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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체 ‘바이오 천사’? ‘바이오 악마’?

인간의 첫 생명 창조, 빛과 그림자
바이오 천사
‘맞 춤형 세포공장’ 가능
신약개발 효율성 높여

바이오 악마
치명적 병균 출현할수도
테러에 사용땐 속수무책







인공게놈이 들어간 박테리아(위)가 살아남아 번식한 모습(아래). 물리-화학적 법칙은 여전히 생물의 본질을 설명하지 못하지만, 생명체를 조작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 사이언스)

신은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은 마침내 세균(박테리아)을 창조했다. 최근 미국에서 ‘세계 첫 인공생명체 탄생’ 소식이 발표됐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21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자를 이용해 ‘인공 합성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공생명체 탄생이 갑작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벤터 박사는 15년 전부터 인공생명체 합성을 꿈꾸며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공 유전자 합성, 세포 합성 등의 소식이 전해졌다. 학계에서는 벤터 박사가 올해나 내년쯤 첫 인공생명체 탄생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벤터 박사는 국제연구그룹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함께 인간 게놈을 처음으로 해독한 민간 기업인 셀레라지노믹스의 설립자다. 벤터 박사는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데 4000만 달러(약 500억 원)를 썼다.




● 맞춤형 세포공장 또는 바이오테러
벤터 박사는 윤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공생명체’ 대신 ‘인공 세포’를 합성했다고 주장했다. 생명체든 세포든 벤터 박사는 “신약이나 바이오연료 또는 다른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요술방망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대장균에서 인슐린을 생산해 당뇨병 환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어떻게 만들까. 먼저 인간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 안에 넣는다. 대장균이 인슐린을 만들면 이를 추출한다. 이 과정을 인공생명체에 적용해보자. 인슐린 유전자를 합성한 뒤 이를 포함한 전체 대장균 게놈(유전체)을 만든다. 이 게놈으로 인공 대장균을 만든다. 인공 대장균이 인슐린을 만든다.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왜 인공생명체에게 시킬까.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대장균은 인슐린만 만드는 세균이 아니고 다른 기능도 많다. 즉 에너지 소비가 많다. 그러나 인공 대장균은 인슐린을 만드는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고 다른 기능은 없애거나 낮출 수 있다. 효율을 극도로 높인 ‘맞춤형 세포 공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만들 수 있는 물질은 무궁무진하다. 벤터 박사는 “이르면 내년부터 독감 백신을 인공세포를 통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오연료도 유망 분야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구조가 복잡한 화학물질이나 식물 기반의 항암제 등 다양한 물질을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도 “윤리 문제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1세기판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우려한다. 인공생명체가 자연으로 퍼져나가면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다른 생명체와 결합해 치명적인 병균이 될 수도 있다.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 생물학 병기로 악용될 수도 있다. 기존과 다른 병균이 나타나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려 피해가 커질 것이다.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합성 생물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비행사처럼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 세균을 넘어 동물이나 식물까지 합성할지도 모른다. ○ 인공생명체 어떻게 만들었나




● 인공생명체 어떻게 만들었나

벤터 박사팀은 복제동물을 만드는 기술인 ‘체세포핵이식’과 비슷한 방법을 이용했다. 체세포핵이식은 핵이 제거된 난자에 다른 체세포 핵을 이식해 생명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그러나 체세포핵이식과 달리 이식할 게놈을 화학적으로 ‘합성’했으며, 가깝기는 하지만 다른 종의 세균에 게놈을 이식한 점이 다르다. 사람의 핵을 침팬지의 난자에 넣은 셈이다.

연구진은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라는 세균의 게놈을 합성했다. 이 세균의 염기서열은 107만7947쌍인데 인간의 0.03% 수준이다. 107만 쌍을 한 줄로 합성한 것도 아니다. 연구팀은 DNA합성장치로 1080쌍 길이의 DNA조각 1000개를 합성했다. 연구자들은 이 조각을 효모 안에 집어넣어 하나의 게놈으로 완성했다. 아직까지 순수하게 화학적 합성으로 100만 쌍 길이의 DNA를 만들 수는 없다. 이렇게 만든 합성 게놈을 친척뻘 세균인 ‘미코플라스마 카프리콜룸’에 넣어 인공생명체를 만들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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