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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식물, 예술로 부활하다



사진

 

 



구지연 화백 ‘광릉요강꽃’ 한국작가 유일하게 선정


《미국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 13개 전시관 중 일년 내내 관람객이 가장 붐비는 자연사박물관에는 지난달 14일부터 ‘잃어버린 천국(Losing Paradise)’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식물 세밀화가(botanical artist) 44명이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을 아름답고 정교한 세밀화로 그려냈다. 전 세계에서 출품된 수백 점 중 심사를 거쳐 44점만 뽑혔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구지연 화백이 그린 광릉요강꽃(Cypripedium japonicum)이 포함됐다. 15일 서울에서 구 화백을 만났다.》




■ 美스미스소니언박물관, 세밀화 44점 뽑아 전시


● 멸종위기종 1급 광릉요강꽃

“세계에서 가장 큰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제 작품이 전시된다고 해서 매우 기뻤어요. 박물관을 다녀가는 전 세계 관광객이 제 이름 옆에 붙은 한국이라는 글자를 볼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애국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요.”









‘잃어버린 천국’은 2006년 미국세밀화협회가 기획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을 대중에게 알리면서 세밀화의 과학적 가치도 자연스럽게 소개하자는 취지다. 출품된 세밀화 수백 점 중 전시회에 내놓을 작품 44점을 고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3년. 선정된 작가는 미국, 영국, 호주, 브라질, 이스라엘, 남아프리카, 한국 등 일곱 나라 출신뿐이다.

구 화백이 선택한 광릉요강꽃은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종 1급이다. 1932년 광릉에서 처음 발견돼 광릉요강꽃으로 명명됐고 덕유산국립공원, 경기도,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구 화백은 “난 수집가인 아버지가 2001년 매우 귀한 종이라며 광릉요강꽃을 알려줬다”면서 “2001년 스케치부터 해놓고 2007년 색을 입혀 완성한 뒤 그해 아시아태평양 난 전시회 및 학술회의에 먼저 선보였다”고 말했다.

전시회에서는 유럽의 멸종위기 식물 중 하나인 파란색 꽃을 피우는 야생화(Gentiana pneumonanthe),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서식하는 아이리스(Iris mariae)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


구 화백은 “세밀화는 사진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묘사하는 과학적인 그림”이라면서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폭이 1mm도 안 되는 잎사귀의 잔주름과 돋보기를 대야 보이는 암술의 돌기까지 표현하는 게 세밀화의 정수다. 광릉요강꽃에도 20cm에 이르는 넓은 잎에 가느다란 주름 수백 개가 숨겨져 있다.

세밀화의 식물학적 가치도 여기에 있다. 구 화백은 “세밀화는 원래 식물학에서 파생된 분야로 1800년대 식물학자들은 약초나 식물을 채집하고 조사하는 데 세밀화를 이용했다”며 “표본은 말리는 동안 색이나 형태가 달라질 수 있지만 세밀화는 보존 가치가 뛰어나 식물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세밀화가에게 현미경과 돋보기는 필수다. 구 화백의 작업대에도 현미경과 돋보기가 늘 놓여 있다. 꽃이나 잎을 자르기 위한 해부용 칼도 있다. 붓은 머리카락 2∼3가닥 굵기인 0∼1호를 쓴다. 구 화백은 “세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력으로 식물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선택한 뒤 형태와 색을 그대로 묘사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구 화백은 1999년 히아신스의 꽃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툭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세밀화를 그려 그해 국제식물학회가 주최한 ‘과학 속 예술(Art in Science)’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세계 세밀화 ‘고수’들에게 ‘구지연’이란 이름 석 자를 처음 알린 것도 그때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세밀화가 낯선 분야다. 구 화백은 현재 한국식물세밀화협회장을 맡아 국내에 세밀화를 알리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영국의 큐가든이나 미국의 뉴욕식물원은 자체적으로 세밀화가를 양성해 자국의 식물을 알리고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국내에도 세밀화가를 위한 정규 교육과정이 생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가이아에서는 한국식물세밀화협회 정기 전시회가 열린다. 구 화백은 “그림으로 우리의 식물 자원을 지킨다는 게 세밀화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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