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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로봇, ‘능력’을 다운로드 받는다”

[로봇석학과의 대화]요코이 가주히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휴머노이드연구그룹장


미래 사람들은 어떻게 지식을 얻게 될까. 영어 공부를 하려고 책을 보거나 학원에 다니는 게 아니라, 영어 지식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어플)을 직접 머릿속에 다운로드 받는 것은 아닐까.

일본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인간의 뇌에 저장된 정보가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돼 사이버 공간을 떠도는 세상을 그린 바 있다. 영화 ‘매트릭스’도 이와 유사한 세계관을 그렸다. 실제 영국의 이언 피어슨 박사 등 일부 미래학자들은 서버에 저장된 뇌 자체를 다운로드 받게 될 미래를 점치고 있다.

이런 일들은 로봇에서 먼저 일어날 전망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일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학계의 로봇 석학, 요코이 가주히토 박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로봇이 수행하는 역할은 어떤 어플을 내려 받는지에 달려 있다”며 “어플에 따라 댄스 로봇도 되고 가사도우미 로봇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내려 받은 어플이 로봇의 ‘능력’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사람처럼 댄서가 되기 위한 기나긴 연습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런 능력을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에서 휴머노이드연구그룹을 이끄는 요코이 박사는 지난달 27일 국제전기전자학회(IEEE)가 주관한 로봇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미래 로봇이 스마트폰과 유사한 하나의 매체가 되면서, 애플사의 앱스토어(App Store)처럼 로봇 소프트웨어 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래는 요코이 박사와의 일문일답.





● 10월 도쿄의 한 전시장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HRP-4’를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다.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부터 세세한 표정까지 사람과 매우 흡사해 어떤 네티즌은 ‘무섭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춤을 출 때 적절히 균형을 잡는 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HRP-4가 자연스러운 동작을 할 수 있는 건 로봇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 덕분이다.”

● 로봇의 동작은 보통 하드웨어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소프트웨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건지.

“연속된 춤 동작 가운데 ‘키 포즈’, 즉 핵심동작이 있다. (박사가 직접 동작을 취하며) 이런 동작과 이 동작이 키 포즈라고 한다면, 그 사이의 연결동작을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잡아주는 것이다. 즉 두 키 포즈 사이의 연결 동작이 이어질 때 문제가 있는 동작들을 자동으로 수정해가면서 유연하고 안정적인 동작을 이어가는 것이다.

● HRP-4의 춤 실력은 사람의 동작을 즉석에서 따라하는 것인가, 아니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추는 것인가.

“곧바로 따라하는 능력은 아직 갖고 있지 않다. 방금 언급한대로 키 포즈의 설정에 따라 춤을 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프로그래밍 한 대로 움직인다.”



사진
요코이 가주히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휴머노이드연구그룹장. 출처 UC3M



● 한국 걸 그룹이 요즘 일본에서 인기라고 들었다. 혹시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아는지.

“아, 모른다.(웃음) 하지만 아마 우리 딸은 알 수도 있겠다.”

● HRP-4는 키 158cm의 귀여운 소녀 모습을 하고 있다. 좀 더 발전하면 걸 그룹처럼 활동할 수 있는 건가.

“HRP-4는 이미 ‘디바봇’이라는 이름으로 관객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디바봇이 하나의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겠지만 (소녀시대 같은) 걸 그룹과는 경쟁하기 힘들 것이다. 창의적이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실제 아티스트와 겨룰 수준은 아직 아니다. 활동도 TV 프로그램만 가능하다.”

● TV 출연만 가능한 이유는.

“현재 수준의 배터리로는 노래 2곡만 부르면 바닥나 버린다. 여기에 춤까지 격렬하게 추면 더 일찍 힘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대형 공연장에서의 콘서트는 어렵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한두 시간 이상 공연이 가능할 것이다.”






● HRP-4는 춤추고 노래하는 연예 로봇이라고 볼 수 있나.

“아니다. 우리는 스타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다. 그건 HRP-4가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에 불과하다. 콘텐츠를 내려 받은 로봇이 그에 맞는 능력을 수행하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 그외 다양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인가.

“애플사의 아이폰에 비유할 수 있다. 아이폰은 어플을 다운로드 받음으로써 기존 휴대전화가 갖는 기능 외에 게임기, 스케줄러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이폰의 성공 비결은 결국 콘텐츠 아닌가. 미래 로봇도 유사할 것이다.”

● 그럼 로봇도 아이폰처럼 어플을 내려 받아 그에 맞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로봇의 능력과 역할은 처음부터 정해진 게 아니라, 어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의 로봇은 그러한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더불어 로봇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소프트웨어)가 개발될 것이다.”

● 예를 든다면.

“행사의 사회를 보거나 신제품을 설명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등 같은 로봇이라도 해당 어플에 맞게 다양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HRP-4 역시 춤추고 노래하는 것 외에도 무거운 물건을 나르기도 한다.”




유연한 동작으로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HRP-4’, 출처 AIST



● 그렇다면 AIST 휴머노이드연구그룹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아이폰의 앱스토어처럼 로봇 소프트웨어를 위한 개발환경을 만드는 일인가.

“궁극적인 목표는 휴머노이드를 잘 몰라도 컴퓨터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로봇 어플을 만들 수 있는 개발 툴과 함께 개방적인 표준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다. 또한 사용자도 자유롭게 로봇용 어플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개방형이라면 개발 운영체제(OS)는 리눅스(Linux)인가.

“그렇다.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AIST 외에도 세계 곳곳의 로봇 연구기관들이 소프트웨어 표준모듈 같은 로봇 콘텐츠를 위한 환경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 누구나 자유롭게 로봇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은 언제쯤 가능한 일일까.

“이미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연구기관 안에서만 어플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콘텐츠(어플)가 얼마나 다양하게 개발되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알아듣고 하는 등의 로봇이 갖는 기능 하나하나는 결국 어플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5년, 10년,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시기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로봇 분야에서 또 한 번의 기술도약이 있어야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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