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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리학자는 아직도 자유낙하 실험할까?




독일 연구팀은 무중력 타워 안에 BEC 상태의 루비듐 슈퍼원자를 비롯한 실험장치를 너비 82cm에 높이 215cm의 원통(사진 속 끝이 뽀죡한 원통)에 담아 떨어뜨렸다. 이 원통은 타워 내 120m 높이를 4.5초간 자유낙하한 후 충격흡수재로 쓰이는 스티로폼으로 채워진 통 안으로 떨어진다.

21세기 피사 사탑 실험, 극초저온 루비듐 슈퍼 원자로 아인슈타인 무너뜨리기
최근 사이언스지에 자유낙하 실험에 대한 연구가 게재돼 화제다. 16세기의 위대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전설, 피사 사탑의 실험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이다. 왜일까. 여기에는 현대 물리학의 핵심 난제가 숨어있다.




● 현대판 피사 사탑은 독일의 첨단 무중력 연구시설


약간 기울어진 피사 사탑에서 갈릴레이는 질량이 다른 2개의 포탄을 떨어뜨렸다. 그랬더니 2개의 포탄이 동시에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바로 과학계에 전해 내려오는 ¡Ç믿거나 말거나¡Ç 식의 전설, 갈릴레이의 피사 사탑 실험이다.

이 실험의 결과는 2000년 전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과는 어긋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무거운 물체가 빨리 떨어지고 가벼운 물체는 천천히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갈릴레이의 피사 사탑 실험은 자유 낙하하는 물체의 속도가 그 물체의 질량에 상관없이 중력가속도(g)로 증가함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이는 물리 시험에 단골로 등장하는 물리학의 기본 중의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최근 물리학자들이 갈릴레이의 피사 사탑 실험과 유사한 실험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소개된 자유낙하 실험의 무대는 고풍스런 이탈리아의 피사 사탑이 아니라 독일 브레멘으로 옮겨졌다. 여기에는 ‘응용 우주과학 마이크로 중력 센터(Center of Applied Space Technology and Microgravity, ZARM)’가 위치해 있다.

이 센터에는 높이 140m의 ‘드랍 타워(drop tower)’가 높이 솟아있다. 이곳이 바로 현대판 피사 사탑이다. 겉보기엔 별 거 아닌 원통형의 탑처럼 보이지만 지구 표면에서 4.5초 동안 무중력 상태를 얻을 수 있는 첨단 연구시설이다.




● 자유낙하 대상, 포탄 대신 루비듐 슈퍼 원자


여기에서 자유낙하를 한 것은 갈릴레이의 포탄이 아니었다. 특별한 상태의 루비늄 원자들이 주인공이었다.

독일 하노버에 위치한 라이프니츠 대학(Leibniz University)의 물리학자 에른스트 라셀(Ernst Rasel) 연구팀은 루비듐 원자들을 가장 낮은 온도인 절대영도보다 고작 10억분의 9도 밖에 높지 않는 극초저온 상태로 얼렸다. 이를 통해 루비듐 원자들은 ‘보즈-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e, BEC)’이라는 특별한 상태가 되었다.

BEC 상태의 원자들은 원자들 각각의 개성은 사라지고 전체가 하나의 원자처럼 행동한다. ‘슈퍼 원자’인 셈이다. 마치 월드컵이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매달려있던 사람들을 모두 축구에 집중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독일 연구팀은 BEC 상태의 루비듐 원자들을 현대판 피사 사탑에서 180 차례나 반복해서 떨어뜨렸다.




● 양자세계에서도 질량 상관없이 똑같이 떨어질까?
그렇다면 연구팀은 이렇게 해서 대체 뭘 얻으려고 하는 걸까. 그건 바로 현대물리학이 최대 난제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양대 산맥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상대성이론이 거시 우주를 다루는 거인의 세계에 속해 있다면, 양자역학은 원자나 소립자와 같은 소인국의 세계에서 통한다.

물리학자들은 극과 극의 이 두 이론을 하나의 통일된 이론으로 만들어보려고 그동안 갖은 애를 써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4가지 기본 힘(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 중력 때문에 잘 안됐다. 다른 힘들에 비해 중력이 워낙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중력은 다른 힘들에 비해 너무나도 힘이 약한 게 말썽이었다.

그럼,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융합하는 게 자유낙하 실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자유낙하 실험으로 중력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이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통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작은 돌멩이이건 커다란 돌덩이이건 떨어뜨려도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다는 것.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진 이 물리상식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세우는데 기초가 되었다. 이를 ‘등가 원리’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빛까지도 휘어지는 중력의 시공간을 탄생시켰다.

문제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바탕인 등가원리가 미시의 양자세계에서도 통하느냐 하는 거다. 만약 등가원리가 깨진다면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판 피사의 사탑. 독일 브레멘의 한 연구소에 위치한 이 타워는 140m의 무중력 연구시설이다.

● 슈퍼 원자가 필요했던 이유
이 때문에 지난 100여 년간 물리학자들은 등가원리를 깨뜨려보는 시도를 해왔다. 처음에는 회전하는 진자와 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눈에 보일 정도로 큰 물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벌였다. 1960년대에는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남겨놓은 거울을 통해 확인을 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실험의 정밀성의 한계로 인해 아인슈타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좀더 정밀한 관측을 위해 물리학자들은 점점 실험 대상의 질량을 줄여왔다. 그러다 이제는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원자 스케일에 이르렀다. 그게 바로 이번 독일 연구팀이 만들어낸 BEC 상태의 루비듐 슈퍼 원자다.

연구팀에게 BEC 상태의 슈퍼 원자가 필요했던 이유는 BEC 상태의 원자들이 상대성이론의 세계와 양자역학의 세계의 접점에 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에 속하는 원자나 분자, 소립자들을 그냥 자유낙하 시킨다고 해도 물리학자들은 에너지가 너무 작아 측정이 불가능하다.

반면 BEC 상태의 원자들은 양자 상태이면서도 스케일은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크다. 독일의 연구팀은 수mm 크기의 BEC를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이 BEC를 드랍 타워에서 떨어뜨렸다. 그리고선 그동안 BEC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특수 이미지 장치로 촬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양자세계에 어긋나는지를 확인하진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팀은 실망하지 않았다. 바라던 실험 결과를 얻지 못한 게 드랍 타워의 높이가 충분히 못했기 탓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BEC 상태의 루비듐 원자들이 좀더 오랫동안 자유낙하를 해야 한다.

연구팀은 향후 자신들의 실험 장치를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은 무중력 상태의 우주공간으로 올려 보낼 계획이다. 이 경우, 수초와 비교도 안되게 수년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양자세계에서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아인슈타인이 현대판 피사 사탑의 실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가 기대된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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