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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이 천안함처럼 두 동강날 수 있을까?


2010년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1200톤급 우리 군함, 천안함이 침몰했다. 사고 당시 이 선박은 순식간에 쪼개졌고, 함미 부분은 바로 침몰했다. 대체 천안함과 그 주변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천안함 사고를 둘러싼 다양한 원인 분석이 쏟아졌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분석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선체가 두 동강난 점’을 두고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과거 실험 사례와 실제 침몰 사고 등이 제시된 몇 가지 가능성을 정리해봤다.

튼튼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군함이 두 동강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바다 밑에서 쏘는 미사일인 ‘어뢰’나 바다 속에 설치한 지뢰인 ‘기뢰’가 선체를 직접 공격해도 부분적인 파손 등이 있을 뿐 군함 자체가 두 동강으로 쪼개지기는 어렵다. 그보다 큰 충격이 있었거나 다른 이유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이유다.





선체가 두 동강나 침몰한 경우를 잘 보여주는 실험은 1999년 호주에서 있었다. 당시 호주 서쪽 바다에서 잠수함 판콤호가 퇴역을 앞둔 2700톤급 군함 토렌스호를 향해 어뢰를 쏜 것. 그런데 이 어뢰는 군함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군함 밑바닥을 지날 때 터지도록 설계됐다. 어뢰가 물에서 폭발할 때 가지는 폭발력을 보기 위해서였다.

군함 아래쪽에서 어뢰가 터지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수면 위로 치솟았다. 토렌스호는 순식간에 두 동강으로 쪼개졌고, 군함의 꼬리는 곧바로 가라앉았다. 머리 부분도 몇 시간 뒤 침몰했다. 이는 어뢰나 기뢰가 수중에서 터질 때 발생하는 ‘버블제트(bubble jet) 효과’ 때문이었다.



어뢰나 기뢰가 수중에서 폭발하면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폭약이 고압의 가스로 변해 거품(버블)이 만들어진다. 이 충격파는 물에 전파돼 군함의 밑바닥을 때리고, 가스로 부풀어 오른 버블은 군함을 들어올린다. 이때 군함은 활처럼 휘었다가 수압으로 버블이 줄어들면 그 중심부가 아래로 처지는데, 이런 과정에서 군함에 균열이 생긴다. 다시 팽창한 버블은 아랫부분부터 깨져 주변의 물을 빨아들이고, 이 물이 물대포처럼 분출돼 군함을 강타하면 두 조각으로 갈라진다.

KAIST 해양시스템공학과 신영식 교수가 제시한 영상을 보면 300kg의 폭약 어뢰를 선체 2∼3m 아래서 폭발시켰을 때, 9000톤급 구축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안함이 1200톤급임을 감안하면 그보다 적은 양의 폭약으로도 함정이 두 동강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체가 두 동강이 나 침몰한 사고는 1943년 1월 16일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항에서도 있었다. 당시 항구에 정박해 있던 1만 6000톤급인 스키넥터디호가 갑자기 두 동강나 뱃머리인 함수와 꼬리인 함미 부분이 칼로 자른 듯 매끈하게 끊어졌다. 1998년 1월에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캐나다 몬트리올로 항해하던 화물선 플레어호의 중앙 부분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선박이 침몰한 까닭은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다. 이는 오랜 세월 충격과 압력으로 누적된 재료의 피로와 균열 때문에 선체 용접 부분이 갑자기 끊어지는 현상이다. 금속을 계속 구부렸다가 펴면 절단되는 것처럼, 작은 균열로 피로가 쌓여있던 부분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갑자기 파괴되는 현상을 피로 파괴라고 말한다. 이 경우 절단 부위가 칼로 자른 듯 매끄럽다.

피로 파괴는 대부분 철심을 이용해 철판과 철판을 이어 붙이는 ‘릴식 용접’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용접 부위에 작은 균열이 여러 개 생기게 되면 작은 하중에도 균열이 급속히 진행돼 순간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 하지만 군함이 피로 파괴로 두 동강난 사례가 전혀 없고,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 릴식 용접으로 선체를 이어붙인 선박이 없어 이 현상으로 선체가 절단된 사례는 없다.





이에 천안함이 자체 하중을 버티지 못해 ‘전단 파괴(shear failure)’됐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단 파괴란 어떤 물체에 지나친 무게를 실었을 때, 물체가 두 동강난 채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선체 머리와 꼬리 부분 양쪽에 힘이 가해지면 중간 부분에 피로가 누적되다가 마치 가위로 자른 것처럼 부러진다.

배를 머리와 꼬리, 가운데로 구분할 때, 가운데 부분에는 전단력이 크게 가해진다. 무릎에 막대기를 올려놓고 양 손으로 부러뜨릴 때 중앙에 힘이 집중되는 것처럼, 선체 가운데에 비해 부력을 적게 받는 뱃머리와 꼬리가 선체 양쪽을 누르는 효과가 생겨 전단력을 많이 받는다.

선체는 늘 전단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피로도가 쌓이게 되는데, 만약 전단력을 받는 부분에 어떤 충격이 주어지거나, 높은 파도 위에 올라타는 등 특별한 요인이 발생하면 배가 쪼개질 수도 있다. 실제로 1982년 일본의 8만 톤급 상선은 태평양에서 강한 파도를 맞아 두 동강나기도 했다.

물론 배의 가운데 부분은 전단력에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설계되므로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단력이 발생하는 부분에 물이 새거나, 더 많은 무게를 싣기 위해 개조했을 경우에는 배의 각 부분에 작용하는 부력이 불균형해지면서 배가 쪼개질 수 있다.

이렇게 배가 두 동강날 수 있는 가능성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현재 국방부가 무게를 두고 있는 쪽은 어뢰 등이 수중에서 폭발한 것이지만, 피로 파괴나 전단 파괴 등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현재 진행중인 인양 작업이 잘 이뤄져서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다음에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대비했으면 한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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