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연구소

척척박사 연구소과학이야기제목별로 보기해설이 있는 과학

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실패한 연구, 발상 바꿨더니 럭키 드러그”





[바이오선진화!]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


“연구개발(R&D)이 목적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역발상은 실패를 성공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준다고 확신합니다.”

LG생명과학 김인철(59) 사장은 최근 5~10년간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말을 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서울대 약대에 입학 이래로 현재까지 생명과학계에 몸담았던 김 사장은 “글로벌 바이오산업과 연구의 지도가 변하고 있고 여기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제약회사의 연구원으로 시작해 2006년 LG생명과학 대표이사에 취임, 현재까지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부터 경영까지 두루 경험한 김 사장은 “2010년 현 시점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은 엄청난 위기일 뿐 아니라 세계를 선도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 실패에서 ‘성공’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신물질인 사이토프로(cytopro)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실패로 치부하고 그냥 지나쳤을 것인데 다시 보니 혁신적인 측면이 보이더군요.”

김 사장이 언급한 사이토프로는 LG생명과학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른바 ‘럭키 드러그(Lucky Drug)’다. 사이토프로는 당뇨병 치료제 후보 물질의 독성을 시험하다가 찾아냈다. 보통 신약을 실험하게 되면 물질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세포가 죽기 마련인데 이 물질로 인해서 세포수가 늘어나는 이변이 생겼다.

“이것은 기존의 목적에서 보면 실패한 연구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그 연구는 포기하고 다른 연구에 매달렸을 겁니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서 연구해보니 이 물질이 세포의 괴사를 막는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새로운 물질을 찾아낸 것이지요.”

신물질인 사이토프로가 심장병 약의 부작용을 이용해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나 에이즈치료제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제픽스(라미부딘)’ 같이 앞으로 미래의 효자 상품이 될 것으로 김 사장은 기대했다.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도 이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그동안 제약 및 바이오 분야에서 맹주였던 글로벌 기업이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기회다”라고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기준에 맞춘 연구 지원해야


“글로벌 기업에게 어렵다면 규모가 작은 우리 기업도 분명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험심 있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있으면 역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대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에 걸맞는 연구개발을 하고 중소기업은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최근 바이오산업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연구 개발 분야와 민첩성이 필요한 벤처 분야로 크게 구분된다. 단순히 복제약을 만들어서 영업 및 유통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기업은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다.

김사장은 “모두에게 나눠주기식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발상을 바꿔서 가능성 있는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정책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시장에 출시돼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단백질 의약품을 복제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력과 시장이 있어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단 영세한 규모로는 경쟁하기 힘들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규모 있는 투자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분야와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러한 주장이 ‘규모가 작은 기업이 바이오 분야를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의 바이오제약 기업인 길리아드(Gilead Sciences)사가 모범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연평균 40% 이상 성장을 하면서 실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인플루엔자A의 치료제인 타미플루 개발사로 유명한 길리아드 같이 틈새 분야를 개척하면서 아예 새로운 영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의 바이오연구 지원 전략은 이처럼 글로벌 규모의 기업을 키우는 작업과 민첩한 바이오벤처를 키우는 일 두 가지 방식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바이오 관련 대학 교육도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김 사장은 국내 바이오연구계와 산업계가 세계 1류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 분야에서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1년부터 15개 대학에 약대가 신설된다고 합니다. 약대가 많아지는 것은 단지 약사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제약, 바이오 약품을 넘어 건강(헬스케어) 산업 전체가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과거형 약대 교육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는 우선 약대 교육이 제약 교육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제약 위주가 아니라 ‘과학자’를 키워낼 수 있도록 과학 전반에 대한 폭넓고 또한 깊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또 약대에서 제약과 과학만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약대에서 산업과 경영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6년간 교육 중에는 경영대학원(MBA)에서 배우는 것 같은 실용적인 산업과 경영학 과정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외에도 “앞으로 키우는 바이오 인재는 처음부터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외국어 구사 능력도 같이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족과의 소통도 자유롭고 컴퓨터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Y세대’가 이러한 약대 교육을 받는 다면 국내 바이오 연구 및 산업도 자연스럽게 세계적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사장은 내다봤다.




● 학계 및 연구계도 과거의 관점 버리고 큰 틀로 접근해야 생존 가능


“비단 학교 뿐 아닙니다. 바이와 관련 학회와 국책 및 민간 연구소 등도 글로벌 기준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김 사장은 현재 국내 바이오산업 매출의 70%가 제약에서 나오지만 미래에는 비제약 부문이 역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의 틀이 크게 바뀐다는 얘기다.

“국내 학계 및 연구소는 현재 국내 바이오산업을 일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약에서 바이오로 다시 건강 산업 전체로 바뀌고 있습니다. 제약과 바이오 뿐 아니라 산업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추는 연구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합니다.”

그는 ‘건강’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과 정보기술 상업, 의학, 유전공학, 화학 등이 모두 융합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사장은 “바이오 분야의 모든 관계자들이 항상 글로벌 기준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때 바이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인철 사장의 ‘이것만은 꼭!’
△역발상을 통해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내자.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연구 개발만이 살길이다.
△대규모 투자와 틈새 시장을 동시에 개척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인재를 키워내는 약대 교육을 만들자.


--------------------------------------------------------------------------------

김인철 사장은
1977.2 서울대 약학과 학사/석사
1985.2 미국 일리노이대 이학 박사
1985.6 미국 록펠러 재단 박사후 연구원
1986.6 미국 듀크대 의대 연구원
1988.11 미국 글락소 제약사 책임연구원
1993.1 럭키 부장입사
1995.3 LG화학 상무이사
2001.4 LGCI 의약개발연구소장
2002.10 LG생명과학 사업개발담당
2005.1 LG생명과학 부사장 / 영업본부장
2006.1~현재 LG생명과학 대표이사 사장


--------------------------------------------------------------------------------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하며 허가없이 타 사이트에 게재할 수 없습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관련주제가 없습니다.
내과학상자담기  E-MAIL 프린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RSS
관련 콘텐츠가 없습니다.

나도 한마디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목록


내 당근 보러가기

내 뱃지 보러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