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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우아한 물먹기 속 물리학

중력과 관성력의 절묘한 조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의 우아한 행동에 감탄하곤 한다. 물을 마실 때가 대표적이다. 고양이는 입 주변에는 물을 조금도 적시지 않으면서 마신다. 물을 주변으로 튕기면서 게걸스럽게 먹는 개와는 다르다.

최근 고양이의 우아하고 깔끔한 물먹기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비결은 중력과 관성력의 절묘한 균형이다. 개와 비슷한 방식으로 마실 거라는 그동안의 상식을 깨는 결과다.

 

 




미국 MIT의 생물물리학자 로만 스토커(Roman Stocker) 교수의 8살짜리 애완 고양이 ‘커타 커타(Cutta Cutta)

 

 


● 어느 아침 고양이가 물먹는 모습에 호기심 발동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대부분의 육식동물은 입으로 물을 들이키지 못한다. 우리 인간과 달리 젖을 떼고 난 이후에는 뺨의 기능이 미비해 입을 제대로 오므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 대신 혀를 이용해 물을 입 안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동안 개와 고양이는 혀로 물을 마시는 방식이 동일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어느 날 아침, 미국 매사추세스 공대(MIT)의 생물물리학자 로만 스토커(Roman Stocker) 교수는 자신의 8살짜리 애완 고양이 ‘커타 커타(Cutta Cutta)’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의문이 품었다. 고양이와 개가 같은 방식으로 물을 마시는지가 의심했다.

우아하게 보이는 고양이의 물먹기에 스토거 교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슨 비밀이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다. 그는 매우 간단해 보이는 행동 뒤에 흥미로운 생물역학 문제가 숨어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스토커 교수를 자신의 이런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버지니아 공대와 프린스턴 대학과 공동연구팀을 꾸렸다. 그런 다음, 스토커 교수 연구팀은 몇 시간을 기다리며 자신의 고양이를 포함해 1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물을 먹는 모습을 초고속 카메라로 찍었다. 그러자 고양이가 개와는 분명 다른 방식으로 물을 먹는 모습이 드러났다.

고양이는 물속에 입을 집어넣지 않았다. 그저 혀끝을 뒤쪽으로 오므려 물의 표면에 갖다 대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고양이는 아주 짧은 시간 만에 혀를 들어올렸다. 그러면 물이 혀를 따라 기둥 모양으로 올라갔고, 어느 순간 고양이는 입을 다물어 위로 올라온 물을 마셨다.




● 고양이 혀 로봇 개발


연구팀은 고양이의 물먹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고양이 혀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하면 하면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가 떠오는데, 연구팀의 고양이 혀 로봇은 아주 간단하고 조잡해 보인다. 고양이의 혀끝 부분과 크기가 비슷한 유리판이다. 이 유리판을 위 아래로 움직여 아래의 물에 닿게 한 다음 위로 올라오는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들려올라오는 물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고양이는 관성력과 중력의 절묘한 균형을 이용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고양이의 혀끝이 물의 표면에 닿으면 물이 잘 붙기 때문에 위로 끌려올라온다. 한번 끌려올라온 물은 움직임을 유지하려는 관성력 때문에 중력을 거스르고 위로 더 올라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물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이 관성력을 이기게 되면 물은 위로 가는 걸 멈추고 아래로 떨어진다.

고양이는 혀끝을 빨리 끌어올림으로써 관성력이 중력을 추월하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중력이 관성력을 압도하기 직전 입을 다물어 물을 마셔야 한다. 그래야 위로 올라온 물기둥이 가장 길고 두껍다. 이때 고양이는 가장 많은 양의 물을 마실 수 있다.

스토커 교수는 “고양이는 얼마나 빨리 물을 핥아야 할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고양이가 좀더 일찍 입을 다문다면 물을 좀 덜 먹게 된다. 만약 좀더 늦게 입을 다문다면 아예 마시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인 정성환 버지니아 공대 교수 참여


연구팀은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다른 고양이과 동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사자와 호랑이도 고양이와 같은 방식으로 물을 마셨다. 다만 이들은 몸이 크고 혀도 크기 때문에 물을 핥아먹는 속도가 좀 더 느릴 뿐이다. 관성력과 중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버지니아 공대 연구자는 한국인 정성환 교수다. 정 교수는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그는 생물현상과 관련된 유체역학에 대한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 개의 물먹기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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