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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 기업은 30점, CEO 욕심 버려야 성공”





[바이오선진화!] 권재현 대우증권 바이오 애널리스트
“한국 바이오 기업의 연구역량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80점쯤 될 겁니다. 그러나 사업화 역량은 30점에 불과합니다.”

대우증권 기업분석부에서 제약 및 바이오 분야의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권재현 과장을 26일 만났다. 권 과장은 “한국 바이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위상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또 바이오기업이 성공하려면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기술 개발과 CEO의 경영 능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과장은 정부의 바이오 정책에 대해 “정부가 시장이 못하는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번 창업을 했다가 실패한 이들에게 재투자해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진출, 국내 시장 업그레이드시킬 것”
“한국 바이오 기업에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공 모델이 없어요. 연구개발(R&D)에서 얻은 성과를 어떻게 돈으로 연결하는지 잘 모르죠. 글로벌 제약기업과 비교해 볼까요.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해요. 국내 제약 회사들은 15% 정도예요. 바이오 벤처 기업 중에는 수익률을 따질 수 있는 곳도 없어요.”

권 과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바이오산업이 시작된 건 1980년대 초반 인공 인슐린을 상업적으로 생산하게 되면서부터였다”며 “이제야 시작하니 외국에 뒤떨어진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외국에 뒤진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R&D 수준이 떨어지고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벤처 창업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이 이공계인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 경영을 배운 적이 없다는 거였다. 또 벤처의 투자회수 기간을 보통 3년으로 보는데 바이오 기업의 경우 10년이나 걸려 민간 투자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 과장은 한국 바이오의 앞날은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황우석 사건 이후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지난해부터 다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지금은 분명 바이오산업이 많이 올라오는 중입니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매우 희망적입니다.”

대기업이 바이오산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기술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은 이미 글로벌 사업역량과 브랜드를 갖춘 데다 우수한 인재를 대거 영입할 수 있어 그동안 부족했던 사업화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권 과장은 “대기업의 참여는 시장을 전체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해외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10~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오 벤처 CEO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나야”
국내 바이오 기업이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권 과장은 CEO의 가치를 역설했다. 신념을 갖고 한우물만 파는 연구자는 과학자로서는 최고겠지만 기업으로 오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고 돈을 벌려면 시장의 변화와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기업이 성공하려면 첫 번째로 기술이 좋아야 해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기술이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실리는 연구논문과는 다릅니다. 시장의 요구가 반영된 기술이어야 합니다.”

바이오 벤처 CEO의 경영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의 모태는 제약회사인데 국내 제약회사들이 대부분 오너 중심의 경영을 했고 이것이 벤처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권 과장은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인수 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시장을 키워 이익을 더 많이 내야 하는데 CEO들이 자신의 인생을 건 사업을 포기하기 어려워 이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2~3년이면 바이오 기업의 CEO들에게도 변화가 올 겁니다. 연구자 출신의 창업자가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이 올 겁니다. 아니면 둘이 보완 관계를 이루겠죠. 이런 변화가 기업의 발전을 이룰 거예요.”

권 과장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 정책도 강조했다. 그는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된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 성공한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직 시장이 없는 분야 즉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재 바이오산업의 생태계를 보면 초식동물인 비상장회사, 육식동물인 상장회사는 성장하고 있는데 풀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실 창업이 메말라가고 있어요. 2000년대 초반 창업한 사람들 중 90%가 망했어요. 이게 정상입니다. 이 사람들이 ‘연구나 할 걸 왜 창업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실패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재투자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창업이 자랑이고, 실패가 자산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국내 바이오 시장엔 분명히 거품 있다”
동아사이언스와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선진화!’ 기획에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개인투자자를 위해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가능하면 기업 이름을 ‘딱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공식적으로 보고서를 내지 않은 기업의 이름을 언론에 언급하면 안 됩니다. 대신 유망한 기업의 특징을 알려드리죠.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바뀌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거나 잘 따라가는 곳입니다. 분야로 치면 질병 진단, u헬스, 맞춤의약품, 줄기세포 등을 하는 기업이죠.”

대형 제약회사 중에서도 앞으로 성장성이 높을 기업을 골라야 한단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상당수가 복제약을 팔아 돈을 벌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방식이 쉽지 않을 것이다. 권 과장은 “신약이나 개량신약을 개발하면서 실적도 내고 있는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투자해야 합니다. 해당 기업이 과거에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한 게 실제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언론에 난 뉴스만 믿고 투자하거나 개인적으로 들은 정보를 맹신하는 건 피해야 해요.”

하지만 권 과장은 “국내 바이오 기업의 주가에는 분명 거품이 끼어 있다”고 경고한 뒤 “정보가 취약한 개인 투자자들이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을 이어받을 차세대 글로벌 사업의 후보로 바이오가 분명히 있다고 확신합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기업의 성장이 드라마틱하게 움직일 겁니다. 관심있게 봐야 하지만 지금은 거품이 끼어 있는 게 사실이고, 개인투자자가 쉽게 벌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에요. 전문가에게 맡겨 신중하게 두드리고 장기 관점에서 투자해야 합니다.”





권재현 애널리스트의 ‘이것만은 꼭!’
○ 바이오 기업은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 개발해야
○ 벤처 CEO는 경영 능력을 배우고 M&A에 열린 마음 가져야
○ 정부는 실패한 경영인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창업을 자랑스러워하는 문화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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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애널리스트는
고려대 유전공학과 학사
고려대 생명공학원 생물의약공정 박사
2004~2007 오스코텍
2007~현재 대우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2009.12 한경비지니스, 매경이코노미 선정 제약바이오 부문 베스트애널리스트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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