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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1년, 의사소통 미흡했고 과학적 분석은 부족”

김우주 교수, “백신 개발은 운 좋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 인플루엔자A가 ‘일단’ 물러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31일 신종 플루 국가전염병위기단계를 ‘주의’에서 평상시를 뜻하는 ‘관심’으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 지 5개월 만이다. 국내 첫 신종 플루 추정환자가 발생한 게 지난해 4월이니 1년 만에 신종 플루 시대가 막을 내린 셈이다.

7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인플루엔자 전문가’ 김우주 교수(고려대 의대)를 만났다. 신종 플루 대응을 뒤돌아보고, 신종 플루가 한국 사회에 남긴 의미 등을 톺아보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보단 ‘김치가 신종 플루에 효과 있다’ ‘신종 플루는 위험하지 않다’처럼 정서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실제 사망자가 나왔을 때 큰 혼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종 플루가)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여전히 유행 중이고 6~7월 남반구를 거쳐 올 가을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며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 항바이러스제 내성 바이러스 출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제2의 신종 플루가 오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사진. 김 교수는 “신종 플루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정서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실제 사망자가 나왔을 때 큰 혼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 신종 플루의 대처에 있어 가장 아쉬웠던 점은
“신종 플루에 대한 안이한 생각이다. 첫 사망자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7월까지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는 ‘한국은 신종 플루 안전지대’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거점 병원도 지정하지 않았고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도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사망자가 나오니까 더 큰 혼란에 빠졌다. 그나마 치사율을 선진국과 비슷한 0.01~0.1%(추정치) 수준으로 낮춘 건 성과다.”

- 백신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여러 상황을 따져보면 백신 개발은 운이 좋았다. 우선 백신공장이 있었고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 허가를 받아뒀기 때문에 신종 플루 백신을 좀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다. 아마 2008년에 신종 플루가 터졌으면 난리 났을 거다. 백신을 보통 두 번 투여해야 되는데 9세 이상 사람에게는 한 번만 투여해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상황은 좀 더 희망적으로 변했다. 면역 증강제를 넣은 백신 개발도 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있었다.”

- 백신 접종 우선순위 선정은 적절했나
“신종 플루가 사그라진 건 백신 접종 때문이라고 본다. 초·중·고등학생을 우선 접종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잘한 선택이다. 이들 중 80%가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개학한 후에도 재유행이 오지 않았다.”

- 이번에 신종 플루 대처방안에서 개선해야할 점이라면
“우선 각 기관 간에 소통이 잘 안 됐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일반 환자도 폐렴 등 합병증이 우려될 때 항바이러스제를 즉각 처방하도록 항바이러스제 처방지침이 바꿨다. 근데 이 지침이 거점병원 의사에게 먼저 알리고 협력을 구한 게 아니라 언론에 먼저 뿌려졌다. 물론 위기상황이니까 그랬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다.

사망자 수를 중계한 것도 공포를 키웠다. 이를 중계할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신종 플루에 걸릴 확률이 높고 왜 그런지 분석해 사람들에게 잘 알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다. 국내 환경에 맞는 과학적인 분석이 2~3주 늦게 나왔다.”





신종 플루에 대처한 곳이 주로 민간 의료 기관이었다
“사실 보건소가 전면에 나서야 했다. 보건소의 인력 규모가 그리 작지 않은데도 사망자가 발생한 8월 이후 보건소는 후방지원에 그쳤다. 보건소가 시장이나 구청장 직속이다 보니 민심을 끌기 위한 비만·건강관리 등 서비스 제공에 그치는 게 아쉽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가 되고 보건소가 손·발이 돼 거점병원과 함께 대응했다면 좀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 언론보도는 어땠나
“신종 플루에 대해 알리고 시민의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일정 부분 언론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보도도 많았다. 일례로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들 수 있다. 언론에서는 이 키트가 신종 플루를 감지할 확률이 50%로 낮아 적절치 않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키트보다는 확진검사에 몰렸다. 쏠림현상이 일어나 시간과 돈이 낭비됐다. 키트는 10분 내에 여부를 알 수 있다. 음성일 경우에만 확진 검사를 했다면 이런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

- 신종 플루가 재유행할 수도 있고, 다른 바이러스가 올 수도 있다. 대비책이라면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 발견 사례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여 건이다. 국내에서만 11사례다. 내성 바이러스 추이에 대해 눈여겨 봐야한다. 또 신종 플루가 올해 6~7월 남반구에서 유행한 뒤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비해야 한다. 백신 개발도 계란을 이용하는 지금 방식보다 발전된 세포배양방식 등을 도입해야 한다.”

- 신종 플루가 한국 사회에 남긴 숙제와 의미는 뭐가 있을까
“전염병을 대할 때 정서적 접근이 아닌 과학적 분석을 해야 하고, 정부·거점병원·언론·시민사회 등의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격리 진료실·중환자실을 미리 갖추는 등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는 교훈도 남겼다. 신종 플루 덕에 국민의 위생의식이 높아졌다. 손 세정제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였으니까. 덕분에 눈병 등도 줄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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