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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열풍의 비밀


역시 애플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또 하나의 역작 ‘아이패드(iPad)’에 지구촌이 열광하고 있다. 지난 1월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처음 소개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낀 어정쩡한 제품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4월 3일 마침내 아이패드가 출시된 후에는 격려와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예상 판매량을 1000만 대까지로 올려잡느라 분주했다. 급기야 미국 신문들은 4월 3일을 ‘아이패드의 날’이라고 명명했다.





 



터치감과 풍부한 ‘앱’이 폭발력 원인


3무게 680g, 화면 9.7인치인 아이패드는 제품 그 자체로만 보면 태블릿컴퓨터다. 데스크톱PC와 노트북, 휴대전화, 각종 동영상 플레이어에 끼여 약 10년째 주변부에만 머물렀던 태블릿컴퓨터. 이제 애플의 손을 거치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하고 담을 수 있는 만능기기로 바뀌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아이패드를 손에 든 잡스를 예수로 형상화한 삽화로 패러디한 것은 공감할 수 있는 ‘과장’이었다.

아이패드발 혁명의 직간접적 영향권 아래에 놓인 제품과 산업은 그야말로 광범위하다. PC, 인터넷, 신문, 방송, 영화, 출판, 게임, 교육, 의료 등의 분야가 아이패드발 훈풍을 탈 수 있을 것인가, 역풍을 맞을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터넷에는 아이패드 이후 사라질 것으로 DVD, 전자책, 회의용 종이, 교과서, 넷북, 소니의 PSP와 닌텐도DS, 셋톱박스와 티보(TiVo), 휴식시간, 크롬OS와 안드로이드, 구글의 광고독점, 플래시와 실버라이트는 물론 MS오피스까지 꼽는 글까지 등장했다.




아이패드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의 차세대칩 A4 CPU. 칩 구동속도는 1GHz로 0.6GHz인 아이폰의 칩보다 2배 가까이 빠르다.





아이패드는 화려하고 선명한 컬러, 빠른 동영상 속도를 자랑한다. 아이패드 창시자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의 얼굴 사진을 액정디스플레이(LCD) 화면에 띄웠다.

애플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네티즌들의 우스개 섞인 평가이지만 현재 속도로 아이패드가 팔려나간다면 앞서 언급한 제품들의 일정 부분 매출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발매된 지 일주일 만에 미국 최대 전자매장인 베스트바이에서는 아이패드가 한시적으로 품절됐다. 애플은 미국 내 수요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며 해외 판매를 한 달가량 늦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일주일 동안 판매된 아이패드는 50만 대에 달한다.

아이패드의 강점은 역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절묘하게 결합된 ‘사용자의 경험’이다. 애플 특유의 유려한 디자인, 감각적인 터치, 화려한 동영상, 전자책의 책장을 넘길 때의 부드러움은 종전의 어느 단말기도 따라잡지 못한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맞춤형 프로세서 A4와 운용체계, 웹브라우저, 사무용 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완벽하게 조화하는 설계 능력은 최고 수준이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튠즈), 아이폰(앱스토어)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생태계 전략을 아이패드에서도 그대로 재현할 태세다. 아이패드에서는 아이폰의 16만 개의 애플리케이션(2010년 4월 초 기준) 대부분이 작동한다. 아이패드가 출시되자마자 아이패드 전용으로 올라온 애플리케이션도 3000개에 이르렀다. 애플은 ‘아이북스(ibooks)’라는 전자책 서점도 내놓았다. 가상의 그래픽 서가에 보유 중인 전자책 콘텐츠를 종이책처럼 책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아이북스가 인기를 끈다면 출판 시장이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아이패드는 아이폰처럼 풍부한 애플리케이션을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공급되고 있는 아이패드 전용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생존의 위협에 내몰렸던 신문과 잡지 등은 아이패드의 등장을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화면이 9.7인치로 확대됨에 따라 신문이나 잡지에 최적화된 편집을 제공할 수 있어 포털이나 검색에 넘겨줬던 권력을 뉴스 제작사들이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패드용 온라인 신문 구독료를 한 달에 17.99달러(약 2만 원)로 책정한 후 대대적인 광고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예정이며 국내 언론사들도 아이패드용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다.

