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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씹어먹으며 전 세계 누벼… 1만종 식물정보 수집



 



[기획인터뷰] ‘더사이언스’가 만난 프론티어, 정혁 단장


“아마존 강 유역에서 생으로 벌레를 씹어 먹은 적도 있어요. 콩고에선 자동차 사고로 죽을 뻔 한 적도 있고요. 전 세계를 떠 돌아다닌 게 10년째입니다. 이렇게 모은 식물의 숫자가 1만 종이 넘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생물정보인 셈이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정혁 책임연구원은 자신이 10년 간 이끌어온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단의 연구성과를 이같이 표현했다. 그가 단장으로 있는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은 올해로 정부 지원이 끝나는 프론티어사업단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평가를 자랑한다. 3년마다 진행되는 중, 장기 평가 때는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정 단장은 10년간의 성과를 정리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발로 뛰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우선 강조했다. 특히 해외생물소재사업에 눈을 기울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존재하는 식물은 모두 합쳐서 3000여 종, 하지만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식물은 모두 30만 종이 넘는다. 이런 자원을 지속적으로 수집해 나가는 게 국가 생명공학역량 발전의 기틀이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만으론 좁아, 세계로 눈 돌려야… 20여개 국가와 공동연구, 해외 센터 4개 건립


자생식물사업단은 국내 식물정보를 모아 그 가치를 발굴해 내는 일을 한다. 적잖은 성과 역시 올렸다. 사업단이 지금까지 기업에 이전한 기술은 총 43건. 이를 통해 107억31000만원의 기술료 수익을 올렸다. 이런 기술 덕분에 파생된 매출 총액을 따지면 2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내년이면 천연식물을 이용한 신약이 실제로 시장에 발매될 예정이어서 이런 액수는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1056건의 국내외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개발 성과도 자랑한다. 국내외 특허 출원, 등록숫자도 920 건에 달한다.

정 단장은 특히 자생식물사업단의 가장 큰 자랑은 생명과학 분야의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자신들만의 연구개발 성과가 아닌, 과학계 전체를 위한 연구재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정 단장이 만든 자생식물추출은행이 처음 출범한 것은 2007년 10월. 이제는 국내 식물 연구자들은 누구나 이용하는 중요 시설이 됐다. 얻어가는 식물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채취됐는지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하므로 과학자들은 성분 연구에만 전념하면 됐다. 이런 식물 시료를 연구용으로 얻어가는 사람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사업단이 시료 1점을 택배로 제공하고 받는 돈은 단돈 5000 원. 이 돈으로 이미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자생식물의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세운 사업단이지만 이제는 전 세계 식물을 모두 수집하며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다. 사업이 종료되면 이런 인프라는 모두 정 단장이 속해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귀속돼 지속적으로 역량을 늘려 나갈 전망이다. 정 단장이 운영 중인 ‘식물추출물은행’은 국내 식물 2000여 종, 해외 식물 1만여 종을 모으고 있다. 사업단은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국, 코스타리카 등에 현지 센터를 세우고 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번은 해외 식물정보를 채집하러 아프리카 아마존 강유역으로 간 적이 있어요. 현지인들이 자신들이 먹는 음식을 대접하겠다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꿈틀대는 벌레를 가져오는 거에요. 이들과 교류해야 현지 생물자원을 무사히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니 호의를 거절하기 어렵더군요. 어쩔 수없이 그대로 받아먹었죠.”

이런 노력 끝에 얻어낸 성과 중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은 역시 천연물질을 이용한 신약 개발 사업. 실제로 2 종류의 신약이 곧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동아제약에 제공한 천연물질이 바탕이 돼 기존 성분과는 판이하게 다른 신개념 위장약이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이 밖에 동화약품과 공동연구를 통해 신장염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와 있는 만큼 조만간 신제품 출시도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이런 약이 상용화 되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프론티어 사업 10년의 성과는 자생적 연구문화 만든 것


정 단장은 프론티어사업의 성과를 “과학자 스스로 사업을 운영하며 자립적으로 연구개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국내 첫 사례가 이제야 결실을 본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국가연구개발이라면 연구비를 집행한 정부기관의 관여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해마다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통해 다음 해 예산집행을 결정짓는 정부회계 운영의 특징 때문이다. 프론티어사업단도 초창기에는 해마다 연구개발 평가를 한다고 했다. 정 단장은 “이런 체제에서 과학자에게 단장을 맡기고, 연구비 역시 과학자 손으로 일괄 진행하는 체제를 도입해 10년을 장기 지원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프론티어 사업단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자 지금은 농림부, 지경부 등 정부 각 부처에서도 동일한 연구개발 형태를 많이 채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프론티어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아직 할 일이 많다. 정 단장은 자신이 특기로 연구해 오던 씨 감자 개량 연구사업,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과 별도 예산으로 추진되던 ‘해외 생물소재 사업’ 등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20개 국가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남미,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 해외 연구개발센터도 건립했고, 올해는 아프리카(콩고)로 진출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식물자원은 30만 여종 이상. 이 중 10만 종 이상을 확보해 국가 자원으로 만드는 것이 정 단장의 목표다.

정 단장은 “자생식물사업단은 끝이 나지만 지금까지 모아온 수많은 인프라는 모두 국가 생명공학연구를 위해 쓰이게 된다”며 “앞으로도 천연식약 및 기능성 식품개발을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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