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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가 비행기에 치명적인 몇 가지 이유




발묶인 인천공항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발 ‘항공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18일에도 유럽행 항공편 대부분이 운항 취소된 가운데 발이 묶인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운항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982년 영국항공기 화산채 추락 위기 겪어… 아이슬란드 화산재도 위험
“신사 숙녀 여러분, 이 비행기의 주조종사입니다. 현재 우리 비행기에는 ‘작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4개 엔진 모두가 멈춰버렸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엔진을 정상화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큰 곤궁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1982년 6월 24일, 영국항공의 보잉 747 비행기가 인도네시아 상공을 지나가다 벌어진 일이다. 언뜻 듣기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 건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 엔진도 멈추고, 시야도 막히고, 계기판도 먹통


당시 엔진 4개 모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에서 멈춰버렸다. 11km 상공에 있던 비행기는 자유 활강하고 있었다. 8.5km 상공까지 내려오자 조종사는 엔진을 다시 작동시켜보았다. 하지만 실패였다. 그런 다음 이 다급한 와중에 조종사는 승객들에게 위의 말을 전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자유 활강을 한지 16분이 흘러 3.6km 상공에 이르렀을 때 엔진 4개 중 3개가 살아났다. 덕분에 아무도 다치지 않고 비행기는 자카르타 공항에 비상착륙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무사히 비상착륙을 한 후 당시 상황을 정리했더니 이랬다.

우선 엔진이 멈추기 전부터 이상했다. 비행기 내부로 연기가 들어왔다. 처음엔 담배 연기 인줄 알았는데, 점점 연기가 짙어지면서 유황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그때 바깥을 볼 수 있던 승객들은 엔진이 이상할 정도로 밝은 걸 보았다. 그 일이 있고 2분도 안되어 엔진은 화염에 휩싸였고 가동을 멈춰야 했다.

비행기가 무사히 자카르타 공항으로 접근하면서 승무원들은 창문에 뭐가 끼었는지 바깥을 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위성 레이더 상으로는 하늘이 쾌청하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 밤중 비행으로 화산재가 안보여


그래서 계기착륙장치로 비상착륙을 하려고 했지만 웬일인지 계기도 먹통이었다. 하는 수 없이 거리측정장치(DME)라는 전파로 지상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를 이용해야 했다. 비행기 착륙 시 필요한 전등까지도 말을 듣지 않았다. 앞 유리로는 활주로등을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비행기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바로 화산재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위치한 갈룽궁(Galunggung) 화산이 폭발하면서 대기 중으로 날아간 화산재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1982년 갈룽궁 화산폭발은 68명의 인명을 앗아갔을 정도로 대규모였다.

영국항공기는 우연히 이 화산재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화산재는 건조한 상태여서 수분을 측정하는 기상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곤 해도 비행기 조종사는 이 시커먼 화산재를 보지 못했던 걸까. 그랬다. 밤중이라 화산재가 보이지 않았다. 1982년 이 영국항공기 사고는 화산재가 얼마나 비행기에 치명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 화산재 속 규소 성분 뜨거운 녹으며 엔진 마비시켜


화산재는 왜 이토록 비행기에 안 좋은 걸까. 간단히 말하면 화산재가 너무 고운 입자이기 때문이다. 화산재는 지름이 2mm 이하로 모래와 비슷하거나 점토처럼 곱다. 이렇다보니 공기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화산재가 스며든다. 때문에 비행기에서 공기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문제가 된다.

엔진이 바로 그렇다. 막대한 공기를 빨아들이는 엔진이 화산재 때문에 멈춰버릴 수 있다. 화산재 속에 포함된 유리질 성분의 규소가 뜨거운 엔진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규소는 1100℃에서 녹는다. 비행기의 엔진은 이보다 높은 1400℃에서 가동된다. 때문에 녹아버린 규소가 엔진의 여러 부분들로 들어가면서 엔진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계기판도 문제다. 비행기 계기판 역시 외부 공기가 들어가게 되어 있다. 때문에 속도를 비롯한 각종 계기판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

시커먼 화산재가 비행기가 달라붙는 것도 문제다. 비행기 창문과 전등에 화산재가 묻으면서 시야가 가려진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달라붙은 화산재는 꼬리 부분에 무게를 늘려 착륙 또는 이륙 시 문제가 되기 한다. 화산재는 입자가 전기적으로 대전되어 있어서 전파까지도 방해가 될 수 있다.

화산재는 비행기의 운항에 여러 면에서 어두운 그림자다. 그러니 비행기는 화산재와의 만남을 피할 수밖에 없다. 아이슬란드발 화산재로 벌써 수 일 째 항공 대란이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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