광고 측면에서도 아이패드의 잠재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기존 지면 광고는 단방향성 노출로 끝나지만 아이패드용 광고는 동영상을 포함해 화려하게 제작할 수 있고 이용층을 대상으로 한 타깃 광고까지 가능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USA투데이, ABC방송, AP뉴스, 로이터통신 등은 무료로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기기 수리업체 아이픽스잇이 4월 초 분해한 아이패드를 공개했다. 절반 가까이가 한국산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패드 속 ‘메이드 인 코리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4월 13일자에서 애플의 아이패드(iPad)는 전자기술의 권력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태블릿컴퓨터인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고가 부품 상당수가 한국의 삼성과 LG가 만든 제품이라는 데 주목했다.

실제 아이패드 와이파이(WiFi) 모델에는 삼성 낸드플래시가 들어 있다. 삼성이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하기 시작한 건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이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와 담판을 벌인 끝에 하드디스크 방식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메모리 방식으로 바꿨다.

아이패드의 얼굴로서 부품 가운데 가장 비싼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을 공급하는 것도 LG디스플레이다. 아이패드에 쓰이는 IPS 방식의LCD 패널을 생산하는 회사로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패널의 개당 가격은 약 80달러. 제품 전체 가격의 4분의 1을 LG디스플레이가 벌어들이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9.7인치 LCD 패널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정전기 방지 부품인 바리스터를 한국의 ‘아모텍’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 전자책 등을 휴대형 단말기에 ‘올인원(All in One)’


아이패드는 동영상, 게임, e메일, 인터넷 검색, 전자책, 문서 작성처럼 기존 디지털기기들이 선보인 핵심 기능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아이패드가 인기를 끈다면 넷북, 전자책, 게임기, PMP, 휴대용인터넷기기(MID, Moblie Internet Device)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분할해 점유하고 있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의 경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일부를 아이패드에 내줘야 한다. 넷북, PMP, MID, 전자책 역시 특징이 아이패드와 겹치므로 입지를 위협받을 수 있다.

아이패드가 전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학, 화학과 관련한 그림과 사진이 많고 두꺼운 전공서적들이 아이패드용으로 개발되거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아이패드용 유아 교육 콘텐츠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이패드에 나오는 동영상을 따라하며 요리를 하는 식의 틈새 수요도 기대된다. 병원에서는 기존 차트 대신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진료를 볼 수도 있다

지난해 전자책 시장의 대혁명을 몰고온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아이패드는 결과적으로 하드웨어 성능의 혁명이 아니라 콘텐츠의 혁명을 불러왔다.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스토리를 남겼다. 2000년 초, 음반 업계는 범람하는 공짜 MP3로 골머리를 썩였지만, 불법 복제를 막자는 하소연 외에는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2001년 애플이 출시한 MP3플레이어 아이팟은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아이튠즈’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원 유료 시장을 창출해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일으킨 아이폰 역시 애플리케이션을 사고 팔 수 있는 ‘앱스토어’라는 독특한 장터 모델로 통신 구도를 재편했다. 개발자들이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에게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팔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권력은 크게 약화됐다.

애플이 이번에도 아이패드를 내세워 신문, 책,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 산업의 권력 구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한편에선 아이패드에 대한 성급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손으로 들고 다니거나 각종 작업을 하기에는 다소 무겁다.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무게는 아이패드의 절반 수준이다. 화상통화를 하거나 주변 사물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도 달려 있지 않다.



다른 휴대용기기들을 연결하는 USB도 지원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이나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LBS)를 받는 데 필요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안 달려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또 선명한 액정디스플레이(LCD) 화질이 오히려 눈의 피로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나 반사 현상이 있어 햇볕 아래에서는 책을 읽거나 동영상을 감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아마존 킨들용 전자책은 45만 권으로 애플의 아이패드용 6만 권을 크게 앞선다. 출판사와의 거대한 네트워크, 소비자들의 리뷰 정보까지 아마존의 유무형 자산까지 평가하면 아이패드가 전자책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이패드는 ‘어른들을 위한 비싼 장난감에 불과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아이패드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성공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애플이 아이패드를 통해 제시한 방향성에 대한 이견은 아닐 것이다.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HP는 윈도 모바일7을 기반으로 한 ‘슬레이트’를 5월 중에 출시할 예정이며, 아수스도 수개월 내에 윈도 모바일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태블릿컴퓨터 2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델, 에이서 등이 아이패드 대항마로 태블릿컴퓨터를 준비하고 있다.

