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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 인간, 줄기세포

헌재, ‘배아는 인간 아니다’ 판결
착상하지 않은 인간배아를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체외수정을 위해 만든 배아 가운데 쓰고 남은 것에 대해 5년의 본존기간을 정하고 이후 폐기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배아를 ‘인격체’로 보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남모씨 부부 등 13명이 지난 2005년 낸 헌법소원에 대해 전원 일치로 ‘배아를 인간으로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 즉 시험관 아기는 여성의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해 시험관 안에서 정자를 집어넣어 수정란을 만들고 몇 차례 분열시켜 배아를 만든 뒤 산모에 자궁에 착상시킨다. 1978년 영국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이후 현재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통상 배란 유도제로 과배란을 유도해 난자를 여러 개 채취해 수정시킨다. 그러다보니 실제 착상까지 가지 않은 배아가 여럿 생긴다. 이처럼 폐기될 운명의 배아가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00년대 들어 이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려는 시도가 생기면서부터다.
사람에서는 아주 큰 세포에 속하는 난자지만 지름이 불과 0.2mm로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에 정자가 들어가 수정란이 되고 몇 차례 분열을 하더라도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즉 개별 세포가 작아진다. 자궁에 착상을 해 모체에서 영양을 공급받아야 크기도 커지고 본격적인 분화도 이뤄진다.



현재 국내외 많은 대학과 생명공학회사들이 배아줄기세포를 갖고 다양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물론 체외수정된 배아에서 얻는다. 배아줄기세포가 확립되면 증식돼 여러 연구기관에 분양된다. 배아줄기세포는 기초연구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배양액 속에서 각종 화학물질의 유도(일종의 명령!)에 따라 증식을 하고 특정 세포로 분화할 것이고 무수한 세포가 죽어갈 것이다. 폐기돼 ‘죽는’ 배아와 ‘살아남지만’ 연구에 시달리는 배아 가운데 누가 더 불행한 존재일까. 헌재의 판단에 따르면 이런 물음 자체가 무의미하다.

한편 27일 국내 생명과학 업체인 (주)에스바이오메딕스는 자가유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흉터 세포치료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 식약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이 품목으로는 세계최초라고. 환자의 피부에서 얻은 성체줄기세포를 섬유아세포로 분화, 증식시킨 뒤 환부에 투여,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방식이다. 섬유아세포는 피부에 탄력을 부여하는 섬유단백질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만드는 세포다.



우리 피부에도 섬유아세포를 만드는 성체줄기세포가 있기는 하지만 워낙 소량이라 흉터 같은 대규모 손상(세포 크기의 관점에서)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즉 우리 몸속에는 많은 질병이나 손상을 치료할 ‘잠재력’이 있는 세포들이 곳곳에 존재하지만 줄기세포 추출, 배양, 분화 연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 존재조차도 몰랐다.

청소년 이후의 한 달에 여성은 난자 한 개, 남성은 개인차는 크기만 대체로 수십억 개의 정자가 만들어지지만 짝을 찾지 못하고 ‘미완의’ 생을 마감한다. 이들 대부분은 여건만 맞았다면 하나의 개체로 변모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사람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이 들곤 한다. 그렇지만 같은 잣대를 세포 수준에 들이댄다는 건 일종의 비약이 아닐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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