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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행성을 지구처럼

행성을 맞춤 개조해 새 터전 마련한다
| 글 | 고호관 기자ㆍkaridasa@donga.com |


길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주할 행성에 도착했다고 해서 어려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지구와 닮은행성을 찾았다고 해도 사람이 그대로 정착해 살 수 있을 확률은 0에 가깝다. 사람이 살 수 있으려면 대기 성분과 기온, 생태계를 지구와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번 만들어진 환경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이렇게 다른 행성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지구와 비슷하게 만드는 작업을 ‘테라포밍(지구화)’이라고 한다. 아직 실제로 시도한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달이나 화성, 금성 같은 태양계의 행성을 지구처럼 바꾸는 아이디어는 꾸준히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외계행성을 지구처럼 만들 수 있을지 알아보자.



유전자 조작 박테리아로 환경 바꾼다
외계행성을 지구처럼 만드는 선봉장은 미생물이 될 것이다. 박테리아를 비롯한 미생물 중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극한 환경에서도 끄떡없이 살아가는 종류가 있다. 최근 영국 오픈대의 찰스 코크웰 교수는 여러 종류의 시아노박테리아가 우주 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어 내는 미생물로 30억 년 전의 아주 오래 전 화석에서도발견된다. 지구 초기에 산소를 공급하는역할을 했다.



코크웰 교수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 바위를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부에 있는 실험장치에 넣은 뒤 그대로 우주 공간에 노출시켰다. 553일 뒤, 회수한 바위를 조사한 결과 아직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행성과 우주과학’ 8월호에 발표됐다. 박테리아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물질 재순환에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행성의 환경을 바꾸거나 바위에서 광물을 뽑아내는데도 이용할 수 있다.













1961년 칼 세이건은 금성의 짙은 대기를 없애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금성은 이산화탄소가 표면을 두껍게 덮고 있어 온실효과로 인해 표면 온도가450℃에 이른다. 이산화탄소를 다른 유기물로 만드는 박테리아를 대기 중에 살포하면 짙은 이산화탄소층을 걷어내 표면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훗날 세이건은 저서인 ‘창백한 푸른 점’에서 금성의 대기가 예상보다 짙다며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금성보다 이산화탄소가 적은 외계행성이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다.



외계행성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데도 박테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에서는 동물과 식물의 사체를 박테리아가 분해해 땅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외계행성의 표면이 화성이나 달처럼 부서진 바위와 먼지로 이뤄져 있다면 먼저 유기물질을 공급해 지구의 흙처럼 만들어야 한다. 죽은 식물이나 동물이 없는 외계행성에서는 먼저 살포한 미생물의 시체가 생명이 싹틀 수 있는 흙을 만드는 유기물이 될 수 있다.



2001년 미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연구센터의 임레 프리드만 박사는 화성의 테라포밍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크루코시다이옵시스(chroococcidiopsis)’라는 박테리아가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 미생물은 가장 원시적인 시아노박테리아로 극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는다.



그렇지만 우주 여행이 가능해진 미래에는 생명과학도 발달해 유전자 조작으로 외계행성의 환경에 알맞게 만든 인공 박테리아를 쓸 가능성이 높다. 테라포밍하려는 행성에 풍부한 물질을 먹이로 삼아 번식하는 박테리아, 행성 고유의 광물에서 건축 재료로 쓸 금속을 뽑아 내는 박테리아 같은 맞춤형 미생물이 외계행성에 착한 인류의 첨병이 될 것이다.










정착하려는 행성이 화성처럼 대기가 희박하고 기온이 낮다면 먼저 대기를 두껍게 만든 뒤 온실효과로 기온을 올려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문제인 지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온실가스 생산 공장을 만들면 된다. 대표적인 온실가스로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가 있다. 100년을 기준으로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각각 20배, 300배 가량 크다. 그러나 메탄은 불에 타고 아산화질소는 사람이 오래 마시면 죽을 수도 있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좀 더 과격한 방법을 생각해 보자. 화성의 극관에는 대량의 드라이아이스가 있다. 우주 어느 곳에서 이렇게 커다란 드라이아이스를 발견한다면 원하는 만큼 우주선에 매달아 끌고 간 뒤 추운 행성에 떨어뜨린다. 거대한 드라이아이스가 충돌하면서 열이 발생하고 이 열 때문에 드라이아이스가 이산화탄소로 바뀐다. 결국 그 행성에 온실효과가 일어난다. 행성에 이미 얼음 상태의 물이 있다면 소행성을 충돌시켜 그 열로 얼음을 수증기로 만들 수도 있다. 수증기 역시 온실효과를 일으키므로 기온이 올라간다.



곧바로 기온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행성의 궤도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하는 것이다.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얇은 필름을 넓게 펼쳐서 별에서 나오는 빛을 반사시켜 행성을 비춰 주면 표면 온도를 올릴 수 있다. 행성 표면이 밝은 색이어서 별빛을 반사하는 비율이 높다면 행성에 어두운 색의 흙을 뿌려 더 많은 빛을 흡수하게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력이나 기온은 적당한데 물이 없는 행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이아이스를 충돌시켜 온실효과를 일으켰듯이 물도 직접 가지고 갈 수 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 같이 물이 풍부한 곳에서 끌어 낸 엄청난 양의 물을 우주 공간에서 얼린 뒤 갖고 가는 방법이다. 얼음덩어리를 행성에 충돌시키면 손쉽게(?) 바다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행성을 지구와 비슷하게 만든다고 해도 아직 문제가 있다. 별에서 나오는 방사능 입자다. 지구 주위에는 강력한 자기장이 있어 태양풍에서 나오는 방사능 입자를 막아 주지만, 만약 이주하려는 행성에 자기장이 없다면 사람이 위험해진다. 두꺼운 대기가 있다면 별에서 나오는 방사능 입자를 어느 정도 걸러 주지만,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외계행성 지구화의 딜레마
인류가 외계행성에 영구히 정착해 살아갈 계획이라면 서로 다른 환경에서 고립돼 살아간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각각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던 두 집단이 다시 만났을 때 둘 사이의 생물학적인 차이는 현재 지구의 인종 차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만약 서로 아이를 낳을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진다면 두 집단을 인류라는 한 종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게 많다. 그 중 하나가 토착생물이다. 인류가 이주하기에 적당한 행성을 발견했는데 그곳에 생명이 진화해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성을 지구처럼 개조한다면 생태계가 전히 바뀌어 토착생물은 멸종할 것이다. 미생물 수준의 생명이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라면 인류가 미처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파괴할 수도 있다. 지구에서도 문제가 되는 환경 파괴를 우주까지 나가서 저지르는 셈이다. 영화 ‘아바타’처럼 개발을 놓고 토착 지성체와 갈등을 빚지 않으려면 우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도 필요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오늘날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하기에는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이 궁극으로 발달한 뒤에 어떤 종류의 테라포밍이 가능할지, 그로 인해 어떤 기술적·윤리적 문제가 생길지 생각해 보는 건 재미있다.



‘별에서 멀어 사람이 살기에 온도가 너무 낮다면 행성에 추진기를 설치해 궤도를 안쪽으로 옮기면 어떨까.’ ‘항성이 좀 어둡다면 목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을 먹이로 줘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해 주는 건 어떨까.’ ‘외계인과 지구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는 없을까.’



지금으로서는 순수한 상상에 가깝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행성을 원하는 대로 개조하기 쉬워진다면 은하계의 수많은 행성이 지구처럼 바뀌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미래의 인류가 우주를 사람으로 꽉꽉 채울 날은 과연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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