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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쌍 개인 유전자정보, 3년후엔 56만원이면 해독 가능



그래프



[개인게놈시대]<상>염기서열 분석기술의 발달
《“DNA 구조를 발견했을 때 이런 날이 올 줄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DNA가 이중나선 구조임을 밝혀 20세기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제임스 왓슨 박사는 지난달 2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GET 콘퍼런스’에서 개인게놈 시대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GET 콘퍼런스는 게놈(Genomes), 환경(Environments), 특성(Traits)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으로 외모와 질병 같은 개인의 특성은 게놈과 환경의 결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행사는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주도로 2006년 시작한 개인게놈프로젝트(PGP·Personal Genome Project)가 주최했다.》

현재 7600만원… 갈수록 낮아져
USB에 담아 업데이트 서비스도




● “내년엔 수천 명 개인게놈 해독할 것”
이번 콘퍼런스는 개인게놈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개인게놈 시대란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유전정보, 즉 DNA에 들어 있는 60억 쌍의 염기분자 순서를 해독해 의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시대를 뜻한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자신의 게놈을 해독한 13명이 ‘개인게놈 개척자’ 자격으로 참가했다. 2008년 자신의 게놈을 공개한 왓슨 박사를 비롯해 처치 교수, 가천의과대 김성진 교수, DNA염기분석기기제조사인 미국 일루미나의 제이 플래틀리 사장, 미국 라이프테크놀로지스의 그레그 루시어 회장, 최초로 가족 게놈을 분석한 미국 노보셀사의 존 웨스트 사장과 딸 앤 웨스트 양 등이다.

이들은 콘퍼런스에서 개인게놈 공개와 관련된 경험을 얘기하면서 게놈 정보가 미래에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토론했다. 김성진 교수는 “게놈 분석 결과를 보니 나이가 들어 눈에 황반변성이 생길 확률이 평균보다 10배나 높았다”며 “자외선이 안 나오는 발광다이오드(LED) TV로 바꾸려고 했는데 아내가 자기는 괜찮다며 안 사준다”고 말해 참석자들이 크게 웃었다.

처치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개인게놈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온 건 한 사람의 게놈 데이터를 얻는 비용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올 초 학계에 보고된 새 기술은 1500달러(약 168만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인 2000년 처음으로 인간 게놈의 초안을 공개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들어간 27억 달러(3조 원)의 100만 분의 1도 안 된다. 처치 교수는 “내년에는 자신의 게놈을 해독한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USB메모리에 자신의 게놈 정보 넣는다
개인게놈 시대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개인게놈 서비스회사 ‘놈(Knome)’을 방문했을 때 더 분명해졌다. 아리 키리키 부사장은 현재 6만8000달러(약 7600만 원)인 개인게놈 분석 비용을 낮출 계획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옆에 있던 나탄 피어슨 연구 소장을 흘끗 보더니 “올 6월부터 3만5000달러(약 3900만 원)로 낮출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당신 자신을 알라(Know thyself)’와 ‘게놈(genome)’에서 이름을 따온 이 회사는 2007년 세계 최초로 개인게놈 전체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듬해 1월 첫 고객인 스위스의 갑부 단 스토이세스쿠에게 게놈 정보가 담긴 USB메모리를 전달했다. 이때 가격이 35만 달러였으니 2년 7개월 만에 10분의 1로 떨어지는 셈이다. 키리키 부사장은 컴퓨터가 개인화될 때까지 40년이 걸렸지만 개인게놈은 이보다 훨씬 덜 걸릴 거라고 내다봤다.

게놈염기서열을 해독하는 장비인 ‘DNA 시퀀서’를 보고 싶다고 하자 피어슨 소장은 뜻밖에도 “여긴 장비가 한 대도 없다”며 “해독 작업은 중국의 베이징게놈연구소(BGI)에 맡긴다”고 말했다. 놈은 중국에서 해독한 데이터를 받아 전체 서열을 맞추고 이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는 일을 한다. 인력과 자본을 갖춘 중국이 앞으로 개인게놈 시대를 미국과 함께 주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떠올랐다.

개인게놈을 ‘구매’한 고객들은 어떻게 정보를 활용할까.

“화면을 보시죠.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게놈정보가 그래픽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피어슨 소장이 화면에 있는 염색체 23쌍 가운데 하나를 클릭하자 그 부분이 확대된다. 유전자 이름을 치자 해당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바로 나오면서 2003년 완성된 인간게놈과 비교하는 화면이 따라왔다. 관련 질병이나 최신 연구결과도 요약돼 있다. 피어슨 소장은 “아이폰이 아이튠스에 접속해 업데이트를 받듯이 고객이 자신의 염기서열이 담긴 USB메모리를 꽂아 접속하면 무료로 2년간 정보를 업데이트해 준다”며 “그 뒤로는 일정액의 정기구독료만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개인게놈 시대가 이처럼 성큼 다가오면서 콘퍼런스에서는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도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는 현실에 대해 우려했다. 행사에 참석한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술가 칼 지머 씨는 “개인게놈이 맞춤형 개인의학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의사나 환자가 개인게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개인게놈프로젝트 이끄는 처치 교수

 

 


▼“게놈정보 알면 결국 당신의 운명까지 바꿀 것”▼
얼굴 절반을 덮은 수염과 연한 녹색 눈, 190cm는 돼 보이는 거구의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56·사진)를 지난달 26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처치 교수는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DNA 염기서열 해독 기술을 연구해온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그는 2006년 개인게놈프로젝트(PGP)를 조직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개인게놈프로젝트의 목표는….

“1975년부터 모든 사람의 게놈을 분석하겠다는 꿈을 꿨다. 우리 프로젝트는 자원자들의 게놈뿐 아니라 그들의 병력,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사진 정보까지 공개해 게놈과 환경이 개인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자 한다. 개인 게놈 시대에 나타날 문제점도 토론할 것이다.”

―게놈과 환경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

“환경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다. 우린 ‘이건 당신의 게놈이 정한 운명이니까 받아들여라’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놈 정보를 알면 당신의 환경 즉 생활방식, 복용 약물, 영양 등을 바꿀 수 있고, 결국 당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10만 명의 게놈을 분석한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비용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무모한 계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자원자 1만6000명이 등록했다.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를 이용한 논문도 나오고 있다.”

―개인 게놈을 이용한 개인 의학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다. 인구의 최소한 10%가 희귀한 유전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종류가 너무 많아 개별 질환의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현재 질병 유전자가 1800여 개 밝혀졌고 빠르게 추가되고 있다. 이미 몇몇 암 환자에게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에게 맞는 약물을 처방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프로젝트는 순수한 자원자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우리는 사회가 얻을 이익이 개인이 받을지도 모를 위험성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을 지원자로 받는다. 이들은 생명과학에 대한 기본지식을 묻는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필요할 때마다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고 있다. 좋은 제안이 들어오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것이다.”

 

 



보스턴=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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