‘창조적 파괴’, ‘파괴적 혁신’ 등 오늘날 경영 화두의 표본을 보여준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에 대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대니얼 라이언스 수석 에디터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기기를 갑자기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드는 비상한 능력을 지녔다”고 말이다.





“화려한 화면, 깨끗한 소리, 터치감 최고”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회사를 다니는 김종찬 씨(사진)는 온라인상에서 아이패드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재학 중 군대를 가기 위해 한국에 온 김 씨는 지난해 12월 아이폰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스티븐 잡스가 올 초 아이패드를 공개하자 그는 아이패드도 사용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올 3월 미국 애플 본사가 예약판매를 시작하자 구매를 예약했고 미국에 있는 친지를 통해 4월 7일 누구보다도 빨리 아이패드를 손에 넣었다.

“화려하고 선명한 화면과 깨끗한 소리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 아이패드 전용으로 만든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신문이나 잡지를 보기도 하고, 무선키보드를 연결해 간단한 문서작업을 하고 있어요. 손으로 들고 다니기도 간편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김 씨는 트위터를 통해 아이패드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보고, 만지고, 들어보게 하고 있다. 회사일이 없는 밤이나 주말에 자리를 만들어 체험 행사를 열었다. 일반인은 물론 신규 서비스를 내놓고 싶어하는 신문사와 금융기관까지 그를 찾았다.




과학동아 편집실을 찾은 김종찬 씨가 자신의 아이패드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아직 국내에 경험자가 없는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서로 얘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그가 뽑은 아이패드 최고의 기능은 화려한 화면과 소리, 터치감이다. 사진 메뉴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사진이 접히고 합성되는 앨범을 만들 수도 있고 아이일렉트라이브 애플리케이션으로 화려한 ‘DJ잉’을 해볼 수도 있다. 작은 잡지만 한 화면은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데 유용하다. 이미 ‘타임’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퓰러사이언스’, ‘가디언’ 등 미국과 영국의 신문·잡지들은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제품 출시와 함께 내놨다. 올해 6월 남은 학기를 끝내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그는 “이미 해외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선점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시장 대신 아이패드 시장은 아직 가능성이 많다”며 “사용자 입장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전자책처럼 ‘보는 애플리케이션’에 아이디어 승부를 걸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애플 vs 구글 전선 확대일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것은 세계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대결이다. 한때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가 애플 이사회에 참여했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두 회사. 이제 모바일 광고와 검색 시장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세기의 결투를 벌이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에 대항해 구글이 ‘넥서스원’을 내놨다. 애플도 군침을 흘렸던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을 구글이 인수하면서 화약고는 또 한 번 터졌다. 애플은 또 다른 모바일 광고업체인 ‘쿼트로 와이어리스’를 인수해 맞대응했다. 스티브 잡스는 사내 미팅에서 “구글이 아이폰을 죽이려 한다. 우리는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무기로 구글이 지배해왔던 웹 세계의 패권을 가져오게 될 것인지는 아이패드 이후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아이패드 사양
● 크기와 무게
가로·세로가 각각 189.7mm와 242.8mm, 두께는 약13.4mm.
무게는 0.68~0.73kg. 디스플레이는 크기 약 246mm(9.7인치)로 발광다이오드 방식의 백라이트를 사용(1024×768 화소)하는 액정디스플레이(LCD). IPS(In-Plane Switching)라 부르는 LCD패널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와이드 화면으로 보는 경우 시야각을 178˚까지 확보 가능.
● 저장용량 : 16GB/32GB/64GB 메모리
● 배터리 : 리튬폴리머(10시간 사용)
● 통신 : 3G, 무선인터넷(Wi-Fi), 블루투스
● 모양과 크기 : 모양은 아이폰과 흡사. 화면 크기만 보면 아이폰이 8.9㎝(3.5인치)인 반면, 아이패드는 이보다 3배 가까이 큰 24.6㎝(9.7인치)
● 모델(2가지가 판매됨)
와이파이용 : 무선인터넷 기능만을 탑재.16GB 499달러/ 32GB 599달러
와이파이+3G용 : 무선인터넷과 3G 휴대전화망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을 지원. 16GB 629달러/ 32GB 72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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