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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고대 난파선에 눈독들인 이유




1988년 한 스쿠버다이버가 발견한 고대 로마 시대의 난파선. 이 난파선에는 상당한 양의 납이 실려 있었다. 이 오래된 납은 조만간 이탈리아의 새로운 중성미자 검출장치에 쓰일 전망이다.


오래된 납이 중성미자 연구에 제격
물리학자가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로마시대의 난파선을 탐낸다? 과학자의 취미 치고는 조금은 별라다. 그것도 중성미자(neutrino)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라면 더욱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도 넘은 고대 로마 시대에 가라앉은 한 난파선이 1988년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사르데냐(sardinia) 해안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탈리아 물리학자들은 유물학자들 못지않게 흥분했다. 마치 그들에게도 진기한 보물이 발견되기라도 한 것인 양 말이다.

그 난파선은 이탈리아의 박물관에 전시됐다. 물리학자들이 박물관 측을 열심히 설득했다. 자기네들에게 건져 올린 난파선의 일부를 좀 달라고 말이다.




● 물리학자들, 난파선의 납조각에 눈독
최근 이탈리아 물리학자들과 박물관을 설득하는데 성공, 난파선의 일부를 얻었다. 물론 박물관은 물리학자에게 난파선에 관한 분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다면 왜 이탈리아 물리학자들은 이 난파선에 그토록 눈독을 들였던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난파선에 실려 있던 특별한 물건에 있었다. 이 배에는 고대의 납으로 만든 블록이 120개가 실려 있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들은 탐을 낸 건 바로 이 납이다.

난파선에 발견된 납은 내년에 가동 예정인 이탈리아의 새로운 중성미자 검출기 ‘CUORE(Cryogenic Underground Observatory for Rare Events)’에 사용된다. 이 고대의 납은 조만간 녹여서 CUORE를 외부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차폐시설로 재탄생될 전망이다.

중성미자는 전기를 띠지 않은 입자로, 오랫동안 질량의 존재유무를 놓고 물리학계에서 논란이 되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중성미자가 질량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아직까지도 중성미자의 질량이 얼마인지 재지 못했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입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중성미자 검출과 고대의 납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물리학자들은 원자가 방사선 붕괴를 하면서 나오는 입자들을 통해 중성미자의 질량을 파악하려고 한다. 때문에 정밀한 실험 결과를 얻으려면 외부의 방사선을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대의 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물리학자들은 난파선에 있던 막대한 양의 납 중 4톤을 얻었다.



● 오래된 금속, 입자물리학 실험에 필요
땅에서 갓 캐낸 납에는 안정적이지 않은 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있다. 원자량이 210인 납 동위원소의 경우가 그렇다. 이 동위원소는 땅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안정적인 납 동위원소로 방사선 붕괴를 한다. 반감기는 22년이다. 따라서 2000년이 넘으면 거의 대부분이 안정적인 납으로 바뀐다. 따라서 난파선에 있었던 납은 자연적인 방사선 붕괴가 거의 끝이 난 것이다.

중성미자 검출에서 외부 방사선을 철저하게 차단해주기 위해서는 납 그 자체가 방사선을 내놓지 않아야 한다.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방사선 붕괴가 거의 사라진 고대의 납을 그토록 원했던 것이다.

CUORE에 참여하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비코카(Milano-Bicocca) 대학의 물리학자 에토레 피오리니(Ettore Fiorini) 교수는 “입자물리학자들에게 방사성이 낮은 납을 찾아다니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은 일”이라고 네이처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오래된 교회 지붕이나 난파선에서 얻은 금속이 입자물리 실험에 종종 쓰여 왔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은 네이처 뉴스에 최근 게재됐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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