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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닮은 우주탐사로봇, 있다? 없다?


다리를 가만히 접고 앉아 있었다. 다리 근육이 팽팽해졌다. 녀석이 발바닥으로 땅을 구르자 그리고 솟구쳤다. 공중에서 뒷다리가 펴졌다. 강력한 근육이 엄청난 힘을 내더니 녀석의 몸통을 앞으로 쭉 밀어냈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사이 녀석은 저만치 멀리 사라졌다.

이 녀석은 바로 개구리다. 개구리는 자신의 뒷다리 힘으로 땅을 박차고 단번에 뛰어올라 제법 먼 거리도 빠르게 이동한다. 혹시 구덩이처럼 움푹 꺼진 곳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이런 능력을 눈여겨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은 개구리를 본뜬 로봇을 만들었다. 지구와 다른 표면을 가진 행성을 탐사할 때 개구리처럼 점프할 수 있는 능력이 유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3년에 만들어진 ‘호핑 로봇(Hopping Robot)’이 그 주인공이다.




무게 1.3kg의 호핑 로봇은 특수하게 제작돼 설치된 용수철 덕분에 지상에서 약 1.8m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중력이 지구보다 작은 화성에서라면 약 6m 정도까지 솟구칠 있게 된다. 바퀴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높은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으므로 목표지점까지 직선거리로 이동할 수 있어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카메라와 태양전지판, 컴퓨터로 이뤄진 간단한 구조인 만큼 제작비도 적다. 호핑 로봇은 여러 대 만들 수 있어 연결하면 한 지역을 공동으로 살펴볼 수 있다. 만약 1~2대가 망가진다고 해도 전체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다. 다른 탐사로봇보다 효과적인 셈이다.

호핑 로봇처럼 특이한 모양의 우주탐사선이 등장하는 이유는 우주환경 때문이다. 우주는 온도가 영상 100℃에서 영하 100℃까지 오르내리며, 중력도 없고, 방사선에도 노출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인간이 활동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로봇을 대신 보내는 것이다. 이때 개구리처럼 특정 능력이 발달한 동물을 본뜨는 경우가 많다.





NASA의 재미교포 2세 과학자 마크 임 박사가 개발한 ‘폴리봇(PolyBot)’은 뱀과 거미처럼 모양을 바꾸는 로봇이다. 폴리봇은 ‘여러 개의 작은 로봇이 모여 하나의 로봇이 된다’는 뜻처럼 가로세로가 5cm인 육면체 단위 로봇(모듈) 여러 개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뱀이나 거미, 탱크처럼 변신한다.

평지에서는 탱크의 바퀴 모양으로 굴러가고,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4개의 다리가 달린 로봇으로 변신해 엉금엉금 기어간다. 또 계단을 만나면 뱀처럼 길게 늘어져서 기어 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떤 상태의 행성 표면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로봇인 셈이다.

우주탐사로봇에 개미의 행동 양식을 따라 하게 만든 것도 있다. 개미는 중추신경계가 없지만 길을 가다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갈 줄 안다. 우주탐사로봇도 개미처럼 장애물을 만났을 때 돌아갈 수 있다면 사고를 당할 위험도, 길을 잃을 염려도 줄어든다.




NASA의 과학자들은 1997년 패스파인더호의 화성 탐사에 이용했던 로봇 ‘소저너(Sojourner)’를 개미처럼 행동하게 하였다. 소저너는 무게 10kg의 무인이동로봇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데, 이 로봇이 이동할 때 개미처럼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이다. 6개의 바퀴를 만든 것도 어떤 지형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개미 다리를 본뜬 것이다.

동물이 아닌 사물을 모방한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거대한 축구공 모양의 ‘텀블위드 로버(Tumbleweed Rover)’. 이 장비는 행성 탐사 중에 만날지 모를 크고 작은 암석을 피할 수 있도록 공 모양으로 설계됐다. 화성에서 부는 바람에 추진력을 얻어 움직일 수 있고, 장애물 위로 굴러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텀블위드 로버는 가스를 넣어 부풀게 하는데, 이 안에는 탐사 장비를 매어둘 수 있는 줄이 달렸다. 탐사 지역에 도착하면 가스를 조금 빼내서 정지하고, 주변을 샅샅이 살핀 뒤에는 다시 가스를 넣어 이동하면 된다.

이 로봇의 모델은 지름 1.5m짜리 공인데, 이 공으로 실험한 결과 약 400m 높이의 모래 언덕을 달리면서 터지지 않았고, 경사진 모래 벼랑도 잘 올라갔다. NASA 과학자들은 공의 크기가 4배 더 커지면 화성 같은 행성에서 부는 바람의 힘을 받아 큰 바위를 타고 넘을 수 있고, 25도 이상의 경사면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우주탐사로봇을 개발하는 데는 개구리를 비롯해 뱀과 개미, 심지어 축구공에서까지 아이디어를 얻는다. 다른 생물이나 사물이 움직이는 원리와 특징이 우주탐사에 꼭 필요한 기능을 줄 수 있어서다. 사소한 장면 하나도 예사로 보지 않는 과학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이런 로봇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 더 쉽게 우주를 탐사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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