e메일(MailTo:ds@dongascience.com)로 보내면 200명을 선발해 초청할 계획이다.

요나트 박사는 “초청자 200명 모두의 질문에 답변해주고 싶다”며 “돈이나 명예보다 호기심을 쫓는 게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대로 과학을 하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이스라엘 레호보트=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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