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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우주인 탄생 2주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년전 오늘,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는 기자를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8일은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러시아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출발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이 연구원은 기자들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만났던 기자는 없는 것 같다”며 발사 전날 일어났던 급박한 상황을 털어놨다.

2008년 4월 7일 바이코누르 기지에 있는 이소연 우주인의 숙소 밖이 시끄러워졌다. 당시 우주인 배출 프로그램을 후원한 언론사를 제외한 한국 기자단의 공동취재가 발사 전날까지 마련되지 않아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소연 우주인과 함께 우주로 떠나는 러시아인 동료들의 걱정도 커졌다. 이소연 우주인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실 우주인이 바이코누르 기지에 머무는 3주간의 일정은 계획대로만 진행된다. 우주인이 받을 갑작스런 스트레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기존에 준비되지 않은 공동 기자회견은 열릴 시간조차 없었다.

하지만 한국 최초 우주인의 탄생을 앞두고 취재를 포기할 기자들이 아니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소속된 한국 측 관계자를 설득했다. 한국 관계자들도 첫 우주인 탄생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홍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한국 측 관계자는 러시아 측에 “이소연 우주인이 가족을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며 가족을 만나기로 한 시간 중 5~15분 정도를 할애해 짧은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소연 우주인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갑자기 우주인의 건강과 심리상태를 담당하는 러시아 의사가 다급히 숙소로 들어오더니 ‘정말 가족을 안 만나도 된다고 했나?’라고 물었어요. 저는 관련 내용을 듣지 못해서 ‘그런 적은 없다’고 했죠. 그러자 의사가 ‘그럴 줄 알았다’며 나갔어요.”

공동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소연 우주인은 러시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통제하는 러시아 관계자들도 양해한 듯 보였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점점 길어졌다. 러시아 관계자가 회견을 마치겠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모든 불이 꺼졌다. 더 이상 촬영을 할 수 없었고 분위기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기자들이 하나둘 회견장을 빠져나가자 다시 불이 켜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소연 우주인의 가족들만 남아있었다.

“불이 켜졌는데 러시아 교관 둘이 양쪽에서 각각 가족들이 나가지 않도록 가족의 손을 꼭 붙잡고 서있었어요. 그때는 정말 감동을 받았죠. 덕분에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고 응원을 받았어요.”

이소연 우주인은 숙소로 돌아가며 러시아 교관에게 “감동받을 정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교관은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들도 첫 우주인이 탄생하기 전날에는 다 이렇다”고 말했다.





경험이 적은 젊은 러시아 우주인들만 불만을 갖고 동요할 뿐 베테랑들은 침착하게 대처한다. 사실 “기자회견장에서 불을 꺼서 기자들을 내보낸 상황도 예전부터 효과적으로 써오던 방법”이라고 했다.

러시아 측에서 이소연 우주인을 철저하게 관리한 이유는 아무리 발사체 기술이 뛰어나고 우주선 조종이 안전해도 이를 제어하는 우주인이 불안정하면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훈련을 하고 지상에서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도록 배려한다.

“사실 바이코누르 기지에 있는 동안 많은 의식을 거쳤는데 마치 죽음을 준비하는 것 같았어요. 인간이 처음 우주에 갈 당시 관련 자료들이 부족해 위험하다보니 만일을 대비하는 전통이 생겨난 것이겠죠. 그래도 평생 동안 그곳에 있을 때만큼 편하게 지낸 적이 없었어요. 동료들과 산책하다 혼잣말로 파인애플이 먹고 싶다고 해도 숙소에 돌아가면 이미 파인애플이 준비됐을 정도니까요.”

우주에 다녀온 지 2년이 지난 지금 이소연 우주인은 “우주에서 경험한 내용을 전달하느라 너무 바쁘게만 살았다”며 “앞으로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재충전 방법 중 하나는 “사비를 들여서라도 우주인 훈련을 받았던 러시아의 가가린 센터를 방문하는 것”이다.

“바이코누르 기지는 기간도 짧았고 지금 가면 2년 전과 같은 대접을 바랄 수 없기에 가가린 센터가 더 그립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업무로 방문하고 싶다는 것이 이소연 우주인의 바람이다.

“미국이나 러시아와 달리 한국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을 부각한 ‘한국형 우주인 프로그램’ 개발에 저도 최초의 우주인이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앞으로가가린 센터나 바이코누르 기지를 찾게 된다면 후배 우주인에게 도움을 주고 우주실험 장비를 다루는 것은 물론 그곳의 관계자와 원활한 소통을 하도록 조율하는 제 미래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네요.”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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