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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장인들, 노벨상을 품다



그림

항암제 탁솔의 합성 과정에는 분자 양 끝의 탄소 원자(빨간색)를 연결해 고리로 만들어주는 반응이 있다. 이 반응에 팔라듐화합물(녹색)이 촉매로 작용한다. 여기서는 헥크 반응으로 이 방법이 없었다면 이런 반응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사진 노벨재단)


얌전한 탄소원자 반응 유도
물리, 화학, 생물.

자연과학을 대표하는 세 학문 영역 가운데 과학 대중화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바로 화학이다. 우리 자신이 생명체이니 생물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물체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도 수식은 어렵지만 개념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분자를 다루는 화학은 도무지 비빌 언덕이 없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그런 화학 중에서도 ‘화학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따라서 소수의 화학자를 제외하면 여기서 어떤 아름다움도 느낄 는 없는) 유기합성분야에 주어졌다. 유기합성(organic synthesis)은 유기화합물, 즉 탄소를 포함한 분자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 과정은 어떻게 보면 건축하고도 비슷한데 벽돌이나 철근 같은 자재로 설계도에 나와 있는 대로 집을 짓듯이 탄소나 수소, 산소 같은 원소가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하게 조작해 분자 구조물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소심한 탄소 원자 만남 주선


집이야 눈으로 보면서 하나하나 지어 올릴 수 있지만 분자 건축은 플라스크 안 액체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끓이거나 자외선을 쪼여주면서 그 안에서 원자들이 알아서 올바른 짝을 찾아 결합하기를 바랄 뿐이다. 반응이 끝난 뒤 화학자들은 이 가운데 제대로 결합한 구조만을 분리해 낸 뒤 그 다음 반응으로 넘어간다. 이런 일이 수십 회 반복되면서 항암제인 탁솔 같은 복잡한 유기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망치와 삽, 톱 같은 도구의 발명이 집짓기를 훨씬 쉽게 했듯이 원하는 분자구조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화학반응법의 ‘발명’(다른 자연과학 분야가 발견의 학문인 반면 유기합성은 발명(또는 창조)의 과학이다.

많은 유기화학자들이 스스로를 과학자가 아니라 예술가라고 믿는 이유다!)은 다양하고 복잡한 분자를 합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학의 유기화학 강좌는 유기합성의 역사에서 발명된 수많은 합성법을 배우는 시간으로 극소수의 학생을 빼곤 다 치를 떨기 마련이다.





이번 노벨화학상은 세 사람이 만든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교차 결합 반응’에 주어졌다. 유기화합물은 대체로 안정한 분자인데 우리 몸을 이루는 분자 대부분이 유기화합물인 이유다. 유기화합물의 뼈대를 이루는 탄소가 매우 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탄소에 탄소를 붙이는 일이 쉽지 않다. 소심한 두 사람이 친해지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때 두 사람과 알고 있는 제삼자가 나서서 자리를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바로 팔라듐촉매가 하는 일이다. 수상자의 한 사람인 미국 델라웨어대 리처드 헤크 교수는 1968년 팔라듐촉매를 이용해 상온에서 두 작은 분자가 탄소-탄소 결합으로 하나의 큰 분자를 만드는 반응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전까지는 이런 반응을 하려면 열을 가하거나 용액을 강한 산성으로 만들어 얌전한 탄소 원자도 반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필요했다. 그 결과 에너지도 많이 들고 불순문도 많이 나와 환경 문제도 있었다.

미국 퍼듀대의 일본인 과학자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는 1976년부터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일련의 화학반응을 연구했는데, 유기아연화합물에 팔라듐촉매를 쓸 경우 온화한 반응조건에서 원하는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본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 교수는 1979년 유기붕소화합물에 팔라듐촉매를 쓸 경우 좀 더 온화한 반응조건에서 분자를 만들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 세 사람이 고안안 화학반응들은 각각 헤크 반응, 네기시 반응, 스즈키 반응으로 불린다. 팔라듐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반응의 대표주자들인 셈이다.


팔라듐은 은빛광택이 나는 다소 무른 금속이다. 다양한 화학반응에서 금속이나 화합물 형태의 촉매로 널리 쓰인다. (사진 위키피디아)

 

●유기합성의 감초


그렇다면 도대체 팔라듐(Pd)은 어떤 원소이기에 이런 환상적인 작용을 할까. 1802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울러스턴이 백금의 불순물을 분석하다가 발견한 원소에 마침 그해 3월 발견돼 ‘팔라스’(Pallas)로 명명된 소행성을 떠올려 팔라듐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팔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별칭이다.

팔라듐은 존재가 알려진 뒤에도 한 동안 별다른 쓸모가 없었는데 잘 부식되지 않아 탐사장비의 코팅에 쓰거나 은합금으로 치과재료로 쓰는 정도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뛰어난 촉매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늘날 화학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탄소원자가 팔라듐 원자를 만나면 전자구조가 바뀌면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의약품의 60%가 식물유래 분자나 그 변형체인데 이들은 대부분 아주 복잡한 구조다. 물론 식물에서 추출해 쓰면 가장 좋지만 양이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다. 주목의 껍질에 있는 탁솔의 경우 1그램을 얻으려면 100년 동안 자란 나무 세 그루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분자를 유기합성으로 만들려고 시도하기 마련인데(탁솔의 경우 전 세계 30여 연구팀이 합성경쟁에 뛰어들어 1994년 성공했다), 수십 단계를 거치는 과정 가운데 탄소-탄소 결합을 만드는 단계가 들어있기 마련이다. 이들 세 사람이 고안한 합성법이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이유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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