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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분석으로 버드 스트라이크 범인 찾는다





■ 생물 DNA수사대 ‘국립생물자원관’ 24시

 
지난해 1월 15일 고층빌딩이 모여 있는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 에어버스320편이 불시착했다. 거위 떼와 부딪치면서 양쪽 엔진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승객과 승무원 150여 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지난달 29일 미국 해군 지휘통제기 E6B가 착륙하던 중 날아오른 새 떼에 둘러싸이기도 했다. 다행히 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지 않아 무사히 착륙했다.

국내에서도 ‘조류충돌사고(bird strike)’는 종종 일어난다. 한국항공공사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총 76건의 조류충돌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10월까지는 28건이 보고됐다.

문제는 비행기와 부딪치는 순간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게 돼 사고를 일으킨 범인(새)이 어떤 종인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현장에서 나온 증거는 소량의 혈흔과 깃털이 전부.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 ‘DNA수사대’, CO1 유전자로 조류충돌 범인 식별

 
지난달 27일 찾은 국립생물자원관 유전자원분석실.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 박선남 연구원이 범인의 깃털을 잘게 잘라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고 있었다. 이 깃털은 7월 김해공항에서 보내온 것으로 영하 80도의 초저온냉동고에서 상하지 않도록 보관했다.

플라스틱 용기에 특정 용액을 넣고 3시간가량 지나자 깃털이 말끔히 사라졌다. 박 연구원은 “깃털 세포 안의 여러 물질과 DNA, 먼지 등이 용액에 섞여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실험도구로 체로 거르듯 DNA만을 솎아냈다.

이렇게 걸러진 DNA 가운데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CO1’ 유전자를 ‘스모킹 건’으로 사용한다. 스모킹 건은 범죄현장을 수사할 때 나오는 핵심 단서를 일컫는 말이다.

전체 DNA의 99% 이상은 세포핵에 있다. 그렇지만 분석에서는 미토콘드리아를 사용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둥근 모양의 기관으로 미량의 DNA를 갖고 있다. 세포핵 속의 DNA는 부모의 DNA가 합쳐져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같은 종(種)이라도 분석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반면 미토콘드리아 DNA는 개체 간 차이가 매우 적다. 예를 들면 DNA가 모계를 따라 전달돼 어머니와 이모, 외삼촌 등 모계 형제가 동일하고, 그 어머니의 자녀가 역시 같은 DNA를 갖는다. 배창환 연구사는 “같은 종에서 거의 동일한 미토콘드리아의 CO1 유전자는 ‘DNA 바코드’”라며 “이를 비교하면 어떤 종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리한 CO1 유전자는 양이 매우 적어 염기서열을 분석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박 연구원은 약 2시간에 걸쳐 CO1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유전자증폭기술(PCR)’로 문제를 해결했다. 배 연구사는 “이 기술을 쓰면 깃털이나 혈흔 1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만 있어도 염기서열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제 ‘범인’을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박 연구원은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등록된 여러 새와 비교해 범인의 DNA가 꿩과 98% 이상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분석해 왔지만 꿩이 조류충돌사고를 일으킨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 종다리가 조류충돌 가장 많이 일으켜


조류충돌은 새가 나는 고도인 지상 2.5km 이하 상공에서 주로 일어난다. 사고는 보통 항공기 이착륙 직전에 발생한다. 비행기 속도가 빠른 탓에 충격은 상당하다. 가령 900g인 새가 시속 370km로 상승하는 항공기와 부딪쳤을 때 항공기는 순간적으로 4.8t의 충격을 받는다. 동체가 찌그러지거나 엔진이 고장 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발광다이오드(LED)와 레이저를 이용하는 ‘조류퇴치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항에서 새를 내쫓는 퇴치요원의 수를 늘렸다. 브라질의 공항은 매처럼 생긴 ‘로봇 새’를 띄워 새떼를 쫓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새의 생태를 알면 좀 더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의뢰받아 국립생물자원관이 분석한 조류충돌 43건 가운데 종다리가 15건(35%)으로 가장 많았다.

제비(7%)와 맹금류인 황조롱이(7%)가 뒤를 이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진한 척추동물연구과 연구관은 “종다리는 공항처럼 넓은 초원지대를 서식지로 삼는다”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종다리의 서식지를 옮기면 조류충돌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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