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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아기’로 신의 섭리 넘어서다

불임치료 길을 연 체외수정 기술 개발
| 글 | 문신용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ㆍshmoon@snu.ac.kr |


1978년 7월 25일, 영국 올드햄에서 ‘시험관 아기 1호’인 여자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탄생했다. 전 세계 생식생리학자들은 새 생명이 체외수정 시술법(시험관 아기 시술법)으로 탄생했다는 발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루이스의 부모는 나팔관이 막혀 결혼 후 9년 동안 아기를 가질 수 없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의 로버트 에드워즈와 패트릭 스텝토 박사팀은 이 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들은 엄마(브라운 부인)의 난자를 복강경 으로 난소에서 흡인한 뒤, 시험관 안에서 아빠(브라운 씨)의 정자와 체외수정 시켰다. 약 48시간이 흐른 뒤 다시 엄마의 자궁에 수정란을 착상시켜 임신을 시켰다. 그 후 제왕절개수술로 2.6kg의 루이스가 탄생했다. 건강하게 자란 루이스는 2004년 결혼하고 3년 뒤 자연분만으로 아들을 낳았다.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아이가 일반 아이들처럼 정상적이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음을 보인 셈이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시험관 아기 시술법’을 개발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식생리학자 로버트 에드워즈 명예교수(현재 85세)가 수상했다. 공동연구자였던 패트릭 스텝토 교수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수상에서 제외됐다.









스웨덴 노벨상 위원회는 에드워즈 박사의 업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많은 부부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불임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시험관 아기 시술법은 산모와 아기에게 안전하고 불임 치료에 효과적이며, 윤리 기준에 적합하다. 오랜 기간 동안 연구 업적을 축적해 체외수정으로 임신된 아기들이 자연적으로 임신된 아기처럼 건강하게 태어나 자라고 있다.”



‘시험관’에서 만든 수정란, 자궁벽에 착상
시험관 아기는 시험관에서 자란 태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는 장소는 시험관이지만,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 안에 착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해 엄마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으며 태아로 발육하는 과정이 임신으로 정의된다.



시험관 아기 시술법에서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하는 과정과 장소,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는 과정이 자연 임신과 다르다. 그러나 수정란이 착상한 다음 단계, 즉 태아가 태반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무럭무럭 자라 질을 통해 출산되는 과정은 자연 임신과 같다. 불임 부부가 수정란을 만들어 임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인 셈이다.



산부인과 학계에서는 결혼을 한 뒤 1년 동안 정상적으로 부부생활을 했음에도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경우를 ‘불임’으로 정의 내린다. 불임이 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성이 정상적으로 배란(난소 배출)을 하지 못하거나, 나팔관이 막히거나 자궁이 기형적으로 생긴 탓에 수정란이 착상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남성의 정자가 턱없이 적거나 정자의 질이 떨어질 때도 불임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원인도 상당하다. 이 중 정자에 문제가 있거나 여성의 나팔관이 막혔을 경우, 또는 수술이나 인공수정 같은 방법을 사용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도할 수 있다.



이 시술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성공한 주인공이 바로 에드워즈 박사다. 그전에 그는 난자가 어떻게 성숙하는지와 어떤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지, 자궁 안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할 수 있는 조건과 시점을 밝혔다.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에드워즈 박사는 1968년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키고 초기 수정란을 체외에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듬해부터 그는 패트릭 스텝토 박사와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스텝토 박사는 사람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해온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그들은 12년 동안 100번 이상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78년 드디어 체외수정으로 아기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한 달에 한 개씩, 자연적으로 배출되는 난자를 갖고 시술했기 때문에 임신 성공률이 낮았다.




10% 불과했던 성공률, 지금은 30% 끌어올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하워드 존스 부부가 과배란 유도법을 개발했다. 과배란 유도주사를 이용해 난자 여러 개를 한꺼번에 성숙시키는 일이 쉬워졌다. 전문가들은 난자를 쉽게 채취하는 방법이나 과배란 유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조기 배란을 억제하는 방법 등도 개발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법이 더 발달한 것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여성의 ‘나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사춘기 때 난자 30만 개를 가진다. 한 달에 한 개씩 난자를 배출하다가 폐경기에 이르면 수천 개 정도만 남는다.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난소에 있는 난자들도 늙는데, 대개 35세가 넘어가면 급격하게 노화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도 35세가 넘지 않은 여성이 유리하다. 아직까지 난자의 노화를 막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난자를 채취할 때는 먼저 여성을 국소마취한 뒤, 질식 초음파(질 속으로 초음파기기를 넣는 검사)로 난포액(난자를 둘러싼 액체)을 흡입한다. 동시에 남성의 정액에서 건강한 정자를 골라내 난자를 채취한 다음 날 수정을 시킨다.



정자가 운동성이 좋으면 난자가 든 배양접시에 넣어두기만 해도 자연적으로 수정이 된다. 하지만 정자가 너무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면 자연적인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정자를 난자의 세포질 속에 넣어야 한다.



수정에 성공하면 수정란을 배양시키다가 3~5일 뒤 자궁 내에 이식한다. 에드워즈 박사팀이 최초로 시험관 아기를 시술할 때의 성공률은 5~10%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20~30%에 육박한다.



국내에서는 1985년 10월 12일 서울대병원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에 최초로 성공해 쌍둥이가 탄생했다. 그 뒤 수정란을 냉동 보존하는 방법과 난자 세포질에 정자를 주입하는 시술법, 착상전 배아를 유전적으로 진단하는 방법 등이 개발됐다. 서울대 인구의학연구소의 오선경 박사와 김희선 연구원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해 국내에서도 재생의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길을 개척했다. 현재는 여성 암환자가 난자 또는 배아를 냉동 보관했다가 암 치료가 끝난 뒤에 아기를 갖도록 하는 시험관 아기 시술법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법이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성공률이 30%인 데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여성에게 과배란 유도를 여러 번 하면 과배란 증후군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고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종교적, 윤리적인 비난에 휩싸이기도 한다. 특히 가톨릭은 시험관 아기가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반대한다. 교황청은 ‘시험관 아기’ 기술을 개발한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가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난자 매매와 냉동 배아 저장, 배아를 폐기하는 행위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노벨상 위원회는 에드워즈 박사의 중요한 발견과 도전이 지금처럼 성공적인 체외수정 기술로 이어져 새로운 의학 분야가 등장했고 불임 부부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전문가들은 생명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불임을 해결하려는 연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난자가 생성되는 과정과 노화하는 과정에 대해 세세히 연구하고 수정란이 자궁 내에서 착상하는 과정을 좀 더 정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필자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이 분야에서 또 한 번 탄생할 만큼, 불임 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가져다 줄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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