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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사, 멋진 우주 생물 소개해주세요”

[항우연의 푸른하늘]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2010년의 끝자락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NASA의 우주생물학 연구원인 펠리사 울프 사이먼(Felisa Wolfe Simon) 박사가 놀라운 소식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NASA가 발표하기 하루 전, 사람들은 ‘우주 생물이 있을지 모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생물에 대한 중대 발표라는 소문이 전 세계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사이먼 박사가 발표한 생물은 지구에서 발견한 박테리아였습니다. 외계인이 아니라 작은 박테리아라니…. 이 결과를 보고 실망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박테리아가 외계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이먼 박사가 찾은 박테리아, GFAJ-1는 비소(As)를 이용해 살 수 있는 생물입니다. 비소는 독이 있어 농약과 살충제, 제초제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독약 중에도 비소로 만든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GFAJ-1은 이렇게 위험한 비소를 영양분으로 사용합니다.

GFAJ-1가 발견된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입니다. 이곳에 있는 모노 호수는 비소가 너무 많아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은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GFAJ-1은 이곳에 있는 비소를 먹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사이먼 박사와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가 정말 비소에서 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비소에 넣어 어떻게 되는지 관찰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박테리아는 비소를 먹고 자랐습니다. 독이 있는 비소를 먹고 자라다니! GFAJ-1는 비소를 먹고 사는 새로운 생물로 확인됐습니다.

이 박테리아가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비소가 이 박테리아의 몸을 이루는 데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식물과 동물, 박테리아 등 모든 생물은 모두 탄소(C)와 수소(H), 산소(O), 질소(N), 인(P), 황(S)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생물책에는 이 6가지 물질을 ‘생물에 꼭 필요한 6대 원소’라고 씁니다. 그런데 사이먼 박사가 비소에 넣고 키운 GFAJ-1의 몸에는 6가지 원소 외에 비소도 발견됐습니다. 비소가 인을 대신해 이 박테리아의 몸을 이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비소로 살아가는 생물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처럼 물과 공기가 없어도, 우리가 상상하기에 절대로 생물이 없을 것 같은 장소에도 ‘생물이 살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소는 태양계에 있는 다른 행성이나 우주 공간에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혹시 우주 어딘가에서 GFAJ-1처럼 비소를 사용해서 살아가는 다른 생물을 만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이먼 박사도 “이번에 발견한 박테리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을 새로운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성이나 목성 같은 행성의 생물은 지구 생물처럼 6가지 원소가 아닌 다른 원소로 이뤄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NASA가 발표한 GFAJ-1 덕분에 우리는 ‘생물’이라는 뜻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사이먼 박사는 오래 전부터 ‘어떻게 지구의 모든 생물이 6개의 원소로만 구성됐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화학을 공부했던 그는 비소가 인과 성질이 비슷하다는 점을 떠올렸습니다. 인 대신 비소를 이용해 몸을 이루는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사이먼 박사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구할 수 있는 자리도 쉽게 구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이먼 박사는 비소 생물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NASA의 지원을 받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ASU)의 폴 데이비스 교수를 만나 함께 연구했습니다. 다른 과학자들이 ‘비소 생물을 찾을 수 없다’고 쓴 소리를 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비소 생물을 찾은 사이먼 박사는 이 생물에게 GFAJ-1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GFAJ는 ‘펠리사에게 직장을 줘라(Give Felisa A Job)’는 뜻을 가진 문장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입니다. 비소로 살아가는 생명체를 찾아낸 그에게는 이제 번듯한 연구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펠리사 울프 사이먼 박사가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 좋은 연구결과를 내길 바랍니다. 가까운 미래에 사이먼 박사에게 들을 대답을 위해 미리 질문 한 가지를 준비해 봅니다. “펠리사, 우주 생물 중에 헬륨(He)을 먹는 박테리아는 없던가요?”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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