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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터지면 안 되는 ‘열통 터진다’


| 글 | 김윤미 기자, 조승희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ㆍymkim@donga.com, shcho0488@korea.kr |

보낸 날짜 2010년 5월 4일 화요일, 오전 1시 38분 50초
보낸 이 “김정직”
받는 이 “최삐순”




사랑하는 우리 자기에게
자기야, 나야. 자기의 사랑스런 벽창호 남자친구. 오늘도 나 때문에 화 많이 났지? 솔직히 난 아직도 자기가 뭣 때문에 화가 났는지 잘 모르지만 무조건 사과할게, 미안해. 난 오늘 자기에게 새로 산 하이힐이 정말 잘 어울린다며 칭찬한 거랑 자기가 좋은 공기 쐬고 싶다기에 같이 남산에 올라가자고 말한 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자기는 왜 화가 났을까? 혹시 이번에 산 하이힐이 아니었어? 아닌데, 분명히 전에 분홍색 신발을 샀다고 한 것 같은데…. 내가 못 알아본 거라면 정말 미안하고.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자기야, 화 풀어라. 응?

근데 말이야. 오늘 자기의 그 예쁜 입에서 나온 “열통 터진다”라는 말은 원래 재래식 화장실에 대소변이 쌓여 있을 때 그 속에서 메탄가스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열통’에서 유래한 말이래. 몰랐지? 몰랐을 거야. 알았다면 그런 말을 썼을 리가 없지. 물론 요즘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를 만큼 격분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기도 해. 아니 뭐 그렇다고.






근데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자기가 나한테 “열통 터진다”라는 말을 했을 때 난 갑자기 말 그대로 메탄가스 때문에 화장실이 터질 수 있는지 궁금해졌어. 아니, 자기가 화난 순간에 딴 생각했다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어, 그래 집에 와서 검색해봤는데, 실제로 2004년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간이 화장실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대. 신기하지? 왜 간이 화장실이면 밑에 파 놓은 웅덩이에 똥이 가득…. 아, 미안, 자기 비위가 약하지. 흠흠, 그래 변이 한 가득 들어 있는 밀폐된 공간이잖아.

그런데 어떤 남자가 들어가서 담배를 피우려고 불을 붙였다가 순간 화장실이 폭발한 거야. 이 때문에 지붕은 날아가고 남자는 크게 화상을 입었대. 메탄가스는 엄청나게 불이 잘 붙는 기체거든.

분뇨에서 메탄가스가 나오는 이유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기 때문이야. 똥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은 제일 먼저 가수분해과정을 거쳐 당과 지방산, 아미노산으로 바뀐대. 그리고 이것들은 다시 초산, 프로피온산, 부틸산 같은 유기산과 메탄올, 에탄올로 변하지. 그러면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신트로픽 박테리아(syntrophic bacteria) 같은 메탄 생성균이 이 산들을 메탄과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수증기 같은 기체상태의 혼합물로 바꾼대. 간만에 이공계 출신 남자친구 노릇 좀 한다.
그렇지?

가축분뇨 저장소는 재래식 화장실과 비슷한 구조로 돼 있어. 즉 공기가 통하지 않는 지하 공간이 분뇨에서 발생되는 가스의 저장고 역할을 하지. 만일 장시간 밀폐돼 압력이 높아진다면 폭발할 수도 있어 아주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해. 밀폐 공간에서 가스가 발생하면 그만큼 압력이 증가한다는 얘기고 그럼 메탄과 같은 가연성 기체는 급격한 온도 변화나 마찰에도 쉽게 폭발할 수 있으니까. 특히 비료저장시설에서는 분뇨를 휘젓거나 펌프질을 하면 안돼. 물질이 뒤섞이면서 마찰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열이나 불꽃이 일어나 불이 붙을 수 있거든. 또 펌프질을 하면 기체와 액체의 평형 상태가 깨지면서 더 많은 기체가 발생한대. 그러면 압력이 더 높아져서 위험해지는 거지.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한 돼지 농장에서는 분뇨 저장고가 폭발하는 바람에 주인이 12m나 날아간 사고가 있었대. 믿겨져? 사람이 하늘을 날다니 완전 대포에서 발사되는 수준 아냐. 소방관은 농장 주인이 분뇨를 섞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 나온 메탄가스 때문에 폭발한 것 같다고 설명했나 봐.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고 기록이 없지만 외국에서는 가끔 있나 봐.

그래서 농촌진흥청과 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분뇨처리 시설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자료를 제공하면서 철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어. 이들 자료에 따르면 가능한 한 비료와 분뇨는 움직이지 않게 하고 통풍 시설을 만들어 가스의 생성을 막아야 해. 그렇게 해야 농축된 가스가 폭발하는 사고나 황화수소와 같은 유독가스에 중독되는 사고도 예방할 수 있거든.




‘열통 터진다’라는 말은 원래 재래식 화장실의 대소변에서 메탄가스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현상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말이야. 메탄은 전기를 만드는 대체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어? 내가 조사를 하는 김에 더 깊게 들어가 봤거든(흐흐, 내가 자기랑 사귀면서 데이트 코스 알아보느라 조사의 왕이 됐잖아). 친환경 도시로 알려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는 가축 분뇨에서 얻은 메탄가스로 난방을 하거나 자동차를 운행한대. 대단하지?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이 1998년부터 가축 분뇨로 액체 비료를 만들고 전기를 만드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전북 익산 왕궁지역에는 국제바이오에너지 연구센터가 들어서 새만금 지역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일조할 계획이래. 그동안 이곳은 축산단지의 오물과 폐수 때문에 사람은 물론 동물도 살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고 하는데, 이런 시설이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자기야, 비록 오늘 내가 자기를 속상하게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재밌는 소식을 알려주는 날 이해해줄 거지? 한 번만 봐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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