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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는 컴퓨터’ 대중화시대 열린다

홍익大 미디어아트 캠프 르포
전도성 소재 천과 실로 ‘작품’ 바느질
“일반인도 회로도 쉽게 그릴수 있어”

전함 의장-한강공원 서체갤러리 등
“예술가 시각서 과학기술 활용 계획”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반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4층 대회의실. 넷씩 짝지어 앉은 책상에 둥그스름한 돋보기가 달린 납땜용 인두가 중앙에 놓여 있다. 그 옆으로 돌돌 말린 전선 꾸러미와 조그만 발광다이오드(LED)가 어지럽게 섞여 있다. 책상 앞에 앉은 학생들은 천 조각을 하나씩 들고 바느질에 여념이 없다. ‘입는 컴퓨터(웨어러블 컴퓨터)’를 만드는 중이다.

패션 디자이너만의 작품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입는 컴퓨터가 최근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홍익대 디자인영상학부가 마련한 디지털 미디어 아트 캠프인 ‘짜릿한 전기 파티’에는 늦깎이 경영학도에서 20대 공학도까지 입는 컴퓨터 디자이너 지망생 20여 명이 모였다. 복잡한 장비나 정교한 손 기술은 필요 없다. 천과 실, 배터리, LED 같은 간단한 준비물만 갖추면 된다. 전기회로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필수. 여기에 신선한 아이디어만 더하면 금상첨화다.




● 입는 컴퓨터 입고 공연한 비보이


“전기 저항은 220Ω(옴)입니다. 실이 서로 닿지 않게 바느질해 주세요. 실은 전류가 흐르는 전선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김영희 교수가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세심한 부분까지 지도한다. 학생들은 테이프 모양의 기다란 직사각형 천에 LED와 금속 단추를 달고 있다. 단추가 스위치 역할을 해 열고 닫을 때마다 LED에 불이 들어오는 팔찌를 만드는 중이다. 천과 실은 전기가 흐르는 전도성 소재로 만들어져 전선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전도성 실은 니켈과 은을 코팅해 전기가 흐르도록 했다”면서 “실이 길수록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저항을 계산하면서 바느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의 저항은 30∼40Ω이 적당하다. ‘릴리패드’라 불리는 연꽃 모양의 둥근 칩을 사용하면 움직일 때마다 원하는 글자가 나타나거나 소리가 흘러나오는 옷을 디자인할 수 있다.

릴리패드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리어 뷔클리 미디어랩 교수가 개발했다. 김 교수는 “입는 컴퓨터는 옷을 입체적인 회로도로 나타내는 셈”이라며 “릴리패드는 일반인이 쉽게 회로도를 그릴 수 있도록 고안된 작은 컴퓨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월 국내 유명 비보이그룹인 ‘라스트포원’과 공연을 했다. 이를 통해 입는 컴퓨터를 한층 더 대중화했다. 앞뒤로 LED가 32개씩 달린 조끼와 같은 수의 LED가 박힌 다리토시를 비보이에게 입도록 했다. 이들이 헤드스핀(물구나무선 채 머리로 회전하는 것)을 하면 잔상 효과에 의해 ‘함께하는 창조’라는 문구가 허공에 새겨지도록 했다. 김 교수는 “기판의 회로를 디자인하고 옷을 만드는 데 꼬박 3개월이 걸렸다”면서 “내년에는 힙합용 티셔츠와 부츠에 LED를 단 입는 컴퓨터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율곡이이함에 ‘디지털 병풍’과 ‘디지털 거울’ 설치


홍익대 디자인영상학부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만남’이라는 과제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에 선정됐다. 교과부의 WCU 154개 사업단 중 유일한 예술 분야다. 사업단장인 서동수 교수는 “WCU의 취지에 맞게 창의적인 연구는 물론이고 예술가의 시각에서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과 전시를 여럿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사업단은 세종대왕함에 이어 해군의 두 번째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의 8월 말 출항에 맞춰 의장 일부를 디지털로 만들고 있다. 사관실에는 42인치 스크린 네 개를 연결하고 여기에 율곡 이이의 휘호를 모티브로 만든 글자가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디지털 병풍’을 설치한다. 또 식당에는 42인치 스크린 두 개를 잇고 스크린 앞에 장병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아름다운 영상이 나타나는 ‘디지털 거울’도 붙일 계획이다.

이미 4월에는 서울 뚝섬한강공원 내 전망문화콤플렉스 ‘자벌레’에 있는 서울서체 갤러리에 25m 길이로 스크린을 설치하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가 자유롭게 흐르는 ‘강’이라는 작품도 선보였다. 사업단의 대니얼 마이크셀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WCU를 통해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를 교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디어 아트는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셀 교수는 사업단 대학원생 한 명과 함께 이달 25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컴퓨터그래픽 분야의 최고 학술대회인 ‘시그래프(SIGGRAPH)’에 ‘호두(HODU)’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한다. 호두는 짧은 봉 양쪽에 호두 모양의 둥근 전자장치를 단 환자용 물리치료 기구로 뇌중풍 등으로 운동 능력을 상실한 환자가 호두를 손에 들고 쥐었다 폈다 할 때 힘의 세기를 측정할 수 있다. 호두를 컴퓨터에 꽂으면 이 데이터를 의사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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